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자유

[보도자료] 방심위의 어이없는 결정, 이제는 멈춰야!

By 2020/12/08 12월 31st, 2020 No Comments

수신: 각 언론사 정보통신, 사회부 담당
발신: 진보네트워크센터
담당: 진보네트워크센터 미루 활동가 (02-774-4551)
제목: “방심위의 어이없는 결정, 이제는 멈춰야!”
날짜: 2020.12.08. (화)

방심위의 어이없는 결정, 이제는 멈춰야!

 

1.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난 11월 30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디지털보안가이드>의 ‘정치적 검열? 차단된 사이트 우회 접속하기!’ 의 게시물의 url을 삭제하라는 시정요구를 받았습니다. 이에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어이 없는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는 바이며, 다시는 이런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2.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 요청을 한 페이지는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운영하는 <디지털보안가이드>의 차단된 사이트 우회 접속 방법이 적혀있는 페이지 입니다. (http://guide.jinbo.net/digital-security/574 ) 해당 페이지는 정치적인 검열에 의해 차단된 사이트를 우회해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합리적 근거도 없이 ‘국가보안법’ 등을 이유로 사이트를 차단할 경우 이를 우회하여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이며, 표현의 자유와 접근권을 수호하기 위해 검열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적인 수단을 공유하고 홍보하고자 함이었습니다.

3.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내용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9호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우회 접속 방법의 url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범죄자들이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그 기술의 사용 자체를 막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발상일뿐더러 방심위의 심의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4. 이에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해당 결정에 대해 공개적인 이의신청을 하는 바이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한 어이없는 결정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고자 합니다. <끝>

붙임: 이의 신청서

붙임 1. 이의 신청서

이의 신청서

이의신청서 

일시 : 2020년 12월 8일 

이의신청인 :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오병일)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독립문로8길 23 3층 

전자우편 : truesig@jinbo.net

시정요구 문서번호 : 사보-20-88-801

이의신청 사유 

  1. 본 단체는 지난 11월 30일, 서비스 제공자를 통해 귀 기관(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 내역을 전달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본 단체가 운영하는 <디지털보안가이드>의 아래 URL의 내용을 삭제하라는 시정요구였습니다.

    * 해당 URL : http://guide.jinbo.net/digital-security/574
    * 문제내용 : 해당 정보는「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정보라고 판단하여 차단된 사이트에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로 하여금 접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체적인 우회접속 방법 등을 제공하고 있는 내용임.
    * 적용 법규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제1항제9호,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7조제4호
  2. 귀 기관이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는 정치적인 검열에 의해 차단된 사이트를 우회해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페이지에서 사례로 들고 있는 바와 같이, 귀 기관은 ‘노스코리아테크’라는 사이트를 합리적인 근거없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보아 차단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노스코리아테크 운영자의 표현의 자유와 이용자의 접근권한이 오래 동안 침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스코리아테크에 대한 귀 기관의 접속 차단 처분은 2심에서도 위법 판결이 내려졌고 이후 귀 기관은 상고를 포기했지요. 이처럼 귀 기관과 다른 정부부처의 검열로 인해 차단되어 접근할 수 없는 정보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해왔고, 이에 표현의 자유와 접근권을 수호하기 위해 본 단체는 검열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적인 수단을 공유하고 홍보해왔습니다. 그런데 귀 기관이 이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시정요구를 하는 것은 코메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귀 기관이 시정요구의 근거로 들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9호는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인데, 위 사이트의 내용은 검열을 우회하는, 더불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기술적 방법일 뿐입니다. 물론 범죄자들도 동일한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범죄자들이 암호화 기술을 사용한다고 암호화 기술 자체를 금지하거나, 혹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통신 내용을 암호화하자는 주장을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위 사이트가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이라는 판단은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7조제4호는 “그 밖에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인데, 이 조항의 적용 역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더불어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인권단체에서 예전부터 지적해온 바와 같이 심의 규정 자체가 이렇게 모호하기 때문에, 이번 시정요구와 같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인 결정들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4. 그래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심의위원들이 계실 것을 우려하여, 귀 기관이 삭제를 요청하는 문제의 콘텐츠는 전 세계 유수의 인권단체, 기술 공동체, 미디어에서도 콘텐츠로 다루거나 교육, 홍보하고 있는 내용임을 소개 드립니다. 예를 들어,
    * 검열 우회하기(BYPASS CENSORSHIP)’ 사이트(https://www.bypasscensorship.org/ )는 BBC 등 주요 미디어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캠페인 사이트로서 검열을 우회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전 세계 정보인권 단체의 네트워크(본 단체도 회원단체로 가입되어 있습니다)인  진보통신연합 APC는 오래 전인 2011년부터 검열을 우회하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발간하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https://www.apc.org/en/blog/new-manual-teaches-how-bypass-censorship-over-internet
    * 여러 필자들이 오픈소스 방식으로 공동 작업한 검열 우회 매뉴얼도 있습니다. (http://archive.flossmanuals.net/bypassing-censorship)
    * 인터넷 백과 사전인 위키피디아에도 검열을 우회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Internet_censorship_circumvention)
    * Tactical Technology Collective 와 Front Line Defenders 라는 정보인권 단체는 Security-in-a-Box라는 프로젝트에서 검열을 우회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였습니다. (https://securityinabox.org/en/guide/anonymity-and-circumvention/ )
    * 미국의 저명한 정보인권단체인 전자개척자재단(EFF)도 인터넷 검열과 감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를 우회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https://ssd.eff.org/en/module/understanding-and-circumventing-network-censorship )
    * 물론 지금 언급한 사례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전 세계 정보인권단체들이 국가의 검열과 감시를 피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귀 기관이 본 단체의 사이트에 대해 삭제요구를 한다면, 위의 모든 사이트에 대해서도 삭제요구를 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5. 본 단체는 귀 기관의 삭제 요청이 본 단체에 대한 정치적인 탄압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당 페이지에서 귀 기관의 검열 행위에 대해 비판을 했다는 이유겠지요. 만일 탄압의 의도가 아니었다면, 귀 기관이 불법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역량이 없음을 그 자체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2020년 한국에서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시정요구가 발생했다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6.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귀 기관의 시정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 단체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재고해볼 것을 권고하는 차원에서 이의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시정요구를 철회하는 것과 함께, 우리 단체에 사과할 것을 정중히 요구합니다. 물론 귀 기관이 잘못된 결정을 굳이 강행하고자 방송통신위원회에 삭제 명령을 요청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검열 기관으로서의 귀 기관의 명성과 한국의 표현의 자유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