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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하고 선정적으로 만들기… 누가누가 잘하나

By 2004/06/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표지이야기

이강룡

매체의 선정성을 가늠하는 손쉬운 방법은 동일한 내용의 기사에 대해 헤드라인을 어떻게 뽑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별’ 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는데, 매체별로 제목을 어떻게 바꿔 달고 있나 한 번 비교해 보자.

– 우주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발견 / 뉴시스
– 수십 억 조 캐럿 규모 ‘다이아몬드 별’ 발견 / 연합뉴스
– 수백경 캐럿짜리 다이아몬드별 발견 / 매일경제
– 1조 * 1조 * 100억 캐럿 ‘다이아몬드별’ 찾았다 / 헤럴드경제
– 우주서 가장 비싼 별 ‘다이아몬드 행성’ 발견 / 조선일보
– 지름 1500km의 다이아몬드 발견 / 머니투데이
– 50광년 너머 ‘다이아몬드 별’ 존재 / 한겨레
– 우주에 다이아몬드 별 있다 / 중앙일보
– 지구 8분의 1 크기 다이아몬드 별 발견 / 동아일보
– 우주 최대 ‘다이아몬드 별’ 발견 / 파이낸셜뉴스
– 지구만한 ‘다이아몬드 별’ 찾았다 / 경향신문
– 지구만한 ‘다이아몬드 별’ / 서울경제
– 지구크기 ‘다이아몬드 별’ 발견 / 문화일보
– Astronomers Spy Massive Diamond / AP통신
– Diamond star thrills astronomers / BBC

한겨레,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제목은 상대적으로 무난하고 좋은 제목이다. 경향, 서울경제, 문화일보의 제목은 ‘오보’에 가깝다. 이 별은 직경이 지구의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사들은 대부분 사실 전달보다는 흥미 위주로 다뤘고, 선정성 정도가 높을수록 제목에 관한 집중도 또한 정비례하게 됨을 알 수 있다. 포털은 이 중 어떤 기사를 메인 화면에 노출했을까. 한결 같이 ‘지구만한’ 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선택했다. 1/8 크기의 별을 지구만한 크기로 만드는 건 황색 저널리즘의 선천성 고질병이며 악성 전염병이다. 병든 숙주에 기생하는 포털 또한 이 병을 피할 길 없다.

200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