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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반인권적 차별행위와 노동자 감시를 중단하라!

By 2004/09/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정보운동

지음

“정체 모를 차량에 의해서 미행을 당했는데, 그 차량의 번호를 조회해 본 결과 회사 본부 직원의 차로 판명되었다.”
“업무 중 옛친구를 만나 까페에서 잠시 차를 마시며 신세한탄을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일어나 회사에서 나왔다며 업무지 이탈과 회사명예실추 등을 거론하며 감사실로 끌고 갔다.”
“회사의 잦은 인사조치 및 원거리 발령으로 인해서 현재 집에서 100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얘기도, 70-80년대의 얘기도 아니다. 위 인용문은 지난 7월 7일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강당에서 열린 ‘KT의 반인권적 차별행위 및 노동감시 실태 증언대회’에서 피해 노동자들이 진술한 내용이다. 이런 끔찍한 일이 국내 최대 통신기업인 KT에 의해서 실제로 자행돼 왔던 것이다. KT는 작년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직원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을 통해 명예퇴직을 강요했다. 그 과정에서 단일기업으로서는 사상 최대라 할 수 있는 5,505명이 명퇴됐다.

한편 KT는 유선시장의 포화로 인한 성장정체를 KTF PCS 재판매를 통해 돌파하고자 PCS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퇴출시킨 데다가 워낙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니,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KT는 현재 직원 개인별로 과도한 PCS판매 목표를 설정하고, 비영업직원에게도 판매를 강제하는 등 무리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5월 달에는 전국에서 3명의 직원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KT는 작년 12월에 전직거부자, 명퇴거부자, 노조활동경력자들을 비롯한 480여명을 본래의 업무영역이나 직위와는 무관하게 ‘상품판매팀’으로 인사 조치했다. 그러나 KT가 상품판매팀을 만든 목적은 상품판매가 아니라 ‘미운털 박힌 노동자들의 집단 소탕’이었다. 지난 3월에 발견된 ‘상판직원소탕작전’이라는 문서는 상품판매팀의 최종목표를 ‘퇴출’로 명시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문서의 주문대로 상품판매팀 직원들은 기존 영업직원과는 다르게 각종 차별대우를 받아왔고, 미행과 사진촬영 등의 방법으로 일거수 일투족을 노골적으로 감시당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평화인권연대 손상열 활동가는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상품판매팀의 96.7%가 명예퇴직을 강요받았고, 98%가 차별을 받았으며, 85%가 항상적인 감시에 두려워하고 있고, 67%가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증언대회 이후에도 KT는 반성하는 자세조차 보이고 있지 않다. 다만 노동자들만 추가적인 징계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기업의 노동자 감시에 대한 싸움은 노동자의 기업 감시로부터 시작된다. 이제 싸움은 시작됐다.

200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