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거버넌스입장

[성명서]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의 통과에 반대한다!

By 2003/12/1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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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단체, 현재 국회 과기정위에서 논의중인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의 통과에 반대

[성명]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의 통과에 반대한다!

정부가 제출한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은 인터넷 주소자원에 대한 국가관리를 명분으로 하여 현행 민간재단법인인 한국인터넷정보센타를 국가특수법인인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 개칭, 흡수함으로써 인터넷 주소체계에 대한 국가독점관리체제를 수립하려는 사실상의 인터넷 국가관리체제 도입시도이자 이제까지 국내 인터넷 주소체계의 형성 및 확대, 보급에 성공적인 기여를 해온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모델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역사를 후퇴시키는 처사로서 우리는 이 법안의 통과에 강력히 반대한다.

1. 정보통신부는 최근 진대제 장관이 직접 참여한 유엔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와 그 준비과정을 통해 소위 IT외교 부재 혹은 무능함을 노출시켰고, 이는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특히 인터넷 주소자원문제는 유엔회의에서 인터넷가버넌스(Internet Governance) 문제와 관련하여 국가간의 갈등으로 나타났는데 이미 정보통신부는 작년 ITU회의에서 인터넷가버넌스를 현재의 ICANN이 아닌 각국 정부가 참여하는 ITU에서 다루도록 하자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바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WSIS 준비회의 과정에서 미국과 EU와는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 등의 주장과 사실상 동일한 입장임을 그 이전에 이미 천명한 바 있다. 만약 이번에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은 바로 중국 등과 같이 인터넷주소관리체계를 민간이 아닌 국가가 직접관리체제화하여 법률로 정착시키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몇 안되는 국가의 하나가 된다. 이것은 실제로 인터넷 발전역사에서 하나의 획을 긋는 중대한 변화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신중히 숙고하여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정보통신부의 이같은 처사가 현재 세계적으로 민간중심으로 되어 있는 국제적인 협력구조로부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선례로 손꼽히고 있는 한국인터넷정보센타의 성공적인 국가코드 도메인운용 및 확대보급 성과를 실질적으로 후퇴시키며, 민관협력구조의 이상적인 모델로 간주되어온 현행 국가코드 도메인 주소체계 정책형성과정을 근본적으로 파기함으로써 사실상 인터넷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본다.

2. 국회는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이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로 법안심사소위를 거쳤으므로 상임위원회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신중하게 처리하여 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

국회는 지난 11월 26일 신규 법안의 경우 반드시 거치도록 되어 있는 공청회를 당시 국회 파행으로 인하여 간담회로 진행하였으며, 시민사회단체들과 한국인터넷정보센타 주소위원회 등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이를 사실상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로 통과시켰다. 지난 12월 10일에 열렸던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이 법안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어 정보통신부가 이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키로 하였으나 정보통신부는 단지 9조 한 개 조항을 삭제하고 5조에서 형식적으로 위원수를 약간명 늘리는 식으로 형식적인 수정에 그쳤을 뿐이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이 법안이 인터넷주소체계와는 실제로 무관한 "한국인터넷진흥원" 설립법안임을 지적하고 이 법안의 제10조와 부칙 2조의 삭제를 요구한 바 있으며, 한국인터넷정보센타 주소위원회는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제6조)을 중심으로 한 수정안을 공식으로 접수시킨 바 있으나 이러한 의견들은 정통부의 법안 수정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보통신부와 과기정통위 전문위원실은 민간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것은 핵심적인 쟁점조항과 관련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이 법안이 제출되는 과정에서 이 법안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받게 될 한국인터넷정보센타의 이사회가 정보통신부로부터 전혀 이 법안에 대한 사전협의를 받은 일도 없으며, 한국인터넷정보센타 주소위원회의 의견조차 정보통신부의 법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국회에 법안을 상정한 이후에 조차 정보통신부가 전혀 이같은 의견수렴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정부의 입법절차가 이러했을 뿐만 아니라 민의수렴의 장이어야 할 국회조차 이같은 의견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로 법을 통과시키려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3. 우리는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이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의 향후 이용과 관련하여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충분한 사회적인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으며, 법안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주어지지 않은 채로 처리되고 있는 사실에 대하여 우려를 금치 못한다.

현재 국가코드 도메인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인터넷정보센타(KRNIC)은 지난 1998년 기획예산처의 민영화 조치에 따라 전산원으로부터 순수 민간자본 출자에 의해 민간재단법인으로 설립되었다. 한국인터넷정보센타는 국가코드도메인의 보급 확대 및 운영에 있어 세계적인 성공사례에 속하며 이를 지금 이 법안이 의도하는 대로 국가특수법인화해야 할 아무런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 정통부가 이 법안과 비교하고 설명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터넷주소체계는 전파와 같은 유한자원도 아니며, 유선전화와 관련된 일체의 통신서비스를 규율하는 전기통신사업법과는 달리 이 법안은 인터넷 비즈니스 일반에 대한 규제법이 아니고 단지 인터넷 주소체계를 관리하는 것만을 위한 법일 뿐이다. 정통부가 이 법의 입법취지로 내세우고 있는 도메인분쟁과 관련된 조항도 이미 도메인분쟁에 적용되고 있는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보다 더 진전된 실체적 내용도 없다. 이 법안이 설립하고자 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인터넷주소체계와 관련하여 현재의 "한국인터넷정보센타"(KRNIC)이 하고 있는 일보다 특별하게 새롭게 할 일도 별로 없으며 정통부 역시 그러한 추가적인 새로운 일감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신규법안은 반드시 그 법률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고 믿는다. 현재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은 사실상 그러한 법제정의 정당성이 충분하지 않으며, 유일한 정당성이라고 한다면 인터넷 분야를 관장하는 정통부의 신설 기구를 "한국인터넷진흥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향후 이를 통하여 인터넷 주소체계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공공정책의 개발을 그 기구에 맡기겠다는 드러내놓고 있지 않은 숨은 동기일 뿐이다. 우리는 또다시 국회가 정보통신부가 이미 비슷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수없이 많은 산하기관을 중복운영함으로써 국가예산을 낭비하고 타 부처와의 갈등만을 양산하는 일을 되풀이하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법안이 이번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계류되어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사회적 공론화와 충분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서 새롭게 상정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서 향후 정보통신부와도 긴밀하게 협의하여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에 의견을 모으고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여 이같은 법안이 제정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보다 이 법안에 대하여 심사숙고하여 사회적인 갈등을 심화하기 보다, 새로운 사회적 합의의 틀을 만들어 정보사회발전을 이룩하는 일을 선도해 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

2003년 12월 17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평화마을 PeaceNet

200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