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매킨토시에 숨어있는 유닉스

By 2004/06/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맥으로 살아남기

신기섭

킨토시 컴퓨터에는 그동안 ‘맥오에스’라는 독자적인 운영체제가 사용됐다. 윈도, 유닉스, 리눅스와도 전혀 다른 운영체제다. 그런데 약 3년전 애플컴퓨터는 운영체제를 완전히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겉모습은 맥오에스이지만 밑바탕은 유닉스인 ‘맥오에스텐’이다. 맥오에스텐은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유닉스”, “전세계에서 데스크톱 컴퓨터에 가장 많이 보급된 유닉스”로 꼽힌다.

하지만 수많은 유닉스용 프로그램을 맥오에스텐에서 직접 쓸 수는 없다. 복잡한 기술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프로그램 코드 차원에서 뭔가가 호환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유닉스나 리눅스 프로그래머들이 프로그램을 맥오에스텐용으로 바꿔서(포팅해서) 내놓고 있다. 애초 리눅스용으로 개발됐지만 요즘 매킨토시 사용자들에게도 사랑받는 ‘엠플레이어’라는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덕분에 매킨토시 사용자들이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쉽게 유닉스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있다.

‘X11’이라는 것이다. ‘엑스윈도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 X11은 도스와 같은 문자 위주의 유닉스 운영체제에 윈도처럼 그래픽 중심의 기능을 추가해 주는 것이다. 유닉스 쪽에서 널리 쓰이는 이 X11의 매킨토시판이 맥오에스텐에 들어있다. 이 덕분에 유닉스나 리눅스 프로그램을 훨씬 쉽게 매킨토시용으로 바꿔 쓸 수 있게 됐다. 매킨토시 사용자들은 유닉스용으로 나와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세한 정보는 ‘엑스온엑스 프로젝트’ 사이트(sourceforge.net/projects/xonx)에서 얻을 수 있다.

맥오에스텐용 ‘X11’이 등장하면서 가능해진 것 가운데 하나가 ‘다윈 프로젝트(darwine.opendarwin.org)’라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윈도용 프로그램을 유닉스나 리눅스에서 실행시킬 수 있게 하는 오픈소스 개발작업인 ‘와인’을 다시 매킨토시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아직 개발 초보단계이지만, 지뢰찾기 같은 간단한 게임을 실행시켜본 결과 속도에 있어서는 상업용 프로그램인 ‘버추얼피시’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버추얼피시는 매킨토시안에 윈도를 실제로 설치해서 작동시키는 이른바 ‘에뮬레이터’인 반면 다윈은 윈도 운영체제에 의존하지 않고 윈도용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방식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X11이나 와인, 다윈 등이 모두 여러 프로그래머가 힘을 합쳐서 만들고 프로그램 코드까지 공개하는 오픈소스 작업들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도 맥오에스텐은 폐쇄적인 운영체제인 ‘맥오에스’와 확연히 차이난다. 맥오에스텐은 오픈소스 운동에 호응하고 오픈소스 운동의 성과를 이용하며, 또 어떤 면에서 오픈소스 운동에 힘을 보탠다. 애플이 맥오에스텐에서 기본 웹브라우저로 설정되어 있는 ‘사파리’를 오픈소스로 개발된 웹브라우저를 바탕으로 삼아 개발했다는 사실만 봐도, 맥오에스텐과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 진영의 관계를 알 수 있다.

특별한 이유없이 그저 ‘맥오에스’를 계속 쓰고 있다면 이제 ‘맥오에스텐’으로 운영체제를 바꿔보는 게 어떨까 싶다.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200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