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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조사 관련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개정령 발령에 대한 입장{/}[공동논평] 위헌적 신원조사로 권한 강화 꾀하는 국정원

By 2022/12/12 No Comments

위헌적 신원조사로 권한 강화 꾀하는 국정원

– 대통령실 요청 따른 국정원 신원조사 조항 신설, 상위법 개정 무력화
– 법률 근거 없는 신원조사는 위헌적, 입법으로 민주적 통제 강화해야

  1. 지난 11월 28일,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국가정보원(국정원)에 신원조사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발령했다. 이는 국내정보 수집을 금지한 지난 2021년 국정원법의 개정 취지를 훼손하고 무력화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정원이 대통령의 하명에 따라 인사 검증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조사대상에 대해 기본권 제한과 침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신원조사제도가 법률 근거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시행되고 있는 위헌적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반드시 관련 법률의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2. 지난 2021년부터는 국정원법이 개정되어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있다. 또 같은 시기 개정 시행되고 있는 보안업무규정에서도 신원조사의 대상을 “국가안전보장에 한정된 국가 기밀을 취급하는 인원”으로 한정하고, 국정원장이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던 규정을 폐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된 시행규칙에서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장으로 하여금 국정원장에 신원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국정원법과 보안업무규정의 개정 취지와 목적도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국정원이 신원조사 업무 내실화 TF를 구성하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참여하면서 인사 검증 개입 우려로 논란이 됐을 때, 국정원이 “인사 검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던 것과도 배치된다. 대통령실과 국정원이 인사 검증을 구실로 고위공직자들이나 공직 임용 예정자들인 주요 인사 관련 정보들을 수집 · 활용해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게 가능해진다. 국정원이 헌법과 법률에 명시적 규정이 없는 공백 상태를 악용해 자신의 권한을 임의로 확대 해석하고 집행함으로써 민간인 사찰과 국내정치 개입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3. 이같은 우려에 대해 국정원은 “관계법령에 조사 대상,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어 자의적인 조사가 불가하며, 특히 관계기관의 장이 요청할 경우에만 착수할 수 있어 과거 국내정보나 정치개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변한다. 그리고 국정원은 신원조사의 근거로 국정원법의 ‘보안업무’ 규정과 시행령인 보안업무규정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신원조사의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없다. 신원조사제도 자체가 헌법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원조사 관련 규정들을 개별 법률이 아닌 시행령과 시행규칙 상에 명시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이나 침해에 대해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은 물론 포괄위임금지원칙에도 명백히 어긋난다.
  4. 판사 임용예정자와 헌법재판소 3급 이상 임용예정자 등 사법부 인사까지 포함돼 있는 등 신원조사의 대상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사법부의 독립성까지 침해할 우려도 크다는 점도 누차 지적돼 왔다. 게다가 시행규칙 제58조의 신원조사 사항에는 ‘친교인물’, ‘인품 및 소행’ 등이 포함돼 있다. 정보 수집과 활용의 필요성도 분명치 않은 개인정보들이 마구잡이로 수집된 뒤에 그 주체의 의도에 따라서는 당초 목적과 달리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그저 기우가 아님은 국정원의 과거사가 증명하고 있다.
  5. 문제는 국정원이 개인정보 중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 등의 주요 내용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국정원은 과거 정부에서도 신원조사 업무를 수행했다고 핑계대지만, 과거 정부에서도 시민사회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개혁위원회 등에서도 수차례 개선을 권고해 왔다. 그러나 국정원은 개선 권고를 받아들여 법률안을 준비하는 등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입법 공백 상태를 악용해 하위법령들을 통해 자신들의 권한을 확대 · 강화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6. 국회가 나서야 한다. 독일의 연방신원조사법 등 해외 사례처럼 신원조사의 주체와 대상, 조사내용, 수집된 정보의 활용 및 관리와 폐기에 이르기까지 입법을 통해 촘촘하게 통제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핑계 삼아 위헌적인 신원조사제도를 존치하며, 권한의 확대 · 강화에만 열을 올리는 국정원 등 정보기관들의 일탈을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통해 막아야 한다. 끝.

 

2022년 12월 12일

국정원감시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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