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샬롯의 이야기

By 2004/07/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메신저

김태형

요즘 TV에선 종종 이라크 파병문제로 시끄러운 것 같다. 이라크 전쟁이 끝난 지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 이렇듯 제3국까지도 시끄러워야 하다니…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고 얼마 뒤인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메일 리스트에서 차례차례 메일을 읽어가던 중 ‘솔로문닷컴(http://www.solomoon.com)’이라는 홈페이지에서 보내준 글들을 읽게 됐다. 이라크에서 사고로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처절한 어머니의 사진을 배경으로 글들이 조금씩 조금씩 올라왔다. 배경그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서서히 내 마음을 적셔 왔다. 특히 그 그림의 표정은 오염된 폐수에서 헐떡거리는 물고기 같았다.

“우리는 사람들이 미래를 훔치려 할 때 화가 납니다.
여러분은 내 모습을 떠 올려야 합니다.
사람들은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린다고 하면, 군복을 입은 사담 후세인의 얼굴이나 총을 들고 있는 검은 콧수염을 기른 군인들이나 알라시드 호수바닥에 ‘범죄자’라는 글씨와 함께 새겨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걸 아세요? 이라크에 살고 있는 2천400만 명중에서 절반 이상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라는 걸. 이라크에는 1천200만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저와 같은 아이들이요.”

이 글을 읽고 당시 나는 오랫동안 감동에 북받쳐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난다. 샬롯이라는 13살 이라크 소녀가 우리에게 던지는 전쟁의 메시지가 내 마음속에 비수같이 꽂혔기 때문이다. 샬롯은 이라크가 전쟁으로 입는 여러 가지 피해를 조목조목 우리들에게 알렸다. 정신적 피해, 육체적 피해 등등 평생 잊지 못할 악몽들을 이라크의 사람들이 지금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 TV에서도 연일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다친 사람들의 모습이 화면 가득히 방영됐다.

팔이 짤린 아이, 다리가 반쪽밖에 없는 아이들…

6살의 한 어린이는 전쟁을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으며 11살의 한 소녀는 “윗사람들이 의견이 맞지 않아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진난만해야 하는 아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전쟁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보고 이라크의 현실이 정말 비참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들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라크 인구의 반 이상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라는 것을… 그들이 전쟁으로 인해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게다가 우리는 ‘전쟁’이라고 하면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나 그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될 나라의 주요인물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로 잘못된 생각이다. ‘전쟁’이라고 하면 그 나라에서 가장 피해를 받는 사람을 생각해야만 한다.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부시대통령이나 사담 후세인은 알고 있을까? 그렇게 쉽게 시작된 전쟁이 오늘 우리나라에서까지 ‘파병을 해야된다, 말아야한다’로 연일 시끄럽기 그지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전쟁은 없어야 할 것 같다.

※ 샬롯의 호소문을 보시려면
http://solomoon.com/spboard/board.cgi? id=0006&action=view&gul=793&page=32&go_cnt=0
주소를 주소창에 입력하시면 됩니다.

 

 

200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