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 규탄 기자회견 “인권을 무시하는 경찰, 수사권 자격 없다”
○ 일시 : 2022년 4월 14일(목) 오전 11시
○ 장소 : 경찰청 앞
○ 주최 : 경찰개혁네트워크, 공권력감시대응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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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아샤(다산인권센터)
- 발언 :
1) 이호중(공권력감시대응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 박한희(공권력감시대응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3) 이호림(무지개행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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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낭독
1. 인권과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지난 3월 28일 경찰개혁네트워크, 공권력감시대응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경찰청이 입법예고한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경찰청공고제2022-5호)」에 대해 차별금지사유 추가,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 보호 조항 구체화 등의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 관련 링크
3. 이에 대해 경찰청은 4월 8일 위 의견에 대해 거의 모두 불수용하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차별금지 사유로 성별정체성 등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헌법 제37조 제1항”이 있으므로 모든 사유를 열거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하였고, 성소수자에 대한 구체적인 인권보호 조항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에서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실천의 문제”라는 모호한 답변만을 하였습니다.
4. 이에 경찰개혁네트워크, 공권력감시대응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경찰이 수사권을 지닌 자로서 진정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역할을 다하고, 제대로 된 차별금지와 사회적 소수자 보호조항을 담은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을 제정할 것을 구하며, 4월 14일 11시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5. 귀 언론사의 많은 보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
첨부 1. 기자회견문
2. 참가자 발언문
3. 경찰개혁네트워크, 공권력감시대응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의견에 대한 경찰청 답변
기자회견문
인권을 무시하는 경찰, 수사권 자격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수사권 조정이 주요 국정과제로 등장하자 경찰은 ‘인권경찰’을 선언했다. 수십 년간 경찰 스스로 쌓아온 ‘인권침해’ 이미지는 경찰권한을 늘리는 데 있어 가장 큰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인권침해’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인권을 내세운 여러 정책과 제도를 수립했다. 2018년부터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2020년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을 발표했다. 그리고 2021년 6월 국가수사본부와 자치경찰제 실시를 앞두고 ‘인권경찰 구현을 위한 경찰개혁 로드맵’을 발표했다. 시민인권 옹호자로서의 책무성을 강화하겠다며 발표한 내용 중에는 내·외부 민주적 통제 강화를 위한 인권정책관 신설,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와 수사절차에서의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경찰 인권보호 수사규칙」 제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찰은 지난 몇 년동안 여러 인권정책을 앞세워 경찰의 변화를 홍보했다. 그러나 드러나는 현실은 인권에 대한 의지가 높은 것이 아니라 수사권 확보에 의지가 높기 때문에 인권을 동원한 것이라는 심증을 더 굳히게 한다.
경찰청은 2021년 발표했던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을 지난 2월 15일 입법예고하였다. 인권·시민단체들은 제정안에 대해 차별금지 원칙과 차별금지 사유,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규정을 강화할 것, 인권교육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해 명시할 것 등을 요구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제정안은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공감받는 수사’, ‘피의자 등에 대한 인권을 두텁게 보호’한다는 목적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인권·시민단체의 의견은 당연히 수용될 내용이었다. 더불어 경찰이 시민사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경찰은 인권·시민단체 의견 대부분을 불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시민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의견을 거부할 합당한 이유를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경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실천의 문제”라는 군색한 변명을 했다. 그렇다면 다시 묻겠다. 그 ‘실천’을 왜 인권의 원칙을 세우는 규칙에서 시작하지 않는지 경찰은 답하라. 규칙조차 제대로 만드는 실천을 보이지 않는 경찰에게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라는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경찰 스스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회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18년 인권영향평가, 인권교육 강화 등 인권경찰의 제도화를 이행하겠다며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경찰인권보호규칙」으로 대체했다. 인권보호 업무를 하겠다는 이유로 제정한 규칙에 과거 직무규칙에 있던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전부 삭제했다. 2020년 인권의 규범들을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제정했다는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의 차별금지 및 약자·소수자보호 조항에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은 없다. ‘모든 국민’이라는 말 뒤에 숨어 평등을 지향하는 듯 포장하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현실에서 겪게 되는 각각의 차별과 인권침해를 보지 않으려는 행태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2020 국가인권실태조사’ 내용 중 인권침해·차별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을 묻는 말에 경찰·검찰 조사나 수사를 받을 때가 43.1%로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했다. 인권침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인권침해를 가장 빈번하게 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동안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절차도 인권도 뒷전이었던 경찰의 관성이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인권이 법집행의 기본원칙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경찰조직 전체가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형식적인 제도에서 멈춘다면 ‘인권경찰’은 수사권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인권의 원칙은 무언가를 위한 전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경찰의 의무임을 명심하며,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을 수용하라.
2022.4.14.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발언 : 이호중 (공권력감시대응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의 문제는 차별금지사유의 내용이 협소하게 규정되어 있었고 성별정체성은 차별금지사유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수사에서 인권보호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논란이 되고 중요한 것은 사회자 약자에 대한 보호일텐데, 이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규정들이 매우 추상적인, 선언적인 규정만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인권단체들이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어라, 차별금지사유에 성별정체성, 건강상태 등 빠진 부분을 제대로 추가해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답변은 어이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경찰은 헌법37조 1항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경시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으니까 설사 차별금지사유에 성별정체성, 건강상태 등이 빠져있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런 식이면 인권보호규칙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가 없는 것이죠. 경찰이 정말로 수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 성찰적인 태도로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하나 문제를 말씀드리면, 신체에 대한 수색 검증에 대해서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의 경우 당사자가 원하는 성별의 경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여기에 대해서, 이것이 형사소송법에 있는 규정을 가져온 것이고 더이상 손 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형사소송법에는 여성에 대한 신체를 수색하고 검증할 때 여성경찰관이 참여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형사소송법이 그렇게 규정했는지 그 취지를 살려서 성소수자의 경우 당사자가 원하는 성별의 경찰관이 참여하도록 보장하라는 요청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경찰이 정말로 인권에 대한 고민을 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권보호규칙을 왜 만드는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합니다.
헌법에 기본권 보장과 관련해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도 수사나 여러가지 경찰활동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그 기본권을 어떻게 구체화 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 시행해야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이고 바로 그런 내용을 담아야 하는 것이 인권보호규칙입니다. 그런데 헌법에 기본권 보장이 규정되어 있으니 인권보호규직은 세세한 내용을 담지 않아도 된다, 이 말이 기가 막히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경찰은 그동안 수사의 현실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인권침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문제의 지점들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것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고 그 내용을 인권보호규칙에 담아서 규체화하고, 그것을 통해서 인권에 대한 실천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인권보호규칙을 제정하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추상적인 규정 몇 개를 나열하고 인권보호를 한다고 떠듭니다. 이것은 장식에 불과합니다. 경찰이 인권을 얼마나 장식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바로 이 대목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경찰이 정말 인권보호규칙을 만들고 싶다면 훨씬 더 구체적인 보호방안을 담은 인권보호규칙을, 인권단체들의 의견을 담아서 제정할 것을 촉구합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헌법 37조 1항을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헌법 37조 1항이 있으니까 성별정체성을 넣지 않아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성별정체성때문에 성소수자들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헌법적인 원칙이고 이것을 경찰이 지킬 것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해주기 바랍니다. 경찰에게 묻습니다. 성별정체성, 성소수자 보호는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정신입니까 아닙니까? 여기에 대해서 경찰청장이 동의하는 것입니까 아닙니까? 저는 이 문제를 회피하면서 37조 1항을 면피사유로 언급하는 경찰의 태도는 굉장히 비겁한 태도이고 국가기관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한 답변을 촉구합니다.
발언 : 박한희 (공권력감시대응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안녕하세요. 공권력감시대응팀과 무지개행동의 한희입니다
오늘로 4일째 국회 앞에서는 차별금지법 4월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투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15년 동안 시민들이 차별금지법을 요구할 때면 자주 나오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헌법에 평등권이 규정되어 있는데 굳이 별도의 법이 필요하냐,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는다고 하면 되지 차별금지사유를 이렇게 많이 나열할 필요가 있느냐
이번에 경찰청이 저희 의견서에 낸 답변을 보며 위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헌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모든 사람은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사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이거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구체적 차별금지사유를 열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습니다. 차별금지사유 하나하나는 해당 사회에서 어떠한 형태의 차별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국가가 이러한 차별에 주목하고 적극적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도 그렇고 현재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평등법도 그렇고 구체적인 차별금지사유들을 열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경찰 수사 인권규칙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개혁네트워크, 공권력감시대응팀, 무지개행동이 추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성별정체성’, ‘고용형태’, ‘임신 또는 출산’, ‘출신국가 및 출신민족’, ‘건강상태’ 는 모두 현행 법령 등에 명시되어 있는 차별금지사유입니다. 또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를 이유로 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기에 특별히 더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2020년 경찰이 한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목소리가 남자같으니 여자화장실을 이용하지 말라고 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권고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에서는 피의자인 외국인 노동자에게 수사관이 123회나 거짓말하지 말라며 다그쳐 역시 국가인권위 권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실천의 문제라는 경찰청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미 사례로 드러난 이러한 차별들을 없애기 위해 무슨 실천을 하겠습니까. 구체적인 차별금지사유와 성소수자에 대한 명시적인 인권보호 조항도 만들지 않으면서 말로만 실천하겠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습니다.
경찰청이 보낸 답변을 보면 저는 어떠한 실천 의지도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있던 성소수자 인권보호 조항을 넣으라는 것에도 실천의 문제라고, 노인복지법 등 다른 법에 있는 노인 인권보호 조항을 명시하라는 것에는 일반 조항이 있으니 굳이 필요없다고 답하는 것에 어떠한 구체적인 의지가 담겨 있습니까.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공감받는 수사로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여 본래적 수사의 주체로 발돋움하고 수사과정에서의 피의자 등에 대한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고 수사절차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 경찰은 해당 규칙을 제정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정말로 이러한 목적에서 인권보호규칙을 만든 것이라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실제 일어나는 차별의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 조항을 만드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헌법이 있으니까 열거할 필요없다. 성소수자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실천하면 된다와 같은 형식적인 답변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제정 검토 과정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누락했는지를 성찰하고 개선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인권보호 규칙을 만드는 첫걸음임을 경찰은 명심하기 바랍니다.
발언 :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이호림입니다.
지난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으로 수행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서는 트랜스젠더 연구참여자들에게 수사기관으로부터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경찰이나 검사의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참여자의 약 16%가 트랜스젠더 정체성으로 인해 조사과정에서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고 응답했습니다. 구체적인 경험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나를 지칭할 때 내 성별 정체성과 맞지 않은 호칭으로 부르는 것’,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조사과정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범죄 피해를 믿지 않거나 축소’하는 것, ‘조사 과정에서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 ‘아무 이유 없이 범죄자로 의심’하는 것. 수사기관으로부터 폭력이나 부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참여자의 80%가 이를 참거나 묵인했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항의나 신고를 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거나, ‘오히려 피해를 입을 것 같아서’ 라고 답했습니다.
경찰청이 입법예고한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은 이처럼 이미 수사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트랜스젠더 시민에 대한 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보호조항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차별금지사유에서도 성별정체성이 누락되어 있었고, 신체 수색과 검증 과정에서의 유의사항에서도 그 대상이 트랜스젠더인 경우에 대한 고려는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항을 포함해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수사기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으라는 의견에 대해 사실상 모두 불수용 하는 답변서를 내놓았습니다.
경찰청은 헌법이 있으니 모든 차별금지사유를 열거할 필요가 없다, “경찰 수사에서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실천의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구체화하는 인권 보호 규칙을 만드는 것부터 실천입니다.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 받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인권 보호 규칙에 담아내는 것이 실천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규칙에서도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경찰에게 우리는 어떤 실천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이미 경찰청은 여러 번 인권 관련 규칙에서 성소수자 보호조항을 삭제해 온 바가 있습니다. 2018년,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경찰 인권보호 규칙」으로 개정하면서 기존에 있던 차별금지와 성소수자 인권보호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2020년, 경찰인권행동강령 초안에 있던 성소수자 항목이 삭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의 차별금지사유에 성별정체성이 포함되지 않은 것, 성소수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 역시 각종 인권 관련 규칙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해 온 경찰청의 반인권적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미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은 수사과정에서 다양한 폭력과 부당한 경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시민이 수사과정에서 기본권을 침해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사과정에서 성소수자가 마주할 수 있는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인권보호규칙이 필요합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성소수자 인권보장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의 제정을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