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월간네트워커

포기보다 거부를!

By 2004/03/08 10월 29th, 2016 No Comments

http://

서현주

"왜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세요?”

벌써 몇 번째 이런 전화를 받았는지 모른다.
세칭 ‘사건’이 터지면 이런 전화를 받게된다. 대부분은 기자들이 사건과 관련된 의견을 묻기 위한 전화지만, 간혹 ‘사건’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입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따지거나 궁금증을 풀어달라는 진정한(?)시민들의 전화도 있다.

“자기네들은 내용만 보려고 해도 로그인 하라고 하면서, 왜 정부가 하는 건 반대죠?”

“게시판들 들어가 보셨어요?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잖아요”

“할 말이 있으면 이름을 밝히고 하라는데 그게 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나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나서 설명을 시작한다.

“단체들의 성명서나 기사는 보셨어요? 선거와 관련된 게시판이 다 실명으로 운영될 거여요”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회원가입을 하거나, 매번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쳐서 본인확인을 한 후 실명으로 써야할 겁니다”

“인터넷에 간단한 의견하나 올리려고 해도 로그인하거나 주민등록번호를 쳐야하고… 지금도 지겨운데, 선거 때 한마디 할 때마다 ‘그 짓’을 반복해야 한다고 하니 얼마나 난감한 일입니까. 그래도 할 말 다 할 수 있겠어요?”

마침내, 수화기 너머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게 눈에 보인다.

“안 쓰고 말지. ‘그 짓’을 어떻게 해요”

겨우 인터넷 실명제의 부당성은 설득했지만, 답답한 마음은 여전하다.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되면 이들은 선거 때 게시판에 글 올리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말 것이 아닌가.

결국 불복종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인터넷 언론사들과 시민사회단체, 선거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려는 모든 사람은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익명의 광장에 모여든 네티즌들의 힘을 모아 정치를 바꾸고,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하고 있는 국회를 개혁해야 한다. 그러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처벌규정도 당연히 휴지쪽지가 되지 않을까.

 

 

2004-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