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 탄생~~~

By 2004/06/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PC통신 이야기

김형준

91년 12월 15일자 <한겨레> 사회면에 아래와 같은 기사와 나왔다.

“14일 오후 한국경제신문사가 제공하는 컴퓨터통신망 케텔(KETEL)의 공지사항란에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에서 알려드립니다’란 제목의 이색 제안서가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컴퓨터를 이용해 민주화에 기여하겠다는 ‘뜻’ 하나만을 가진 20대 ‘컴퓨터 세대’ 40여 명이 결성한 동호인모임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이하 바통모)’이 창립 1년 여 만에 민주화 지향의 사회단체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정보 및 기술서비스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이 제공하겠다는 서비스는 컴퓨터를 이용한 모든 영역을 거의 아우른다. 개인용 컴퓨터만으로도 회원관리, 회계관리 등 기본적인 자료관리에다 웬만한 여론조사결과 분석도 겸할 수 있다. 컴퓨터에 모뎀을 부착해 통신망에 가입하면 관련 단체끼리 문서 주고받기에서 각종 정보교환도 가능하다. 이런 식의 ‘무궁무진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용방법 교육에 간단한 고장수리까지 무료로 도맡겠다는 것이다.”

1990년대 PC통신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바통모에 대해 언론에서 보여준 첫번째 관심(?)이었다. 이로부터 또 일년 후 바통모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을 통하여 좀더 사회에서 알려지게 된다. 바통모 회원 중 일부가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개표 결과를 독자적으로 집계하는 일을 한 것이다. ‘92년 대통령선거 컴퓨터개표 감시단 활동’인데 전대협의 협조를 받아 전국 각지로 내려가 부정선거 감시활동을 하던 사람들에게 컴퓨터 통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가르쳤다. 그리고 전국 308개 개표소에서 그곳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매 시간마다 달라지는 개표결과를 한데 모았고 부정개표행위가 있는지에 대한 감시효과도 노린 것이었다. ‘대통령선거 컴퓨터개표 감시단’은 ‘순수민간단체’로서 건국이래 최초로 대선개표결과 독자집계(?)를 하려 했던 바통모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월간진보 94년 5월, ‘전자 민주주의를 열어가는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중에서).

바통모의 출발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8년 10월 <한겨레> 신문이 창간되면서 진보적 통신인들은 한국PC통신 측에 <한겨레> 기사도 함께 게재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요구는 거절당했고 일부 통신인들은 직접 <한겨레> 기사를 타이핑해서 케텔 게시판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그런 통신인들이 모여 처음엔 ‘한국민주통신동호회(이하 한민동)’이라는 단체를 결성, 200명의 발기인을 모아 동호회로 만든다는 목표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끝내 ‘한민동’이라는 이름의 단체는 탄생하지 못했고 ‘대중 가운데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 있고, 우리의 지향을 더욱 잘 나타낼 수 있는 이름’으로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을 정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통신동호회와 달리 바통모는 이후에 수없이 생겨날 진보적인 통신동호회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분과체계’를 두었다. 그리고 각 분과는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소모임 활동을 전개하였고 온라인 활동뿐 아니라 오프라인 활동도 적절하게 병행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진보적인 통신동호회가 따라하는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는 모범이 되었다. 바통모는 사회, 과학기술, 문화예술, 여성, 청소년 5개 분과로 구성되어 있었다.

200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