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허가-특허 연계의 예견된 피해를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라!
한미FTA비준안을 당장 폐기하라!
한미FTA비준안에 대해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의약품의 품목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는 제도를 도입하기위한 약사법개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한다는 소식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현행 제도하에서도 특허법 및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명된 의약품을 제조․수입하는 경우는 위법에 해당”된다며 현행제도와 허가-특허 연계 도입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하에서는 특허권 침해여부에 대해 식약청은 관여할 의무가 없고,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명되기 전’에 의약품을 제조,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엄청난 피해와 제도의 변화를 예고한다.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특허정보만 등재하면 후발의약품의 시장 진입이 자동으로 막히기 때문에 특허권자에게 연계할 특허를 많이 만들려는 동기를 부여한다. 특허권자는 하나의 의약품에 대해 하나의 특허만 등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형을 바꾸거나 구조를 조금 변경하여 새로운 특허를 받고 이를 계속 등재하여 연계되는 특허가 늘 살아있도록 하는 전략(이를 ‘에버그리닝(evergreening)’이라 함)을 궁리하게 되고, 이는 미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의 조사(2002년)에 따르면, 의약품 특허 침해소송에서 특허권자가 패소한 비율은 무려 73%나 된다. 이 가운데 특허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56%, 특허가 무효라는 판단이 46%이다. 즉 약 80%에 가까운 무효율을 보이는 의약품 특허에 허가를 연계시켜 제네릭 의약품의 시판이 지연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특허권자를 상대로 배상을 받을 수 없고,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환자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즉, 전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뿐만아니라 특허권자는 제네릭의약품의 출시를 지연시키기위해 특허소송에서 법원의 판결이 나기전에 보상을 해주고 합의를 유도하기도 한다(이를 ‘Pay-for-delay’ agreement라고 함). 미 연방무역위원회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1월~2009년 9월사이에 ‘Pay-for-delay’는 보상없는 합의에 비해 평균 17개월 더 제네릭의약품 출시를 지연시켰다. 값싼 제네릭의약품을 사용할 기회를 막기 때문에 미 국민들은 연간 35억달러(약 4조)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추산했다.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Pay-for-delay’는 2007년에 14건, 2008년에 16건, 2009년에 19건, 2010년에 31건으로 점점 늘어났다. 미 행정부는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를 포함한 연방보건프로그램의 재정낭비를 막기위해 올해 9월에 발표한 ‘경제성장과 적자감소를 위한 대통령계획’에 ‘pay for delay’금지를 포함하였다.
허가-특허 연계는 한미 FTA 의약품/의료기기 협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임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비용·편익 비교 분석 결과 ‘단기적으로 국내제약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산업이 선진화된 산업구조로 재편되어 국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이라는 추상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을뿐이고, 의약품 가격과 건강보험재정 및 환자의 접근권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허가-특허 연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특허권자의 에버그리닝 전략으로 인한 부실 특허 양산, 지나친 독점 보장에 있고 그 피해는 약값 폭등, 보험재정파탄으로 이어져 국민들에게 전가됨에도 불구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허가-특허 연계로 인해 제네릭의약품 출시 지연, 이로 인한 연방보건재정 낭비 등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위해 그 피해를 국민들에게 전가하려는가?
누가, 어느 정당이 국민에게 피해를 주려는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허가-특허연계제도를 도입하기위한 약사법 개정안과 한미FTA비준안을 즉각 폐기하라!
2011년 10월 25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GIST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한국신장암환우회, HIV/AIDS감염인단체 러브포원, PL Community 건강나누리, 환자복지센터,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공공의약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젊은 보건의료인의 공간 ‘다리’, 건강세상네트워크,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201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