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소식지

[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망중립성과 국제 동향

By 2019/10/18 10월 21st, 2019 No Comments

안테나 사진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3.국제 동향

당연히 망중립성이 우리나라에서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망중립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미국에서였다. 각 국 별로 규제 논의가 진행되던 유럽은 유럽 단일 시장을 강화하는 흐름에 따라 유럽 차원의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여전히 망에 대한 접근 문제가 중요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최근 ‘제로 레이팅’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거버넌스포럼과 같은 국제 포럼에서도 망중립성 이슈가 핵심 이슈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3-1. 미국

미국에서도 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전화(mVoIP)나 P2P 등을 차단하면서 망중립성이 이슈가 되었다. 사회적인 논란이 커지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0년 12월 21일, <오픈 인터넷 규칙(Open Internet Rules)>을 발표하게 된다. 이 규칙은 투명성(Transparency), 접속차단 금지(No Blocking), 불합리한 차별 금지(No Unreasonable Discrimination)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접속차단 금지 및 불합리한 차별금지 원칙은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 통신업체인 버라이즌(Verizon)이 FCC가 이러한 규제를 할 권한이 없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14년 4월 항소법원은 버라이즌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이는 FCC의 오픈 인터넷 규칙이 잘못된 것이라는 결정이 아니라, FCC가 ‘정보 서비스’ 사업자에게 그러한 규제를 할 권한이 있는가에 대한 결정이었을 뿐이다. 미국의 통신 규제 체제는 한국과 다른데, 한국에서는 인터넷 접속 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지만, 미국에서는 ‘정보 서비스(information service, Title I)’로 분류되어 한국의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 사업자로 취급되어 ‘통신 서비스’와 달리 사업자에 대한 별다른 규제도 없고 FCC의 규제 권한도 미약했기 때문이다.

결국 FCC는 미국 시민사회의 요구대로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2015년 2월 26일, FCC는 오픈 인터넷 규칙을 다시 통과시켰는데, 이번에는 유무선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자(broadband provider)를 미국 통신법 상 ‘통신 서비스(telecommunication service, Title II)’로 재분류하여, FCC가 망중립성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2010년의 규칙과 달리 모바일 사업자에게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였다. 2015년 3월 23일, 미국의 통신사들은 다시 F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들은 FCC가 유무선 인터넷 접속서비스 제공자를 재분류한 것은 FCC 권한을 넘은 것이라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원이 FCC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6년 6월 14일, 미 연방 항소법원은 FCC의 오픈 인터넷 규칙에 대해 합법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