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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PC통신시대 시민단체의 활동

By 2004/07/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PC통신 이야기

김형준

시민사회의 정보화라는 목표를 여러 가지 설정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유효한 목표중의 하나가 ‘공공담론을 형성하는 공간으로써의 시민사회의 정보화’라고 생각합니다.

94년을 전후한 시점에서 시민단체의 정보화와 관련된 활동을 몇 가지 흐름으로 정리하면, 첫째는 한국PC통신에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만들어진 ‘열린정책회의’입니다. 정의로운사회를위한시민운동협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1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온라인 정책협의회(회장 손봉호서울대교수)’가 하이텔(HITEL)에 ‘열린정책회의라’는 컴퓨터게시판을 설치, PC를 통해 정책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을 벌여 여론을 수렴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던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이상과 현실이 많이 괴리됐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론을 형성하는 공간으로써 열린정책회의라는 목표는 의도와 관계없이 사라지고, 한국PC통신 HiTEL에 시민단체의 자료를 제공하고 이용료만을 받는 모습만 남아버린 상태가 됐습니다.

두 번째는 공공데이타베이스 서비스를 하는 형태로, 정부의 정보화촉진기금을 이용한 정보화사업에 참여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정보화사업에 참여했지만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성과를 냈던 단체는 환경운동연합뿐이었습니다. 이 때의 신문기사를 보면, “이 공공데이터베이스 개발은 … 새로운 차원의 민간환경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다음달 안으로 최종가동준비작업을 마무리짓고 오는 12월 한 달 동안 시험가동을 거친 뒤 내년 1월부터 공중회선을 통해 별도의 가입비없이 전화 한 통화 가격으로 일반인에게 제공할 예정이다.「정보센터」에 포함될 내용은 크게 … 시청각매체 1만 여종 분량의 정보가 들어간다. 자료량은 매년 30%이상씩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이 기사의 내용과 초기 시민환경정보센터의 실제 모습은 많이 다릅니다만,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라는 목표를 꾸준히 추진했고 그런 노력의 결과가 현재까지 이어져오지 않나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네트워크와의 긴밀한 연대(?)를 통해 정보화사업을 추진한 YMCA의 KSDN 활동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KSDN활동은 환경운동연합의 시민환경정보센터와 많은 부분 겹쳤습니다. 다만 대한YMCA연맹이 유엔개발회의(UNDP)의 지원을 받아 해외NGO Network와의 연결을 전제로 구성됐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SDN(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정보망, Sustainable Development Network)’은 환경과 개발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환경정보를 각국이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유엔개발회의가 각국에 개설을 지원했고, UN기구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환경정보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INTERNET, APC, EONET등 비영리적인 국제통신망과도 연결돼 세계적 환경동향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95년을 전후한 시점에,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 시민단체의 정보화활동은 주로 ‘데이터베이스구축’이라는 목표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시점에 정보화하면 데이터베이스라고 생각했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만 국내외 기관 등에서 펀딩(Funding)이 가능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90년대 중반까지 공동담론을 형성하는 역할은 대형PC통신사들의 진보적인 동호회의 몫이었습니다.

 

 

200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