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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인터넷거버넌스포럼(IGF)

By 2020/04/20 No Comments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인터넷거버넌스포럼(IGF)은 2차 WSIS 회의의 결과물인 튀니스 어젠더에 따라 시작된 ‘멀티스테이크홀더 정책 포럼’이다.  즉, 인터넷 거버넌스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정책 대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2006년 아테네를 시작으로 개최국을 달리하며 매년 개최되고 있다. 2010년에 IGF를 5년 더 개최하기로 결정하였으며, 2015년 12월에 개최된 WSIS 10년 평가를 위한 WSIS+10 회의에서 IGF를 10년 더 연장하기로 결의하였다.

IGF는 ‘멀티스테이크홀더 자문그룹(MAG)’이 사무국의 지원을 받아, 그리고 공개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포럼의 주제나 기획을 논의한다. IGF는 워크샵, 전체 세션, 오픈 포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전체 세션은 MAG에 의해서 기획이 되지만, 오픈 포럼이나 워크샵은 누구나 제안하고, 채택된 워크샵을 스스로 조직할 수 있다. 장애인 접근권, 온라인 아동 보호, 망중립성 등 특정 이슈의 지속적인 논의를 위해 참여자들이 ‘역동적 연합(Dynamic Coalition)’을 구성할 수도 있는데, 이는 일종의 주제별 토론그룹으로 보면 된다. IGF 역시 등록만 하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그러나 IGF는 ICANN과 다르게 어떤 구속력 있는 정책 결정을 하는 곳은 아니다. 이 때문에  IGF는 ‘토크쇼’일 뿐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어왔던 시민사회 참여자들에게 IGF는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또한, 개발도상국 참여자들에게는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다양한 이슈나 모범 사례(Best Practice)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히려 협정과 같은 구속력 있는 정책 결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폭넓고 자유로운 논의가 가능해진다. 또한, 비록 구속력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참여자들의 합의를 담은 구체적인 결과물(예를 들어, 특정한 이슈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산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때문에 IGF는 인터넷 정책 형성에 있어서 ‘소프트 파워’를 가진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세계 IGF와 병행하여, 각 지역 및 국가 차원에서도 IGF가 개최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IGF(AprIGF), 아프리카 IGF(Afican IGF), 유럽 IGF(EuroDIG) 등이 그것이다. 러시아, 독일, 캐나다, 케냐, 말레이시아 등 각 국에서도 국가 차원의 IGF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지난 2010년 홍콩에서 개최된 아태지역 IGF를 시작으로, 지난 2013년에는 서울에서 4차 아태지역 IGF가 개최되었다. 이와 같은 국가, 지역 단위의 IGF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간 정책 토론과 역량 강화라는 IGF의 의미를 각 국가, 지역 단위로 확대하고, 각 국가나 지역의 고유한 이슈들 발굴하며, 국가, 지역과 세계적 인터넷 거버넌스를 연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3년부터 매해 한국 IGF를 개최하고 있다. (http://igf.or.kr)

인터넷거버넌스포럼의 한 장면
인터넷거버넌스포럼의 한 장면
(출처 : APC, https://www.flickr.com/photos/138045256@N05/23573444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