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입장

[논평] 세월호 집회 참가자 불법체포 및 감금 국가배상청구 소송 승소에 대한 논평

By 2016/06/14 6월 9th, 2018 No Comments

“경찰의 불법체포·감금에 경종을 울린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자택 앞에서 불법체포·감금당한 피해자가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문혜정 판사는 경찰이 유효기간이 지나 효력이 없는 체포영장을 내세워 피해자를 체포했고 체포 과정에서도 체포영장의 제시나 피의사실의 요지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며 국가가 피해자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4일 우리는 이번 판결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별첨. 논평)

3. 피해자 최장훈씨(당시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는 2015년 7월 21일 오후 11시 30분쯤 서울 성동구 자택에 찾아온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 2명에 의해 체포되어 다음날 오전 0시 10분쯤 성동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되었습니다. 체포 당시 경찰들은 최씨의 자택 앞에 와서 전화를 걸어 최씨를 불러낸 후 집 앞으로 나온 최씨를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2014년 8월 15일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참석(일반교통방해) 건 등으로 여러 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최씨가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최씨는 출석요구서나 사전 연락을 받지 못했고 체포 당시 미란다원칙을 고지 받지도 못했습니다. 최씨는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체포 다음날인 22일 오전 9시쯤 석방되었습니다. 석방 당시에도 최씨는 경찰로부터 석방 사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에 최씨는 2015년 10월 국가를 상대로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4. 이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아래 ‘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천주교인권위는 유족의 뜻을 받아 2009년 5월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5주기에 맞춰 기금을 출범시키고, 공익소송사건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5.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자료. 세월호 집회 참가자 불법체포 및 감금 국가배상청구 소송 승소에 대한 논평

경찰의 불법체포·감금에 경종을 울린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자택 앞에서 불법체포·감금당한 피해자가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문혜정 판사는 경찰이 유효기간이 지나 효력이 없는 체포영장을 내세워 피해자를 체포했고 체포 과정에서도 체포영장의 제시나 피의사실의 요지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며 국가가 피해자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 최장훈씨(당시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는 2015년 7월 21일 오후 11시 30분쯤 서울 성동구 자택에 찾아온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 2명에 의해 체포되어 다음날 오전 0시 10분쯤 성동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되었다. 체포 당시 경찰들은 최씨의 자택 앞에 와서 전화를 걸어 최씨를 불러낸 후 집 앞으로 나온 최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2014년 8월 15일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참석(일반교통방해) 건 등으로 여러 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최씨가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씨는 출석요구서나 사전 연락을 받지 못했고 체포 당시 미란다원칙을 고지 받지도 못했다. 최씨는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체포 다음날인 22일 오전 9시쯤 석방되었다. 석방 당시에도 최씨는 경찰로부터 석방 사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에 최씨는 2015년 10월 국가를 상대로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에 따르면, 2014년 10월 서울동부지법은 유효기간이 2014년 12월 24일인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성동경찰서의 담당 수사관이 영장의 유효기간을 공소시효 만료일인 2024년 8월 14일로 착각하고 지명수배 전산입력을 했다. 당시 경찰은 체포영장 원본을 소지하지 않았고 단지 경찰관 휴대용 수배자 조회기에 나타난 지명수배 사항을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조회기에 나타난 죄명,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 등을 고지하고 피의사실의 요지는 죄명의 고지로 대신했다. 이에 대해 문 판사는 “체포할 경우에는 피의사실 요지를 고지하고, 체포영장(원본)을 반드시 제시하여야 하며, 영장의 유효기간이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고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의사실 요지를 고지할 경우에는 단순히 죄명만을 고지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고 어느 범죄사실에 의하여 신병이 구속되는지 알 수 있는 정도의 고지”가 필요하다며 “법규들을 명백하게 위반한 불법체포에 해당하고 원고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할 때 체포영장의 원본을 반드시 제시해야 하지만 “영장을 소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사실의 요지와 영장이 발부되었음을 고하고 집행”할 수 있다(제85조 제3항 등). 소송 과정에서 경찰은 피해자와 전화통화 후 3분여 만에 체포하게 되어 체포영장을 발부서로부터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판사는 “‘급속을 요하는 때’란 이미 발부된 영장을 입수할 때까지 방치해 두면 피고인의 소재가 불명확해지고 영장의 집행이 현저히 곤란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라며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이 경과된 상태여서 위 법규의 긴급집행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이 피해자와 통화한 후 집 근처로 찾아가 피해자를 체포했으므로 이를 영장의 집행이 현저히 곤란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현행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절차도 지키지 않고 불법체포·감금을 감행한 경찰에게 경종을 울린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또한 우리는 이번 사건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검찰의 연행과 구속, 벌금폭탄 등 탄압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실적 쌓기를 위한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체포가 이어지면서 현행법마저 무시한 불법체포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자체 감찰 후 체포영장 유효기간을 잘못 입력한 경찰관과 체포영장 집행책임 경찰관에게 국가공무원법 상 성실의무, 복종의무 위반 사유로 각각 감봉1월과 견책의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을 뿐이다. 그에 비해 이 사건의 피해자인 최씨는 2015년 12월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정식기소되었다. 경찰은 불법체포·감금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는 이번 사건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형사소송법의 예외 조항을 악용하여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찰의 관행이라고 본다. 체포 현장에서 영장 원본을 제시했다면 영장의 유효기간 확인도 곧바로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체포영장의 원본 제시 원칙 준수를 포함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6년 6월 14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사회변혁노동자당,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