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비법 체계로 통합해 통신이용자정보, 통신사실확인자료 수준으로 보호해야
제공요건 강화와 법원 허가제, 사후구제와 파기 규정 등 필요
국회 토론회 <지속되는 통신사찰, 진단과 해법> 개최
1. 지난 8월 1일 문자 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명목으로 3천여 명에 이르는 통신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제1부(조회 당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강백신 부장검사)가 수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적법하게 조회하였다고 해명하였으나, 대통령 1인의 명예훼손을 수사하면서 3천여 명이 넘는 통신이용자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이토록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것이 과연 비례성을 갖춘 수사인지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회 시점으로부터 7개월이나 지나 통지한 것 역시 개정「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2024년 1월부터 도입된 통지의무화 제도의 도입 취지를 형해화하는 것이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2.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수사기관이 통신이용자정보를 ‘수사상 필요’라는 광범위하고도 포괄적 요건에 따라 사업자로부터 수시로 요청, 수집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제83조의 문제를 지적해왔습니다. 이에 통신이용자정보의 수집 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가 9월 4일(수) 국회 제6간담회실에서 국회토론회 <지속되는 통신사찰, 진단과 해법>을 개최하고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3.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동대학교 유승익 교수는, 통신이용자정보 보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헌법적 관점에서 제시하였습니다. 우선 법원의 허가를 요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수집과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을 통해 제한되는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표했습니다. 통신이용자정보가 통신내용은 아니지만, 이들 정보를 토대로 개인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한다면 관계망 등 관련된 개인에 대한 프로필을 형성하는 수단을 제공하여 실제 통신내용만큼 민감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에서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식별번호이자 표준식별번호로서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라는 점에서 유출이나 오남용되는 경우 사생활 침해, 감시 등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유 교수는 △개인을 식별하고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이자 기본정보라는 점, △이용자 개인뿐 아니라 그와 송수신한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다는 점, △헌법상 기본권에 의해 보호받는 개인정보라는 점에서 통신이용자정보에 대한 헌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요청하는 이용자정보의 주체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님에도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제공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정보주체가 저지할 수단도 없다는 점에서 강제처분적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사전적 통제수단이 없는 것은 위헌적이라며 헌법상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사안과 같이 언론인들에 대한 통신이용자정보 조회의 문제에 대해서, 언론인의 취재원 등을 밝혀내 제보자 색출에 악용하거나 취재를 차단, 방해하는데 악용할 우려마저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경우 언론의 자유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통지는 사유 등에서 구체성을 결여하였을 뿐 아니라 통지유예사유 또한 자의적인 점을 지적하며 통신사실확인자료와 같이 법원 등의 통제와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4.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채완 변호사는 국가기관에 의한 통신이용자정보 등 메타데이타 수집의 문제는 국제인권법 상 프라이버시권 제약의 문제로 제3의 독립적 기구에 의한 허가, 검토, 권고가 데이터에 대한 감시단계부터 폐기단계까지 모든 단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합법성 /비례성 / 필요성을 갖추기 위한 법률상 요건 강화, △통신이용자수집 제공에 대한 사전적, 독립적 허가와 감독 절차, △정보주체가 충분한 설명과 통지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 △정보주체가 효과적인 구제(배상 및 형사책임을 묻는것 포함)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 △수집된 통신이용자정보 등 데이터는 파기, 정보주체의 권리로서 보장이라는 5가지 원칙을 소개했습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동안 유엔 국제인권기구들은 대한민국 정부에 반복적으로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하여 왔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서채완 변호사는 이번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의 남용을 막기위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체계로 통합하여 규율할 것, △통신사실확인자료에 준하는 보호로써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할 것, △현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수집요건을 압수수색의요건으로 강화할 것, △사후 구제절차 마련, △통지유예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할 것, △파기 절차 마련 등 6가지 측면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통신이용자정보수집의 문제점은 그동안 국회 입법을 통해 개선의 기회가 여러번 있었으나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에 매번 소극적으로 대처한 국회의 책임도 있다고 비판하며, 국회의 입법을 촉구했습니다.
5.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사건과 같이 언론인에 대한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은 통신의 비밀 및 언론의 자유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7개월 동안 언론인들의 정보 조회를 하고 이를 당사자들 모르게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굉장히 위험하고도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언론노조, 뉴스타파 등이 9월 3일까지 제보받은 조회 대상자가 249명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언론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다시 한번 심각성이 드러난 취재원 보호 제도 마련을 위해 언론노조는 지속적 논의를 통해 제도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에서 비껴가 있는 듯 보이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도 언론의 자유의 문제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대응할 것도 요청했습니다.
6.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김영규 실장은 이용자 입장에서도 서비스사업자들이 수사기관에 자발적으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면 마음놓고 이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영장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수긍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두가지 지점에서 우려를 표했습니다. 첫째, 영장주의가 도입되더라도 영장 발부 전 법관에 의한 사전 심문제도 도입 등의 사전 통제 절차를 통해 제한이 이뤄지지 않는 한, 법이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해외사업자는 서버가 국외 있을 경우 정보를 요청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사업자의 플랫폼 생태계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7.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양승국 대외협력실 팀장은 형식적 요건 갖춰 요구하는 경우, 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기 때문에 기관장의 승인 등이 있는 경우, 민간사업자로서 가치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간사업자로서 원칙적으로 현행 법령에 따라 제공하고 있고, 법에 규정된 대로 의무를 이행하고 있고, 법개정 된다면 또 그대로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8. 양홍석 변호사는 통신이용자정보 수집 제도의 근원이 1984년 제정된 「공중전기통신사업법」으로, 당시 전기통신사업자들은 국가기관이었으며 국가기관들 간의 자료제공 행정협조 근거 조항으로 되어 있다가, 1991년 법이 전면개정되면서도 그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된 것이며, 「통신비밀보호법」 제정이 되면서도 분리되면 안되는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확인자료, 통신이용자정보 등이 분리되어 비효율적으로 규율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감청 논란 등을 거치면서 정보요청 주체, 요청방법의 변화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법의 규정들을 수사기관이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양홍석 변호사는 지난 수년간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있었고, 개정 방안도 이미 제시되었으나 개선이 안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양변호사는 이번 사태 이후에도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면서 그 이유가 ‘수사상 필요’가 대한민국에서 신성불가침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성토했습니다. 이를 뛰어넘어 제도개선을 이루려는 국회의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9.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장호 통신자원정책과장은 법무부, 검찰 등 수시기관이 오지 않은 입장에서 크게 말할 것 없다고 하면서, 과기부는 현행법상 통신자료 제공 현황에 대해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관련 통계관리를 하고 있으며 사업자로부터 받은 자료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반기마다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8대 국회부터 매년 법개정안이 발의되고 지속적으로 관련 법개정 논의가 있었고 22대도 박주민의원, 황정아 의원, 박균택 의원 등 이미 3건의 법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어 수사기관 등 국회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개정이 된다면 이후 존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 토론회 좌장을 맡은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서울중앙지검의 대규모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으로 사찰 의혹을 자초한 검찰과 법무부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해명이나 제도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참을 통보해 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였습니다. 이어 국민의 의사교류를 국가가 들여다보고 그 의사소통의 양당사자를 파악하겠다는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국가통치의 대상으로만 보겠다는 것이고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번 기회에 통신규정들이 제대로 개정되고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역할이 크다며 국회의 입법을 촉구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습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시민사회는 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에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끝.
▣ 별첨. 국회토론회 <지속되는 통신사찰, 진단과 해법> 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