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나는 온라인/인터넷/웹을 잘 모른다’

By 2004/06/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사이버 페미니즘

조지혜

여성주의 사이트를 5년 째 운영하다 보니, 여성운동단체나 여성학 관련 연구소 등에서 홈페이지 제작 의뢰나 온라인 사업 운영에 대한 자문을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일을 맡은 담당자와 논의를 하다 보면, ‘아, 온라인을 대하는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어려움이 정말 크겠구나’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html이니 서버니 하는 구체적인 기술들을 잘 모른다는 점도 있지만, 온라인에서 돌아가는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그 과정 자체를 잘 모른다는 점이 큰 듯싶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점은 활동가 스스로가 ‘나는 온라인/인터넷/웹을 잘 모른다’며, 지레 겁먹고 위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어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여성 운동을 비롯한 NGO 활동 전반에 있어서도 온라인의 활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은 이제까지 NGO에서의 온라인 활용이나, 아예 온라인을 비영리적 활동근거지로 삼고 있는 경우들조차도 아주 새롭고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했던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기술보다는 기발한 컨셉과 아이디어가 중요했고, 기술은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면 충분했던 것이다.

물론 이는 대부분의 NGO에 온라인 관련 부서가 따로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매우 적은 수의 인력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고급 기술을 갖춘 전문 인력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온라인과 관련된 사업은 따로 떼어서 외부 업체에 맡기거나 자원봉사 인력에 기대어야 하는 실정. 그러다 보니 내부적인 경험의 축적이나 기술적인 노하우의 습득은 더욱 더 힘들다.

기계나 기술은 자신과 먼 것으로 알고 자라온 여성 활동가들에게는 온라인이라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한 정보에서도 소외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더욱 어려울 밖에.

물론 외부에야 IT 전문 교육 기관들도 있고, 기술적인 학습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커뮤니티 센터며 문화센터에 개설된 소프트웨어별 교육 과정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 넉넉지 않은 활동가의 수입, 그리고 항상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안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란 만만치 않다. 다행히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해도, 기술적인 면 뿐만 아니라 NGO 활동에서 더욱 중요한 ‘온라인을 바라보는 눈’을 기를 수 있을 리 없다. 예컨대, 성인적 관점에서 필요한 홈페이지 제작과 운영의 태도라든가, 온라인상에서의 개인 정보수집 및 공개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어디에서 배우고 생각해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온라인에서의 전략과 사업을 구상하는 NGO들이 언제까지나 외부 업체와의 협상이나 자원봉사자의 확보만을 떠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NGO의 시각에서 필요한 온라인/사이버스페이스의 활용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필요한 프로그램과 그를 축적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스스로가 현재의 활동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하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획을 하고, 그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자원을 가진 곳에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왕에 각 정부 기관, 기업의 공공기금, 재단 등 비영리적 활동을 지원해주는 곳들, 일명 쌈짓돈을 가진 곳에서도 자신들이 편하고 때깔 좋아 보이는 일들에만 솔깃할 것이 아니라 NGO의 활동에서 정말 필요한 것을 여러 측면에서 뒷받침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각자 무엇을 가지고 있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안다면, 상황은 훨씬 나아질지도 모른다.

200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