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표현의자유

정부 비판 여론에 ‘괴담’ 운운하는 정부

By 2011/11/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논평]

 
정부 비판 여론에 ‘괴담’ 운운하는 정부
 
 
‘허위의 통신’ 위헌 결정 후 채 일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정부 비판 여론에 ‘괴담’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하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 
 
검찰은 7일 오후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경찰청, 외교통상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안대책협의회’를 열고 SNS, 인터넷 등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허위사실 유포’를 하는 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형사처벌할 수 없는 자’에게는 관련 기관이나 단체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에 대하여 검찰 등 관계당국이 ‘괴담’이라며 선제적인 엄포를 놓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에는 ‘광우병 괴담’에 대처하겠다며 사문화되어 있던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의 통신’ 조항을 무덤 속에서 불러왔다. 2010년에는 ‘천안함 괴담’이나 ‘연평도 괴담’을 수사하겠다며 지인들에게 휴대전화나 인터넷 메신저로 장난문자를 보내거나 전쟁이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전송한 이들을 기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28일 ‘허위의 통신’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결정은 ‘공익’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정부의 관행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올 3월 일본 원전 사고로 방사능 물질이 한국에 상륙한다는 ‘방사능 괴담’을 다른 법률로 처벌하겠다고 밝혔었고, 검찰은 이번에 또다시 ‘괴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FTA 반대 여론을 처벌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도대체 무슨 법률로 국민의 의견을 처벌하겠다는 것인가? 이러한 검찰의 행태는 정부의 발표와 다른 국민의 여론을 모두 ‘허위’로 간주하는 정치적 판단을 전제하고 있다. 또,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선제적으로 밝히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위축시키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뻔뻔하고 위헌적인 정치적 검열이 아니라면 이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 것인가. 
 
엄중히 경고한다. 검찰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 행위를 계속할 경우 또다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는 법적 근거도 없는 국민 협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정부 비판에 ‘괴담’이란 없다.
 
 
2011년 11월 7일
진보네트워크센터 

2011-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