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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상품의 가치 법칙{/}소프트웨어, 가치는 존재하는가?

By 2004/12/0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좌담

오병일

 

 

 

 

 

 

 

 

네트워크 효과, 정보 지대 개념으로 설명가능한가?

채만수(이하 채): 먼저 오늘 논의의 대상인 정보재의 정의를 MS 오피스와 같은 범용 소프트웨어나 MP3 파일 등 디지털화된 재화로 좁게 규정하는 게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포털 사이트의 수익 등은 성질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논의의 순서는 <진보평론> 논쟁과는 거꾸로, 지대 문제로부터 특별잉여가치 문제를 다룬 후에 정보재의 가치 문제 자체로 넘어갔으면 한다. “지대는 토지 소유와 연관된 것으로 국한해야 한다”며, “(따라서) 토지 소유와 관계없는 문제에 지대 개념을 설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고, 강 교수는 “본래 지대라는 것이 토지지대(ground rent)라고 했을 때, 그 개념을 가상 공간에 대한 사적 소유에서 발생하는 정보지대(information rent)라는 개념으로 확장하는 것도 유의미하다”라고 했다.

우선 지적할 것은, 정보지대라는 개념을 설정하더라도 그 정보지대가 포털사이트의 수익 등과는 관련이 있을지 모르지만 정보재의 가치 문제와 정보지대와 관련한 가상 공간의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 토지소유와 관련해서 지대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 소유가 지표라고 하는 한정된, 혹은 일정한 비옥도나 거래 중심지로부터의 거리라고 하는 제한으로 한정된 것에 대한 소유여서 완전 경쟁이 구조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인데. 하지만 가상공간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고, 사실 존재하는 것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그 네트워크이다. 게다가 이른바 가상공간은 하드디스크 용량이 확장되고 가격이 싸지면서, 그리고 갈수록 많은 컴퓨터가 네트워트로 묶이면서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지대 개념을 설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강남훈(이하 강): 맑스가 <자본론>에서 지대를 설명할 때 농업이 아니라 공업을 예로 들었다. 폭포가 흐르는 곳에 위치한 공장에서 상품을 싸게 생산했을 경우, 그 초과이윤이 지대로 전환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때 폭포의 의미를 땅 조각과 결부되어 있는 생산요소라기보다는 자본에 의해서든, 노동력에 의해서든 재생산될 수 없는 생산요소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땅 조각과 분리된 영역에도 그 개념을 응용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오피스나 윈도 같은 운영체제도 인터넷 포털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판정을 앞두고 ‘다음(Daum)’ 메신저와 MSN 메신저 사이에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MSN’ 메신저를 윈도에 끼워 파는 것인가 아닌가, 그래서 다음 메신저가 피해를 받았는가 아닌가가 쟁점이다. MS 측은 MSN 메신저가 우수해서 사용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다음측은 ‘다른 사람이 MSN을 쓰니까 자기도 MSN을 쓰는 것이지, 기능이 우수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MS측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도시지대의 경우 다른 사람이 다 강남에 몰리고 거기 가면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 강남에 간다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라고 보는 것이다.

채: <자본론> 대로라면 ‘지대는 토지소유가 실현되는 경제적 형태’라고 한다. 물론, <자본론>에서 말했으니까 그것에 따라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강 교수 말대로 토지소유와 관계없이 단지 자본이 재생산될 수 없는 한정된 조건 때문에 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에 동의하더라도, 가상공간은 자본에 의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지 않나?

강:> 중심지로부터의 위치에 따라 도시 지대가 생기는데, 그 위치의 핵심적인 요인은 사람들의 집중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그 위치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지구가 아무리 넓더라도 자꾸 좁은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생기는데, 가상 공간은 지구보다 훨씬 넓다고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밀집되는 공간이 생기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채: MSN 사례를 들었는데, 현상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많이 쓰니까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이 처음부터 MSN을 많이 썼거나 익스플로러를 많이 쓴 것은 아니잖나?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이다. 그건 바로 기본 운영체제를 MS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익스플로러 등을 OS에 최적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이유가 된 것이다. 브라우저를 예로 들면 애초에는 익스플로러보다 넷스케이프를 다수가 썼던 것처럼, 다수가 쓰기 때문에 다수가 쓰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소수가 쓰던 것이 다수가 쓰게 된 건데, 강 교수 논리로 하면 그런 역사적 과정을 사상해버리게 된다.

강: MSN 메신저가 뒤늦게 등장해서 지배적이 되는 동태적 과정은 지대 이외의 다른 논리로 설명해야 한다는 점은 채 선생의 말에 동의한다. 이것은 MS가 독점의 힘을 이용해서 기존의 다음이 가지고 있었던 지대 효과를 극복했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MSN이 일단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난 후에 다른 기업에서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의 상당한 부분은 지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채: 지대 자체에 대한 강 교수의 개념이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지대를 ‘자본(혹은 자본이 고용한 노동)의 생산력과 아무 상관없는 생산 요소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렇게 되면 ‘자연도 가치를 생산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차액지대의 제1형태인 비옥도 차이에 따른 지대를 보면, 이 비옥도 차이에 따른 소출의 차이는 노동생산력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고, 그렇다면 지대는 생산력과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생산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의 생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생산시설이나, 노동수단의 과학성, 노동 조직 등도 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자연 조건이다. 농업에서는 비옥도라든가 기후라든가 등이다. 그런데 지대는 노동의 생산력과 상관없다고 말하고, 한편에서 지대는 생산된 가치라고 말하면, 자연이 가치를 생산한다는 의도하지 않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그런 건 이진경 선생 같은 희대의 천재한테나 떠들라고 하면 되지 않나?) 아무튼, 지대는 분명하게 노동의 생산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 용어의 정확성 문제는 더 검토해 봐야겠지만, 자연이 가치를 생산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차액지대가 노동의 질적 차이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같은 다른 요인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정보재의 경쟁과 특별잉여가치 문제

채: 다음 문제로 넘어가자. 정보재의 가격은 ‘가치+독점이윤’으로 구성되고, 이 중 가치는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일반잉여가치+특별잉여가치+지대’로 구성된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특별잉여가치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는데, 오피스 생산에 평균적으로 드는 시간이 1만 시간이라고 하고, 그 중 5천 시간이 잉여노동시간이다. 그러나 MS 오피스는 1만 시간 이상, 예컨대 3만 시간에 판매되고 있다. 그 이유가 경쟁하는 오피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2만 시간의 독점 이윤이 존재한다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MS는 우수한 기술력으로 실제 오피스를 개발하는데 8천 시간만 들어갈 수 있다. 이때 2천 시간은 특별잉여가치가 된다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것은 논리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 ‘오피스를 경쟁 기업이 생산하는데 1만 시간이 걸린다’라는 앞선 명제와 ‘MS가 경쟁하는 오피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2만 시간이라는 독점 이윤을 획득한다’라는 명제 사이에는 엄청난 충돌이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쟁하는 오피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바로 1만 시간이라는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의 규정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MS 자체가 생산하는 8천 시간 자체가 필요노동 시간이지, 2천 시간이라는 특별잉여가치를 논할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강: 질문을 이렇게 해보자. 경쟁하는 오피스가 있는데, 경쟁기업은 1만 시간이 걸려 만들고, MS는 8천 시간 걸린다. 경쟁하는 오피스는 1만 시간에 팔리는데, MS는 경쟁하는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그래도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3만 시간에 팔 수 있지 않나? 여기서 독점이라는 개념을 넓게 보자면 하나의 기업만이 존재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몇몇 경쟁 기업이 있더라도 어떤 기업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그 또한 독점이다. 만일 MS가 독점력이 전혀 없다고 한다면, MS가 8천 시간에 만들고 다른 기업은 1만 시간에 만들 때, 당연히 2천 시간의 특별잉여가치가 생기지 않는가?

채: 맑스 경제학에서 경쟁하는 상품의 가치를 거론할 때 전제가 되는 것은 동일한 질의 동일한 상품이다. MS 오피스는 한컴 오피스나 스타 슈트와 상식적 개념에서는 경쟁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가치나 가격을 논할 때는 경쟁하는 상품이 아니라 다른 상품으로 봐야 한다.

강: 무엇을 경쟁하는 상품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인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똑같은 상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능에서 비슷하면 경쟁하는 상품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더 비근한 예를 들면, MS 도스와 DR 도스의 경우 기능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런 경우 이론적인 면에서 동일한 상품으로 볼 수 있고, 개별가치의 차이가 난다면 특별잉여가치가 존재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채: 현실적으로 MS 오피스가 압도적으로 독점하는 상황이다. 책상을 생산하는 A회사와 B회사의 비슷한 제품은 사람들이 동질적인 것으로 간주하지만, 다른 오피스와 MS 오피스를 사람들이 대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MS 도스와 DR 도스의 경쟁의 경우에도 사람들이 MS 도스를 선택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DR 도스에 대한 신뢰의 부족 아니었나? 경쟁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의미있는 경쟁은 아니었다고 본다.

강: 현실적으로 이미 독점되어 있어서 경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경쟁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론적으로 보면 경쟁품이 있다면 사회적 가치와 개별 가치의 차이가 생기게 되고, 특별잉여가치를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채: 강 교수의 말대로 경쟁을 인정하더라도, MS의 오피스가 시장을 절대적 지배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피스의 시장가치는 MS 오피스의 ‘가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지, 한컴 오피스나 스타슈트 같은 것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특별잉여가치를 설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정보재의 복제도 생산으로 볼 수 있나?

채: 그럼, 정보재의 가치 문제 자체를 얘기해보자… 강 교수는 정보재의 단위를 카피가 아니라, 버전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는데, 강 교수 글 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이미 발견된 과학적 법칙은 그것을 새롭게 발견하는데 노동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0이다.” 똑같은 논리는 정보재 버전에도 적용할 수 있다. MS가 윈도 3.1을 갖고 있는데, 다시 윈도 3.1을 재생산하는데 노동을 투여하지는 않는다. 과학적 법칙에서도 보다 진전된 법칙을 위해 노동을 투여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를 위해 투여하지 않는 것처럼, MS도 새로운 버전을 만들기 위해 노동을 투여하는 것이지 윈도 3.1 ‘그것’을 다시 재생산하기 위해 노동을 투여하지는 않는다.

채: 소스 코드가 없는 다른 기업은 어떤가? 가치법칙에 의하면 그 기업이 그걸 재생산하는데 얼마나 노동시간이 들어가는가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얼마나 노동시간이 들어가는가가 문제다. 그렇다면 비슷한 개발능력을 가지고 있는 다른 기업에서 윈도 3.1을 만들어낼 때 노동이 들어간다면 가치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채: 윈도 3.1이 시장에 등장해 있으면, 소스 코드가 없더라도 그것을 생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카피하면 되니까. 빌게이츠가 떼돈을 벌었다. 그러면 도스나 윈도를 다 MS가 만들었느냐? 인류 문명의 지적 발전의 성과 위에서 자신의 노동을 극히 조금 더한 것이다. 역사적 발전의 성과 위에서, 그 성과를 자본주의적으로 자기 것으로 전유하면서 조금 덧붙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MS 제품에 경쟁기업 등이 그것을 복제하고 덧붙인다고 해서 문제삼을 수 없다. 지적재산권이라는 규제가 없다면 말이다.

강: 단순하게 카피를 해서는 3.0을 가지고 3.1을 만들 수 없다. 3.1을 만들기 위해서 MS는 약간의 노동만 들어가면 되지만, 다른 기업은 3.0을 만들어야 3.1을 만들 수 있지 않나?

채: 3.0과 3.1은 경제학적으로는 다른 상품이다. 3.0이든 3.1이든 어떤 제품이 만들어지면 그걸 카피하여 재생산하면 되는데, 처음부터 만들 바보는 없다. 카피가 상품의 단위라고 주장하는데, MS가 윈도 XP를 개발해서 100만 카피를 판다고 했을 때, 만일 윈도 XP가 버전 단위로 가치를 가진다면 한 카피는 100만 분의 1이다. 하지만 100만 분의 1의 소스로는 윈도 XP가 될 수 없다. 한 카피는 전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 카피를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고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강: 물론 팔리는 상품으로 보면, 한 카피가 팔린다. 상품의 단위를 무엇으로 봐야지, 노동가치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간 기업이 다리를 건설하고 통행료를 받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채: 혼동하면 안될 것이, 다리의 통행료를 받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고정 자본에 대한 이자와 감가상각비다.

강: 버전도 고정자본과 같은 성격으로 볼 수 있지 않는가? 그리고 사실 소프트웨어는 판다기보다는 사용할 권리를 라이선스를 통해 부여한다는 점에서 통행료와 유사한 점이 있다.

채: MS가 자신의 소스코드를 판다면 유사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통행료와 카피의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통행료 문제는 이론적으로 건물 임대료와 유사하다. 통행료나 임대료는 그 다리나 건물의 카피를 파는 게 아니다. 정보재의 경우는 한 버전을 생산할 때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재생산이 될 때는 노동력이 필요 없다는 특성이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와 발전한 생산력의 충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는 그 충돌 때문에 다시 사적 소유 자체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사적 소유라는 것은 모든 사용, 수익, 처분권을 의미하는데 정보재의 경우는 그 처분권을 폭력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강: 생산력의 사회적 성격과 사적 소유의 충돌이 디지털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점이라는 것은 공감한다. 다만, 정보재의 가치를 완전하게 0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채: 그럼 이렇게 얘기해보자. 몇 카피가 팔릴지도 모르는데 카피의 가격이 도대체 뭐냐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그것이 가치실현의 불확실성의 문제라고 반론했다. 그런데 일반 상품의 경우는 시장에 들어올 때 자기 가치를 갖고 들어오지만 시장가격에 맞지 않을 때는 도태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보재의 경우는 좀 다르다. MS 오피스 한 카피의 가격이 무엇에 근거해서 정해지냐? 이건 순전히 MS의 주관적 의지이다. 예를 들어, 보급판 같은 경우는 원 제품을 수정해서 더 많은 노동이 들어감에도 더 싸게 팔리기도 한다.

강: 정보재의 경우도 가격이 잘못 정해지면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다리 통행료는 어떻게 정해지냐? 통행료를 계산할 때 예상되는 통행량과 투하된 가치 등을 고려하지 않나? 기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잘못 설정되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채: 다리의 비유는 잘못되었다고 본다. 완전히 본질이 다른 것이다. 버전은 카피 그 자체가 생산이니까 누구에 의해서나 생산될 수 있고 또 그것이 완전한 기능을 하지만, 다리는 절대 복사할 수 없는 것이다. 법적인 규제만 없다면, 소스 코드가 없더라도 제 기능을 하거나 다시 판매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강: 채 선생은 복제 가능성을 말하는데, 복제를 생산이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복제가 생산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생산이라고 규정하려면 그것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다른 문제가 있으면 수정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복제할 수 있다고 업그레이드나 수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법칙과는 달리, 응용 프로그램을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이 들어가야 한다.

채: 재생산과 수정은 다른 문제이다. 윈도 3.0과 3.1이 다른 상품인 것처럼, 정보재 생산에서 수정은 새로운 상품의 생산이다. 가치 크기의 문제는 과거에 투여된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재생산에 투여되는 노동의 문제인데, 이미 있는 버전의 소스 코드 재생산은 MS조차 안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버전의 소스 코드를 재생산할 이유는 MS에도 없고, 다른 기업에게도 없다.

강: 정보재의 가치가 있다고 계속 주장하는 이유는, 일단 자본주의의 전망에 대해 채 선생과 다른 견해가 있는 것 같다. 만일 정보재의 가치가 0이라면 특별잉여가치도 일반잉여가치도 없는 것이고,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수탈 혹은 정보이전이 되어 버린다. 정보 산업이 커질수록 자본의 총량은 늘어나겠지만 잉여가치의 총량은 늘어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이윤율 저하의 경향이 강력하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전망을 가지고 있다. 가치가 이전되는 부분이 상당히 클 수 있지만, 정보 산업의 일부분에서는 분명하게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있다고 본다.

채: 정보재의 가치는 0이기 때문에 그 재생산에서는 잉여가치도 특별잉여가치도 생산하지 않는다. 예컨대 MS의 이윤은 전부 이전된 것이고, 지적재산권제도라는 법률적 국가 폭력이 그것을 보장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제도가 없어지는 순간 MS는 윈도즈로도 오피스로도 어떤 이윤도 올릴 수 없지 않은가?

강: 복제할 수 있는 것은 가치가 0이라고 보는데, 과학적 법칙인 E=mc2를 누구나 쓸 수 있다고 해서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을 재생산한다는 말은 사람들이 재생산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 그렇지 않다. MS도 주어진 것을 활용하고 있을 뿐, 자신의 상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별개의 문제이다. 어떤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개념을 심화시키는 것과 같은 문제다.

강: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어떤 상품의 가치가 0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 상품의 생산에 노동을 배분하지 않아도 사용가치가 확보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채: 리눅스와 같은 공개 소프트웨어의 경우 그 가치는 0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걸 처음 생산하기 위해서 사회적 노동이 배분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걸 재생산하기 위해서 사회적 노동이 재배분되어야 할 이유는 없고, 가치는 상품생산 사회의 사회적 관계다. 윈도 XP를 재생산하는 데는 아무런 노동이 필요 없기 때문에 만일 법률적 강제만 없다면 그것은 상품으로 생산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강 선생은 지난 번 저서에서 정보상품의 상품화 문제를 굉장히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만일 정보상품이 아니라 시계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 상품화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정보재는 지적재산권에 의해 인위적이고 작위적으로 상품이 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법적 제한이 없어지는 순간 이 상품의 가격은 0이 된다. 그게 바로 정보상품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강: 물론 상품의 성격을 잃어버리면 가치가 0이 된다. 하지만 법률적인 지원을 받아 상품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상품인 한에 있어서는 가치를 갖게 된다고 본다.

채: 강 교수는 법률에 의한 독점가격을 본의 아니게 합리화시켜 주고 있다고 비판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정보재의 성격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충돌로 설명해야지, 가치가 없는 것을 가치를 갖는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순전한 독점가격으로서의 정보재 가격이 가치를 갖는 것으로 합리화시켜 주고 있다는 것이다.

강: 복제가 생산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거기 들어간 지식을 기본적으로 경쟁기업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오픈 소스 운동에서 MS가 소스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만일 MS가 사라지면 이후에는 다시 처음부터 개발을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재생산에 노동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복제와 생산을 바라보는 개념이 달라서 서로를 설득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럼 현대 자본주의가 가치이전에 기반한 기생적 자본주의로 보는 건가?

논쟁이 자본주의와 운동에 대해 갖는 의미

채: 정보상품의 가치가 0이고 독점 가격에 의해 가격이 설정된다고 해서 자본주의 전체가 기생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MS나 퀄컴 같은 회사가 독점 이윤을 통해 다른 곳에서 생산된 가치를 이전 받는 것은 기생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상품은 자본주의 상품생산을 자동화하거나 다른 생산을 활성화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정보재 가격 문제를 자본주의 전체의 기생성 문제로 곧바로 직결시키는 것은 과도하다. 자본주의는 정보화 혁명을 통해 생산력을 혁신해가면서 자기 모순을 심화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강: 독점가격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독점 가격으로 보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굳이 전망을 얘기한다면 정보 혁명이 단지 모순이 심화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역동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채 선생과 저는 모두 노동가치론을 받아들이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주류 학문 내에서는 정보사회를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라든지 지식이 중심되는 지식기반경제라는 식으로 규정하는 이론들이 유행하고 있는데, 노동가치론은 이러한 환상적인 전망들을 비판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선생과의 차이는 노동가치론을 가지고 정보재를 설명할 때, 어떤 것이 더욱 올바른 설명인지를 엄밀하게 따져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라고 생각한다.

 

 

채만수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장)

“정보재의 경우는 한 버전을 생산할 때는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재생산이 될 때는 노동력이 필요없다는 특성이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와 발전한 생산력의 충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근 주류 학문 내에서는 정보사회를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라든지 지식이 중심되는 지식기반경제라는 식으로 규정하는 이론들이 유행하고 있는데, 노동가치론은 이러한 환상적인 전망들을 비판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

200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