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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WSIS)

By 2020/03/20 No Comments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2.주소자원 거버넌스

세계적 수준에서 인터넷 거버넌스의 문제가 이슈화된 것은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이하 WSIS)에서이다. WSIS는 리우환경회의, 베이징 여성회의 등 UN이 개최했던 일련의 정상회의의 하나로서, ITU의 주관으로 준비되었다.

애초에 WSIS는 ‘개발(development)’과 ‘접근(access)’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IP 주소, 도메인 네임 등 주소자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독점적 권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면서 인터넷거버넌스 논쟁이 점화되었다. 2003년 제네바에서 개최된 1차 WSIS 이후에 ‘인터넷 거버넌스 워킹그룹(Working Group on Internet Governace, 이하 WGIG)’이 만들어졌는데, WGIG의 최종 보고서가 2005년 2차 WSIS에 제출되었고, 2차 WSIS의 최종 결과물인 튀니스 어젠더(Tunis Agenda)에 그 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되었다. 결국 주소자원에 대한 미국의 독점적 권한에 대한 논란은 2차 WSIS에서 해결되지 못했지만, 튀니스 어젠더는 인터넷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기 위한 공간으로서 인터넷거버넌스포럼(Internet Governance Forum, 이하 IGF)을 개최할 것을 결의하였다.(튀니스 어젠더 72항)

WSIS는 각 국 정부 뿐만이 아니라 기업 및 시민사회의 참여도 허용하였다. 진보통신연합(Association for Progressive Communications) 등 세계 시민사회는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WSIS의 결과물이 개발 및 정보인권의 가치를 포함하도록 목소리를 내었다. 당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를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Korean Civil Society Network for WSIS)’를 구성하여 국제 시민사회와 함께 연대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는 이 회의를 계기로 정보사회의 방향에 대한 국내 시민사회의 입장을 최초로 마련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