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주민등록제도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정보 통합을 부추긴다

By 2004/03/17 10월 29th, 2016 No Comments

기획연재

장여경

개인정보의 통합이나 공동이용과 연동을 막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의 쓰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전국민이 평생 단 한번 고유하게 부여받는 번호이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에서 개인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공개된 것으로만 천 개에 가까운 공공기관 데이터베이스와 각종 민간의 데이터베이스가 주민등록번호를 식별자로 사용하고 있다. 박정희 군사독재정부가 군번을 매기듯 국민마다 부여한 번호가 오늘날 전자정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제도는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편리할 수도 있지만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모든 정보가 번호를 중심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커지고 지금은 통합되어 있지 않더라도 가상으로 통합된 것이나 마찬가지의 효과를 갖는다.

그래서 대개의 나라는 식별번호 제도를 갖고 있지 않다. 식별번호 제도를 갖고 있더라도 번호의 사용처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독일과 헝가리, 필리핀에서는 전국민에 대한 식별번호 부여를 위헌이라고 보았으며 독일은 신분증이 발급될 때마다 번호를 바꾸어 식별번호로 사용될 가능성을 막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식별자’에 대한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을 따로 두어 전국민 식별번호 뿐 아니라 식별번호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번호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민등록번호와 마찬가지로 사용되고 있는 사회보장번호의 공개를 금지하고 있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납세자 번호를 식별번호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도 주민등록번호가 데이터베이스 통합을 위한 식별자로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 윤현식씨는 “주민등록번호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각 데이터베이스는 성질에 따라 서로 다른 식별자를 두고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민 식별번호 제도 자체가 재고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2004-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