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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들의 의식이 성숙해야 한다고? / 글쓴이 : 말하고픈

By 2004/09/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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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전략도 다양하다. 우선 저작권법에 기대어 법적 소송을 건다. 소리바다, 벅스뮤직 등 이용자들의 음악 향유를 지원하는 업체들은 몇 년간 법적 송사에 시달리고 있으며, 결국 이들은 항복하고 말았다. 소리바다도 유료화를 모색한다고 하고, 최근 벅스뮤직도 유료화를 선언한 것이다. 저작권자들은 때로는 이용자들을 고소하여 본때를 보여주려 한다. 법적인 대응과 함께, DRM이라는 기술적 대응도 이용된다. 저작물을 함부로 복제하지 못하도록 기술적으로 막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법적 대응이나 기술적 대응이 상황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소리바다 등의 논쟁 과정에서 저작권자들은 자신의 소비자이기도 한 이용자들을 적으로 돌렸다. 이러한 상황을 깨달았는지 최근에는 이용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요즘은 ‘이데올로기적 대응’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불법복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든가, 성숙한 네티즌은 공짜 의식을 버리고 유료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의식’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문제에 답을 찾지 못한 평론가들이 점잖게 한마디 할 수 있는 탈출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이용자들의 의식이 아니라 저작권 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체제다.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 경제적 가치에 의해 추동되는 생산 시스템, 실제 창작자보다는 문화 자본의 이익을 반영하고 있는 법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굳이 의식이 문제라면 문화자본과 정부 관료,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식을 문제삼을 수 있을 것이다. 지식과 문화를 사적 소유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이용자들의 공짜 의식은 나쁘고 자신들의 무한 이윤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자본, 지식과 문화에 대한 공적 지원보다는 시장에 내맡기려는 정부 관료, 그리고 이들의 입장을 합리화하는 전문가들. 이들의 의식이 진정 문제가 아닐까?
IT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의 공유와 확산이 필요하고, 서로 지식과 문화를 함께 나눌 때 인간적 정보화가 가능하다는 또 다른 이데올로기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200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