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용산 철거민과 쌍용 노동자에 대한 디엔에이 채취에 대한 공개변론이 개최되었습니다.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성범죄자 재범 방지등의 목적으로 2010년 7월 제정시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4월 이 법률을 근거로 용산 철거민과 쌍용 노동자 들의 DNA 채취가 강요되었습니다. 진보넷과 민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2011년 6월 16일 이 사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이번에 공개 변론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 법률은 구체적인 혐의를 가진 수사 대상자로부터 DNA시료를 채취하고 검증하는 것을 넘어, 국가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DNA정보를 검색하여 수사에 활용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년을 비롯하여 이 법률에 따라 DNA 채취 대상이 된 자는, 향후 구체적인 혐의가 없어도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정보가 수록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저인망식 수사의 대상이 됩니다. 그뿐 아니라 DNA정보의 특성상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 전체가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 때문에 국가적인 DNA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이용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수년 간 계속되었으나,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등을 배경으로 졸속 입법되었습니다.
DNA 정보는 뛰어난 개인식별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이용한 수사 편의는 국가가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용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DNA의 식별능력을 이용한 수사 편의가 근대 헌법과 형사법 원리를 뛰어넘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인 경찰과 법무부는 DNA데이터베이스구축을 지문과 비교하였습니다. 이미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수사에 ‘합법적으로’ 사용하여 왔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DNA 데이터베이스가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보완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DNA는 지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NA는 그 주체 자신 뿐 아니라 유전적 관련성(혈연관계)을 가진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고 나아가 인종적 프로파일링에도 사용될 수 있으며, 분석과정에서 대상자의 성별, 다운증후군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는 등 오·남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주민등록법을 제정한 이후 17세 이상 전국민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경찰이 수사에 사용하여 왔고, 실종아동등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등록된 영유아들의 지문까지도 경찰이 18세까지 관리하면서 ‘정당한 사유’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전국민 데이터베이스를 경찰이 구축하여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예에 속합니다. 이들 데이터베이스에 더하여 DNA 데이터베이스까지 서로 연동 내지 연계되면 수집목적을 벗어난 전 국가적 국민 감시망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정인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차별과 배제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법률은 성범죄 뿐 아니라 11종에 달하는 방대한 범죄에 해당하기만 하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 뿐 아니라 구속 피의자와 소년범까지 모두 그 채취대상으로 삼아 매우 과잉합니다. 막연한 장래의 위험성 때문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유전적 정보를 취득하여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별도의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것도 적법절차 원리에 위배됩니다.
특히 이 법률이 쌍용자동차 파업과 용산참사 투쟁에 결합하였던 노동자와 철거민들을 대상으로 DNA를 채취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DNA 채취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노동자와 철거민을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 법을 그대로 놓아둔다면 앞으로 이 땅의 인권침해와 생존권 말살에 맞서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또다시 범죄자로 낙인찍혀 옥죄임을 당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사회모순에 저항하였다는 이유로 DNA를 채취당해 평생 국가의 감시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 철거민과 노동자들의 고통을 돌아보고 속히 이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려줄 것을 바랍니다. 더불어 이 법률에 의해 채취된 DNA정보는 철거민, 노동자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족쇄가 되지 않도록 즉각 폐기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by della
“어딜 가든 감시당하는 기분”… 이게 다 DNA 때문이다
시행 4년 차를 맞은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의 명암은 확연히 엇갈렸다. 국가기관에서 관리하는 DNA 데이터베이스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수의 범죄를 해결할 수 있고, 방지할 수 있다는 게 DNA법 찬성론자들의 논리다. 그리고 잇따라 발생하는 강간·살인 등 강력 사건은 DNA법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여론을 뒷받침했다. 반면, 인권단체에서 제기했던 우려의 목소리는 수사기관의 ‘과학수사의 성과’라는 주장 아래 묻혔다.
수사기관으로부터 DNA 채취를 당한 대상자들 중 일부는 일상 생활에서 ‘빅브라더'(감시자)의 존재를 체감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서석문씨는 DNA 채취 이후 “올가미가 채워진 것 같다”며 “사람이 없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 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생물의 생명 현상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DNA의 특성상 혈액·타액·모발·구강점막 채취를 통해 수사기관에서 채취 대상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DNA 채취, 평생 감시당하는 느낌 지울 수 없어”
“국가기관이 내 DNA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강박관념이 생겼다. DNA채취 당한 이후 전 자유의 몸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한 평생 감시 속에서 살아야 하지 않나.”
쌍용차 해고노동자 서석문씨의 말이다. 서씨는 쌍용자동차 파업 과정에서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2011년 4월께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에서 DNA를 채취당했다. 당시 서씨는 구강채취에 대한 거부감만 있었을 뿐, DNA 채취 이후 겪게 될 일을 생각하지 못 했다. 그는 DNA 채취 이후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에도 타액을 남기지 않기 위해 수저를 꼭 닦았다. 담배꽁초는 길에다 버리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집에서 한번에 버렸다.
서 씨가 이러한 행동을 한 이유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복직을 한다고 해도, DNA 정보는 평생 남아있다”며 “현장 가서 일을 해도 언제든지 사건 현장에서 DNA가 발견되면, 용의자로 몰려 검찰청에 출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1. 데이터베이스에 새로운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수록하는 경우
2.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 또는 변사자 신원확인을 위하여 요청하는 경우
3. 법원(군사법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형사재판에서 사실조회를 하는 경우
4. 데이터베이스 상호간의 대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11조
DNA법 11조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담당자는 다음 각 호(오른쪽 박스 참고)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검색하거나 그 결과를 회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단 DNA신원확인정보가 수집되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장래에 발생할 형사사건이나 미제사건의 수사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DNA 증거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 때문에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자신이 범죄자가 아니라는 점을 경찰 앞에서 해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며 “(DNA가 채취된 대상자는) 범인이 아님에도 현장에서 DNA가 발견될 경우 범인으로 몰릴까봐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당시 구속된 김창수씨는 수형인 신분으로 DNA를 채취당했다. 그는 “DNA를 국가기관에서 갖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일상생활에서 제약을 받는다”며 “범죄를 안 저지르고 조심히 살면 되지 않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형기를 마친 후에도) 보호관찰을 받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것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DNA 정보는 법원의 무죄·면소·공소 기각 판결 결정이 확정되거나,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가 아니면 삭제가 불가능하다.
DNA법 기술이 만든 신 연좌제, ‘가족 검색’
‘그림 슬리퍼’ 연쇄살인사건은 DNA 정보를 이용한 가족검색(Family Search) 기법을 활용해 범인을 검거(2010년)한 사례다. 미제 살인사건으로 묻힐 뻔한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사람은 바로 피의자의 아들이었다. 불법무기소지죄로 체포된 아들의 DNA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고 아들의 DNA와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익명의 DNA가 부분적으로 일치해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아버지를 25년 만에 검거할 수 있었다.
DNA법과 관련한 대표적인 인권침해 중 하나는 바로 ‘가족 검색’ 문제다. 가족 검색 기법은 친족 간 DNA의 유사성을 활용한 수사 기법이다. 부모와 자식의 유전자는 적어도 하나의 대립유전자가 일치한다. DNA의 특성상 가족구성원 한 명의 DNA 정보를 갖고 있으면, 가족 전체의 DNA 정보를 추론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기법을 활용해 그림 슬리퍼 사건과 같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과 혈연관계 등 인구사회학적 정보에 대한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계와 인권단체에서도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 의회가 발간한 ‘형사행정학의 DNA 테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 검색 기법을 적용하면, 미국 인구 중 17%의 흑인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찾을 수 있다”면서도 “반면 백인은 4%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이 보고서에는 “유색 인종과 저소득층 등 소수자 계층이 가족 검색 기법의 수사로 인해 용의선 상에 오를 확률이 높다”고 적혀있다.
또 이 보고서에는 “FBI에서 가족 검색 기법을 사용할 때 사건 해결이 어려운 강력 폭력 사건과 성범죄에 한해서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는 내용이 있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DNA 정보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 정보의 신원 확인 외에 친족간 수사로 확대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DNA법이 신속한 범인 검거와 재범 방지의 목적으로 도입됐다고 하더라도, 외국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범인 검거의 목적 달성을 위해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2011 년 서울대 등이 대검찰청 DNA 수사 담당관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감식센터와 공동저술한 ‘가족관계를 이용한 DNA 데이터베이스 검색’ 논문에 따르면 “[가족검색]을 어떻게 추진하고 법제화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서술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가족검색을 수사기법으로 활용하기 위해 논의가 진행됐음을 의심할 수 있을 만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지문과 DNA가 가장 다른 점은 DNA가 가족 정보를 포함한다는 점”이라며 “지문은 한 개당 국민 한 사람의 정보만을 담고 있지만, DNA는 가계당 한 개씩만 가지고 있어도 전 국민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채취한 사람이 사망해도 DNA는 계속 남아 그 가족을 검색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일종의 연좌제인 셈이다, 따라서 국가가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용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꼬집었다.
수사기관의 DNA 수집은 ‘감시 국가’의 서막
DNA 법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학계는 DNA법을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이 원인이 돼 다른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미끄러지는 경사길 이론과 같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시작 단계 당시 DNA 입력 대상 범죄가 21개였지만, 불과 몇 년만에 107개로 대폭 확대됐다. 우리나라 역시 DNA법은 성범죄자 재범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제정됐지만, 실제로는 그 대상이 방화죄·살인죄·약취유인죄 등 11개에 달한다.
용산참사 당시 구속된 김창수씨는 “생존권을 위해 싸울 수 밖에 없는 사람들한테까지 DNA채취를 하는 것은 도덕적인 흠집을 내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서석문씨는 “자식들한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다”며 “살기 위해서 발버둥친 것 밖에 없는데, (DNA 채취를 당해) 자식들한테까지 제2의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을 머리 속에 염두하고 살아야 한다, 그게 얼마나 무섭나?”라고 반문했다.
“국가의 DNA정보 수집은 감시권력의 확장과 위험통제정책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이호중 교수는 “위험한 인물과 집단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감시가 계속 강화되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키는 위험한 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by 귤태르
망중립성과 인권
지난 25일 경실련 강단에서 ‘망중립성과 인권’이란 주제로 전문가인 매티스 반 베르겐씨를 초청해 포럼을 열었다. 베르겐씨는 망중립성 법안을 최초로 입법화한 네덜란드의 전문가로서, 현재 망중립성 유럽 평의회 보고서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베르겐씨는 “망사업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청구하는 것은 티비 채널을 번들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것과 같다”며 “유튜브 번들, 위키피디아 번들을 만들어 이용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는 언뜻 선택권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당신을 때리지 않을 테니 돈을 달라’는 토니 소프라노(미국의 유명한 갱단 두목)의 마피아 방식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한 베르겐씨는 “네덜란드에서는 망중립성 법안을 만들 당시 유럽인권협약 제 10조를 기반으로 망중립성과 인권을 연결시켜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를 극대화하자는데 목적이 있었다. 이렇듯 민주주의 원칙이 인터넷에도 녹아 있다. 현 상황은 인터넷이 가진 민주적인 원칙들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기기와 어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접속하고, 이용하고, 유통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망의 혼잡을 관리하는 근본적 방법은 대역을 늘리는 것인데, 망을 늘리는 속도보다 수요가 더 급격하게 증가하여 망 관리를 해야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중립적으로 해야한다”밝혔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통사들이 트래픽을 관리하는 방안으로 패킷감청기술 DPI(Deep Packet Inspection)을 활용해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베르겐 씨는 “DPI로만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네덜란드는 이동통신사들로 하여금 이용자들의 인권 침해 정도를 적게하는 트래픽 관리 방안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만일 새로운 솔루션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채택하지 않는다면 비례성 원칙에 따라 위법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김보라미 변호사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망중립성과 관련된 네덜란드 상황과 베르겐씨의 발표를 듣고, 깊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망중립성과 인권’ 포럼은 망중립성이용자포럼와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렸으며, 경실련 강당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