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일보 등 언론보도를 통해, 중앙 및 지역 전파관리소가 전파 감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통신 내용을 감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전파관리소가 사기도박단이 이용한 주파수 탐지 과정에서 법원의 감청 영장도 없이 이들의 영상과 대화를 수집한 것이다. 광주뿐만 아니라, 대전, 강릉 등 다른 지역 전파관리소에서도 전파 감시 업무를 수행하면서 불법적인 감청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고, 중앙전파관리소 홈페이지에서도 단속 사례로 ‘불법감청설비를 이용한 사기도박단 검거’에 대한 2007년 사례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현재 해당페이지 삭제됨. 중앙정파관리소 불법 감청 관련 기사 링크) 이러한 관행은 이미 전국의 전파관리소에서 오래 동안 지속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에 의한 전방위적인 국민 사찰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파 감시 업무를 맡고 있는 전파관리소가 불법적으로 국민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실제로 권한 범위를 넘어 불법 감청을 관행적으로 수행해왔다는 사실은 국가의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감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전파질서유지를 위하여 불법적인 전파 사용이나 불법 감청을 탐지하는 전파관리소의 업무가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불법 주파수나 불법 감청장비 탐지를 넘어, 법원의 영장도 없이 그 내용을 감청한 것은 전파법 등에서 허용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전기통신의 감청을 금지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전파법 제49조 등에 따른 전파감시의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적용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지만,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및 전파법 제49조 모두 그 전제로서 ‘전파(이용)질서 유지’임을 밝히며, 전파관리소의 전파감시 업무를 품질 ‘측정’이나, 혼신을 일으키는 혹은 허가받지 않은 전파·통신의 ‘탐지’로 엄격히 국한시키고 있다. 나아가 전파관리소의 전파감시 업무 상 필요한 자료조사 및 조치 등 역시 ‘전파이용질서의 유지 및 보호에 필요한’ 범위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전파법 시행령 제70조). 즉, 통신비밀보호법 적용의 예외가 되는 전파법 제49조는 전파관리소가 혼신·불요·허위 통신 등의 감시 업무 중 지득한 통신 내용(영상) 그 자체를 수집하는 것까지 허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번 광주전파관리소의 사례와 같이, 설사 불법도박단에 대한 수사에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전파관리소가 통신 내용 그 자체 지득하고 저장하는 등의 전파 감청을 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영장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파 및 통신 감시와 관련된 고도의 기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전파관리소가 사기도박단 검거를 위한 감청 뿐만 아니라, 다른 부당한 목적으로도 감청을 하는 것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과 상급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에 드러난 광주전파관리소의 사례뿐만 아니라, 전국의 전파관리소에서 수행하고 있는 전파 감시의 관행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수행할 것을 요구한다. 지역의 전파관리소가 전파 감시 및 탐지 용도로 어떠한 능력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지, 나아가 전파관리소의 전파 감시 및 탐지 업무가 전파법이 정한 입법목적 범위 내에서 절차적으로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불법 감청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전파법 등 관련 법제를 개선하고, 불법 감청을 막기 위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6년 3월 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진보네트워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