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대안 미디어로써의 공동체라이오방송...’아막’으로부터 듣는다{/}라디오로 여는 세상

By 2004/06/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인터뷰

김정우

네트워커: 공동체 라디오운동에 대해서 소개해 달라.

스티브: 전통적으로 정부들은 라디오나 방송과 같은 미디어를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유지하고 사회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으며, 시민들의 미디어 소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상업적인 미디어들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독점적인 소유구조를 유지해왔다.

반면 공동체라디오방송은 국가와 자본이 미디어를 독점하는 것에 반대하고, 민중과 시민에 의한 다양하고 민주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대안적인 미디어 운동이다.

그동안 독점적으로 사용된 방송주파수를 공동체 라디오와 같은 풀뿌리 시민사회진영에게 허용함으로써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지역에서는 방송주파수에 의한 공동체 라디오방송이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다.

네트워커: 공동체 라디오 방송과 같은 미디어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티브: 아직 많은 국가들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수단들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참여적 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한 운동들이 활성화될수록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이슈다. 공영방송이나 거대상업방송과 같은 주류 미디어에서는 빈곤층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공동체라디오방송은 주류미디어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주류 미디어에서 사용되지 않는 토착민 언어나 문화 영역의 컨텐츠들이 공동체라디오방송을 통해 방송될 수 있다. 이렇게 공동체라디오방송은 시민사회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써 자리 잡아가고 있다.

네트워커: 공동체라디오방송은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

스티브: 세계 최초의 공동체라디오방송은, 1940년대, 볼리비아 광산에서 설립됐다. 회사측과의 마찰 속에서 광부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으며, ‘라디오 누에보스 호리존테스(Radio Nuevos Horizontes)’라는 이름으로 광부들의 라디오방송을 시작했다.

남미 국가들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독재권력이 지배하고 있지만, 민중들의 노력으로 지난 20여 년간 공동체적인 라디오 방송국이 급성장했다. 토착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토착민의 문화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여성이슈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여러 라디오 방송국이 활동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1949년 최초의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만들어 졌다.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유럽에서도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의 성장은 급물살을 탔다. 서부유럽 국가들에서는 시민사회 공동체 미디어가 제3의 영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특별법률이 제정되기도 했다.

공동체 미디어 활동이 거의 없는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 캄보디아와 같은 국가들에서도 진보적인 커뮤니케이션 운동을 고민하고 있는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공동체 미디어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네트워커: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을 설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스티브: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야 한다. 다시말해 공동체라디오방송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다. 주류미디어가 독식하고 있는 방송주파수를 일반사람들도 누릴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공동체 미디어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와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나아가 공동체라디오방송을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공공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방송주파수가 시민사회 및 공동체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돼야 하는 것도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다.

네트워커: ‘아막’은 이런 공동체라디오방송의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스티브: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자료 수집과 정책 연구, 또한 국내·외적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술상담과 교육 등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도 포함된다. ‘아막’은 풀뿌리 조직 회원을 기반으로 한 국제적인 단체로서, 개개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에서부터 큰 연합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수천 개의 다양한 조직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의제와 전략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네트워커: 앞으로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스티브: 공동체라디오방송은 풀뿌리 사회운동 영역과의 연대를 통해서 진보적인 커뮤니케이션 운동을 위한 강력한 무기로 발전할 수 있다. 환경운동, 여성운동, 노동운동 등 다양한 영역의 사회운동을 의미한다. 우리는 세계사회포럼(WSF)를 통해서 다양한 사회운동과의 연계를 맺을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으며, 공동체미디어운동 강화를 위한 구조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네트워커: 한국의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티브: 그동안의 경험으로 봤을 때, 공동체라디오방송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첫 번째로 부딪치는 것은 규제의 문제였다. 라이선스 획득과 방송주파수 허가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다.

한국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인프라가 굉장히 잘 구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원한다면 누구나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어서 활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더 나아가 실제적인 규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주파수 획득이나 기존의 FM 라이선스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활동을 펼침으로써, 좀더 민중적이고 대중적인 공동체라디오방송 확대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200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