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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정의네트워크 창립 선언문

By 2025/11/21 No Comments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창립 선언문

– 2025.11.14

 

1998년 11월 14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사회운동을 위한 독립 네트워크의 구축’을 기치로 출범했을 때,
우리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인터넷은 가진 것 없는 자에게 든든한 스피커가 되어주고,
체제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소통과 연대를 위한 무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자동적으로 사회의 진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터넷은 사회적 소수자들을 연결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자본과 국가 권력은 인터넷을 새로운 통제와 감시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오늘날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권을 빅테크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의 발전이 자본의 세계적 독점화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플랫폼 기업들은 단순한 정보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독점력을 기반으로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고 기존 산업마저 잠식하는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산은 노동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을 저임금·비정규 노동의 구조로 내몰았다.
이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회피하고,
오히려 각국 정부의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공적 자원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빅테크의 독점은 방대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의 일상과 사회적 관계는 끊임없이 기록되고, 시스템 뒤편에서 거래되며,
그 데이터는 개인을 평가하고 분류하며, 다시 빅테크의 성장 원료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감시와 통제를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접하고 누구와 연결될지를 결정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협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국가 내부를 넘어 국가 간에도 심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본 모델의 개발과 운영이 자본력의 경쟁으로 귀결되는 현실에서,
AI 개발 경쟁은 결국 빅테크 간의 권력 재편에 지나지 않는다.
AI 기술이 인공 일반지능 수준으로 발전한다 해도,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AI는 인류가 축적한 지식과 데이터를 학습하여, 이제 정보 접근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지만,
그 문은 소수 기업의 사적 통제 아래 있다.
공공적 개입이 없는 한, AI는 일자리를 대체하고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편향과 차별이 기술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지만,
국가와 자본이 결탁해 통제 없는 기술 발전만을 추구하는 한
적절한 책임을 묻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인터넷이 한때 개방과 공유의 기술로 출발했지만 결국 소수 기업의 독점 플랫폼으로 재편된 것처럼,
자본이 주도하는 인공지능의 진보는 민주주의의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 시대, 인공지능 시대의 정의를 묻고자 이 자리에 섰다.

지난 27년의 구조적 변화를 직시하며,
우리는 디지털정의네트워크로 새롭게 출발한다.
1998년 진보네트워크센터가 국가와 자본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네트워크,
사회운동의 자율적 공간을 꿈꾸며 출발했다면,
디지털정의네트워크는 그 길을 더 넓은 사회적 정의와 변혁의 지평으로 확장할 것이다.
우리는 기술을 둘러싼 권력 관계를 해체하고,
디지털 시대의 정의를 새롭게 구성하는 사회운동으로 거듭날 것이다.

디지털정의네트워크는 빅테크 등 자본과 국가 권력을 감시하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맞서 정보사회의 기본권과 공공성을 수호하며,
민주적인 참여와 연대를 통해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

하나, 시민의 기본권으로서 디지털 권리를 옹호한다

인터넷을 넘어 모든 일상과 사회 시스템에 디지털, 인공지능 기술이 스며든 시대,
디지털 권리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빅테크 플랫폼이 시민의 데이터를 자양분 삼아 독점력을 확대하고,
첨단 기술이 국가 감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지금,
디지털 권리는 프라이버시를 넘어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의 문제이다.
우리는 시민에게 데이터와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되돌려주고,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에도 자유롭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디지털 권리를 보호하고 확장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하나, 빅테크 독점에 맞서 공정한 디지털 경제와 민주주의를 구축한다

빅테크 플랫폼의 독점을 지속되는 한,
디지털 권리의 보호도, 공정한 경쟁도, 민주주의의 존속도 보장될 수 없다.
우리는 시민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고,
공정한 경쟁, 기술의 공공성,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위해
빅테크의 독점 구조에 단호히 맞설 것이다.

하나, 인공지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영향받는 시민의 권리를 보장한다

규모와 성능만을 경쟁하는 AI 개발은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뒤로 미룬 채
소수 기업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미래를 결정하게 만든다.
우리는 기술 발전의 방향이 시민의 참여와 민주적 통제 속에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AI가 사회의 편향과 불평등을 재생산하지 않고,
노동과 일상을 감시하거나 평화를 침해하는 도구가 되지 않으며,
영향받는 시민의 안전과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나,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모든 사회운동과 연대한다

우리는 디지털 권리와 공공성을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불평등한 질서에 맞서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든 변혁적 사회운동과 손을 맞잡을 것이다.
국경을 넘어 국제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함께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1998년,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네트워크를 꿈꿨던 진보네트워크센터,
2025년, 우리는 그 꿈을 디지털정의네트워크의 이름으로 다시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