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유 투쟁

2010년 말 이후 튀니지, 이집트 등에서 일어난 반정부 혁명들, 즉 아랍의 봄을 혹자는 ‘트위터 혁명’ 혹은 ‘페이스북 혁명’이라고 불렀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국내에서의 시위를 조직하고, 아랍 지역의 상황을 국제적으로 알려내고, 국제적인 지지와 압력을 이끌어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미이다. 낮에는 구글 이집트의 이사직을 맡고 있으면서, 밤에는 몰래 페이스북으로 정치운동을 했던 와엘 고님은 무바라크 정권이 물러난 후 CNN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국가에 자유를 주려면 그들에게 인터넷을 주면 됩니다”.

그러나 아랍 혁명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비롯한 인터넷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지는 몰라도, 인터넷이 어떤 사회의 자유나 민주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튀니지, 이집트, 시리아 등 권위주의 국가의 정부들은 더 이상 인터넷이 자신들을 위협하도록 수수방관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인터넷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알아가고 있으며, 그 학습의 결과는 이웃나라로 전파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검열과 통제는 단지 권위주의 국가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위 ‘민주화된 국가’로 인식되는 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고, ‘자유로운 인터넷’을 앞장서 주장해왔던 미국이 지금까지 비밀 감시 프로그램인 PRISM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의 통신내용을, 명확한 범죄혐의 없이, 감청해왔음이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한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자국민에 대해서는 감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지 않은가.

페이스북,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은 신뢰할 수 있는가? 법과 정부의 압력이 있었겠지만, 인터넷 기업 역시 이용자의 표현을 검열하고, 이용자들을 감시하는데 정부와 협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정 국가 내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 정부의 차단 요청에 응하거나,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정보기관에 제공하여 해당 이용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검열과 감시 프로그램은 서방의 기업들로부터 구매한 것이며, 그들은 그 국가들에서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였다.

레베카 메키넌의 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감시와 검열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다. 물론 인터넷 실명제,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허위사실유포죄(전기통신사업법) 등 한국의 사례 역시 포함되었다. 그렇다면, 정부와 기업의 협력에 의한 인터넷 검열과 감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하는 것일까? 미래는 정해져있지 않다. 다만, 지금까지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의 역사는 인권 탄압에 저항해온 민중의 역사였다는 점이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Consent of the Networked 이다. 즉, 정부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자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듯이, 인터넷 상의 어떠한 형태의 규제 역시 그 규제의 대상, 즉 네트워크로 연결된 이용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궁극적인 필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