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그 부제처럼 ‘저작권과 문화에 대한 최근 상황’을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다(덴마크, 2007). 독립 영화치고는 상당한 제작비가 든 작품인데, 덴마크만이 아니라 미국, 러시아, 스웨덴,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의 세계 각지를 돌며 다양한 저작권 문화 상황을 보고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깡그리 무시하는 새로운 창작과 유통 방식들, 그에 따른 저작권법의 강화, 저작권 침해와 해적질에 대한 문화산업의 입장과 대응, 저작권체제 개혁운동과 자유문화의 부상, 나이지리아의 날리우드나 브라질의 테크노 브레가와 같은 저작권에 의존하지 않은(!) (주변부)문화산업의 역동이 모두 담겨있다. 최근 상황은 그야말로 지구적인 저작권 전쟁이라 부를만 하다. 이 영화와 함께 전세계의 저작권 문화 전장들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무엇이 좋은 복제이고 무엇이 나쁜 복제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식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게 된다. 이런 낯섦과 전복이 여행과 영화의 묘미 아닌가.
더 나아가 이 영화가 진정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복제에 좋은 것이 있고 나쁜 것이 있다는 식의 도덕철학적 접근이 갖는 한계가 무엇인가가 아닐까 싶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재벌 개혁을 강력히 요구했듯이, 세계적인 저작권법 개혁 운동가인 로렌스 레식이 시장자유주의자이듯이, 웹2.0의 자유, 개방, 공유, 협력이 인터넷 대기업들의 주류 사업모델이듯이, 그리고 디지털 해적질 혹은 불법복제가 궁극적으로는 문화산업의 독점을 강화하고 있듯이, 지적재산(IP)에 반대하는 정보공유의 도덕철학이 갖는 한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당장 이 영화와의 저작권 문화 여행을 떠나야겠다면 그 웹사이트 (goodcopybadcopy.net)에서 영어 자막이 있는 것으로 바로 보거나 내려받아 볼 수 있다. 하지만 5월의 인권영화제에서 웃고 떠들며 함께 영화 여행을 떠나볼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준비되고 있다!
조동원 (dongwon@riseup.net)
201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