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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감청 현황 등에 대한 논평

By 2011/05/0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논평]

2010년 감청 현황 등에 대한 논평
 
오늘(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10년 하반기 감청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현황"을 발표하였다. 오늘의 발표는 내용상으로도 지적할 점이 수두룩하지만, 무엇보다 발표 시점의 문제가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된 후 감청실태 등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규정에 근거하여 방송통신위원회는 매년 두차례 반기별 감청실태를 발표해 왔다. 그런데 매년 3월, 늦어도 4월에는 발표되었던 하반기 감청 실태가 올해에는 평소의 시점을 훌쩍 넘겨 오늘에서야 발표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태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황 자료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먼저 감청의 문제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감청건수가 2010년 하반기에 492문서로 전년 동기(717건) 대비 31.4% 감소하였다고 발표하였지만 이는 문서당 그렇다는 말이다. 한 문서에는 여러 개의 전화번호나 아이디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정확한 감청 현황은 전화번호나 아이디 수를 보아야 한다. 그 결과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인정한대로 2010년 하반기에 전화번호/아이디수가 3,189개로 전년 동기(3,095건) 대비 3% 증가하였고, 문서 1건당 전화번호수는 4.32개에서 6.48개로 증가하였다. 감청이 동년 대비 증가한 것이다.
 
기관별로는 국정원 감청의 문제를 또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적으로 2010년 하반기 국정원 감청이 전년 동기에 비해 38.8% 감소하였다고 발표하였지만 이것은 문서로 보았을때 그렇다는 것일 뿐 전화번호/아이디수로 보면 2010년 하반기 3,042개이므로 전년 동기 1.9% 증가한 것이다. 국정원의 감청은 2010년 전체적으로는 전화번호/아이디수 8,391개로 전체 감청(8,670개) 중 90.4%를 차지한다. 현행 국가정보원법상 국가정보원의 국내 범죄수사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일반적인 범죄수사기관도 아닌 국가정보원의 감청이 지나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은 외국인을 감청한다고 할 때 법원의 영장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허가만으로 감청이 허용되고 있음도 감안하면 그 실제 감청 수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오늘 발표된 통계는 사업자를 통한 집계이므로 국정원이 보유한 감청 장비를 통한 직접 감청 수치는 포함되지 않는다. 국정원이 현행 법률의 허가 범위 안에서 적법한 감청을 하고 있는지 법원도, 국회도, 그 어느 누구도 감시감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매체별로 보았을때에는 인터넷 감청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 2007년에는 646문서(전체 대비 56.2%), 2008년에는 646문서(전체 대비 56.1%)였다가 2009년에는 942문서(전체 대비 62.1%)로 크게 증가하였고, 2010년에는 723문서(전체 대비 66.9%)로 나타났다. 2010년의 숫자만 보면 절대 숫자가 줄었지만 비율상으로 압도적이다. 특히 인터넷 감청에는 인터넷 회선을 통째로 들여다보는 이른바 ‘패킷 감청’ 기법이 사용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과도한 인권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경찰의 감청이 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경찰은 2007년 81문서(전체 대비 7%), 2008년 75문서(전체 대비 6.5%)이었던 것에 비해 2009년에는 145문서(전체 대비 11.7%)로 크게 늘었고 올해에는 다시 186문서(전체 대비 17.2%)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이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수사 대목에서 감청을 사용하고 있는지 죄종별 통계 분석이 필요하다.
 
통화내역이나 위치추적, 인터넷 IP주소 등을 제공받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현황을 보면 문서상으로는 전년 동기(122,181문서) 대비 1% 감소하였지만 전화번호/아이디수로 보면 전년 동기(15,778,887개) 대비 12.8% 증가하였고, 문서 1건당 전화번호수는 129.14개에서 147.14개로 증가하였다. 압도적인 것은 경찰의 ‘기지국 수사’이다. 한 기지국에서 신호가 잡히는 전화번호를 모두 쓸어가는 방식의 기지국 수사는, 누차 지적된대로 인권침해가 매우 큰 수사 방식이다. 경찰은 그런 수사 방식으로 2010년 전체적으로 38,706,986개(하반기에만 17,399,997개)의 전화번호를 가져갔으며 이는 2010년 전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건수 가운데 99.6%라는 놀라운 비율을 점했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를 제공받는 통신자료 제공 현황은 2010년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하였지만 2010년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전화번호/아이디수가 7,144,792개로 오히려 전년 전체에 비해 3.9% 증가하였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치이다. 특히 검찰의 비율 증가가 눈에 띄는데, 제공받은 전화번호/아이디수가 2009년 전체 984,611 개에서 2010년 전체 1,323,176개로 34.4%나 증가하였다. 경찰도 5,351,080개에서 5,419,365개로 1.3% 증가하였고 국정원도 72,089개에서 76,018개로 5.5% 증가하였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제공받을 때는 범죄사실을 입증하거나 법원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남발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을 알수 있다. 
 
오늘 발표에서는 전체적으로 보아 감청,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은 물론이고 통신자료 제공 현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국민의 통신의 비밀이 충분히 지켜지기 위해서는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이 통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2011년 5월 4일
진보네트워크센터

201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