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이 글은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이 단순히 기술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막대한 전력과 자원을 요구하는 물질적 산업 체계 위에 놓여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환경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과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국가 정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렇게 AI 산업이 실제로는 채굴·에너지·제조·물류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자본주의 체계임을 드러냄으로써 기술을 중립적인 것으로 보는 통념을 흔들고 AI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구조를 재조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글에 담긴 상황은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반도체, AI 산업을 중심으로 유사한 논쟁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력 수요 증가, 송전망 건설, 산업단지 조성, 지역 환경 부담과 같은 문제가 ‘첨단산업 육성’, ‘에너지 주권’, ‘지역 대부흥’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면서 그 비용이 특정 지역과 주민에게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이제 어느 한 곳에 국한되어 있는 개별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를 지배하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적 변화가 되었습니다. 기술 발전을 둘러싼 의사 결정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어떤 희생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2026 체제전환포럼 <인공지능에 맞서 저항을 연결하는 디지털정의운동> 세션에서 이와 관련된 발표가 진행된 바 있으니 참고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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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US Critical Mineral Aggression Abroad Connected to Data Center Fights at Home
제목 : 미국의 해외 핵심광물 확보 공세, 자국 내 데이터센터 갈등과 맞물리다
글 : Hannah Lipstein, Tamara Kneese
트럼프 행정부가 AI 인프라 붐을 뒷받침할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훼손하는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전역의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데이터센터 갈등 역시 계속해서 뉴스의 중심에 있다. 이 두 현상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 미국의 산업정책과 실제 정책 집행은 점점 더 ‘AI 혁명’이 요구하는 막대한 자원 수요에 의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자체, 그 안의 반도체 칩, 이를 가동하기 위한 에너지 인프라는 모두 물질적·정치적 공급망으로 얽혀 있으며, 데이터센터 건설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사회와 자원 채굴 및 정제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사회를 연결한다. 이러한 연결은 AI 인프라가 초래하는 환경적 영향과 지정학적 복잡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연대 가능성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의 천연자원 확보를 시도한 움직임은 글로벌 북반구가 남반구를 수탈해 온 식민주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AI 전력 수요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배터리·부품 생산을 위해 핵심 광물 생산을 자국으로 이전하려는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적 문제와 글로벌 문제가 서로 겹치며 연결되고 있다. 원광 채굴이 이제 국내(미국)에서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네바다 주민들은 현재 대규모 태커 패스 광산 개발에 맞서고 있다. 이 광산은 전기차 80만 대에 필요한 리튬탄산염 4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애리조나에서는 TSMC 반도체 공장이 초래한 막대한 자원 소비와 오염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점은, 각 시설의 영향이 그 지역의 정치·사회적 맥락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본질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이해되지 않으면 전체 영향을 파악할 수 없다. 특정 지역에서의 즉각적 피해는 비교적 측정하기 쉽지만, 데이터센터가 야기하는 전체적 영향은 보이지 않는 물질·자본·권력의 글로벌 흐름과 얽혀 있어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지역사회, 생태계, 기후 위기 전반에 걸친 문제를 포함한다.
기술로 구동되는 국가라는 비전은 국무부 성명서 안에서 손쉽게 신화화될 수 있다. 그러나 상상 속 ‘인공지능 생태계’는 곧 실제 생태계와 지정학적 현실과 충돌한다. 테크 폴리시 프레스는 최근 ‘팍스 실리카’ 협정, 즉 미국이 주도하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 간 인공지능 공급망 동맹을 분석하며, 이것이 미국의 그린란드 확보 시도 뒤에 놓인 동기를 사실상 확인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데이터 앤드 소사이어티의 제인 그리핀 탈리 쿠퍼가 보여주듯, 이러한 제국주의는 그린란드의 실제 주민과 지형을 무시한 채, 광물 부에서 등장하는 인공지능 프런티어와 암호화폐 기반 네트워크 국가라는 환상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 현실은 미국의 물질적 야망에 제동을 걸며, 베네수엘라에서 전개된 것과 같은 치명적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을 높인다.
그럼에도 미국은 해외에서 통제권을 확보하려 움직이는 동시에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생산도 확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부수적 효과 또한 국내로 가져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네바다 태커 패스의 대형 리튬 광산을 개발 중인 기업 리튬 아메리카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원주민 집단, 지역 주민, 환경운동가들은 이 프로젝트가 지역 환경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수년 간 강력한 저항을 이어왔다. 이러한 피해를 넘어, 최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휴먼라이츠워치는 이 광산의 인허가 절차가 지역 부족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국내외 산업 개발의 역사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착취의 패턴을 떠올리게 한다.
채굴뿐 아니라 제조 역시 국내로 이전되고 있다. 애리조나는 현재 두 개의 대형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 공장이 현장에서 초래하는 환경 영향은 사실상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크다. 이러한 추세는 현 행정부 이전부터 존재했다. 칩스 커뮤니티즈 유나이티드의 주디스 배리시는 2024년, 노동자 착취와 환경 파괴의 전력이 있는 산업에 막대한 세금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는 트럼프가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해 120억 달러 규모의 국내 핵심 광물 비축 프로그램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추진하면서 더욱 긴박해졌다.
이 같은 자원 확보 경쟁은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성하는 물리적 투입 요소와 폐기물의 규모를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눈에 보이는 시설에 불과하며 그린란드에서 베네수엘라, 칠레, 사우스캐롤라이나 콜턴 카운티에 이르는 거대한 장치의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전력·수자원 인프라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점점 국가 에너지 인프라의 일부가 되고 있다. 개발업자들은 공공 전력망 연결 대기열을 우회해 자체 이동식 가스 발전소를 들여오기도 한다. 태양광 발전소, 가스 발전소,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 디젤 백업 발전기, 송전선 등 각각의 요소는 채굴·정제·제조·운송이 반복적으로 얽힌 복잡한 물질 사슬의 산물이다.
공급망은 기업조차 자사 공급업체의 원자재 출처를 모를 만큼 불투명하다. 또한 정치적·생태적 위기에 따라 자원 허브가 이동하면서 유동적이다. 눈에 보이는 물질 이동만을 추적하는 것으로는 노동과 자원에 미치는 지역적 영향을 포착하기 어렵다. 아나 발디비아와 같은 학자들은 민족지학적 연구를 통해 추상적으로 보이는 인공지능 공급망 시각화에 신체적·환경적 결과를 연결한다. ‘디지털 낭비의 지리학’ 프로젝트는 채굴에서 폐기, 전자폐기물의 사후 경로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공급망 전체의 이야기를 특정 지역 맥락 속에서 포착한다. 한편 ‘인공지능 공급망 영향 프레임워크’와 같은 새로운 시도는 이러한 복잡한 관계에 책임성 구조를 마련하려 한다.
문제는 빅테크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을 지배한다는 사실 자체만이 아니다. 그들의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해 무엇이 희생되는가 하는 광범위한 함의가 핵심이다. 배터리 산업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치학자 테아 리오프란코스의 최근 저서 『Extraction: The Frontiers of Green Capitalism익스트랙션: 녹색 자본주의의 프런티어』는 남미의 자원 민족주의와 녹색 기술의 연결을 다룬 기존 연구를 확장한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리튬 호수를 배경으로, 이 책은 취약한 생태계에서 파괴적 채굴이 초래하는 환경적 대가를 생생히 묘사하면서 수십 년에 걸친 지정학적 역학을 함께 조명한다. 정치적 격변, 부패, 규제 실패, 그리고 원주민과 주민들의 지속적 저항 속에서 리튬 채굴은 세계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리튬은 고효율 배터리 저장 기술에 필수적이며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같은 녹색 기술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동시에 배터리는 데이터센터에도 필수적이다. 구글은 자사 데이터센터에만 1억 개의 배터리 셀을 설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탈탄소 경제 전환에 필요한 배터리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제로섬에 가까운 문제일 수 있다. 이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가정과 도시의 전기화에 우선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AI 산업을 유지하는 데 사용할 것인가.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족하고 동시에 경제 전반을 화석연료에서 전환하기에 충분한 배터리 저장 용량을 확보하는 것은 제로섬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무한한 해결책이 아니며, 축소되는 아타카마 호수가 이를 상기시킨다. 이는 유한한 행성에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라는 거시적 질문을 요구한다. 이 광물을 주택과 도시 전력화에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인공지능 제품을 유지하는 데 사용할 것인가. 혹은 생태적 파괴를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시키며 채굴 열풍을 확대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데이터센터와 그에 수반되는 자원 채굴은 동일한 공급망, 동일한 투쟁의 일부다. 데이터센터에 저항하려면 공급망 전체를 정치적 분석에 포함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장치는 기업과 국가 권력의 매개체다. 공급망을 전면에 두는 것은 그 이해관계를 드러낸다.
이는 저항의 지평도 넓힌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지역 간 대응 네트워크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전국 활동가들이 전문성을 공유한다. 지속 가능한 채굴과 제조를 위한 국내외 투쟁과 연대한다면 전략은 더욱 다변화될 수 있다. 광산 현장 시위는 지역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지연시키거나 중단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데이터센터는 반발이 거세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광산은 그렇지 못하다. 광산은 수년간의 탐사와 계획 끝에 선정되며, 무엇보다 광물의 고정성에 묶여 있다. 자원 공급과 최종 산물을 동시에 겨냥함으로써 우리는 인공지능 구현의 상·하류에서 병목 지점을 만들 수 있다.
해외 추출 산업에 맞선 풍부한 저항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동맹은 이미 존재한다. 고등연구소에서 열린 핵심 광물과 인공지능 워크숍이 보여주었듯, 산업이 자국으로 이전되더라도 글로벌 사우스는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이며 협상력을 가진다. 외부의 시간 압박과 우선순위를 거부하면서 대륙을 넘는 협력을 조직할 지역 거버넌스 모델이 절실하다.
이는 무차별적 거부주의가 아니다. 인공지능을 위한 자원 쟁탈에 원칙적으로 맞서는 것은 녹색 기술의 공정한 배분을 요구하는 길이다. 우리는 화석연료를 신속히 퇴출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전 세계 환경 희생 지역을 끝없이 재배치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데이터센터의 전체적 발자국을 직시할 때, 빅테크가 새로운 자원 제국주의를 추동하고 기업의 욕망을 기후 진전보다 우선시키고 있음을 선명히 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피해는 다양한 규모와 가시성 속에서 작동한다. 시설 인근 주민의 공기와 물을 위협하고, 먼 광산 인근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며, 여전히 요원한 녹색 전환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에게 파급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들이 우리의 탈탄소 미래를 수탈할 권리는 없다. 오히려 세계 자원이 공공선을 향하도록 보장하는 책무는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