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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는 정보인권] Watch Dogs 2{/}와치독스와 감시자본주의 시대 게이머의 슬픔

By 2019/07/15 7월 16th, 2019 No Comments

개발/유통 :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유비소프트
출시일 : 2016년 11월
플랫폼 : MS Windows / PS4 / XBOX ONE
장르 : 액션 어드벤처

비디오게임 와치독스(Watch Dogs)의 세계는 정교하고 광범위한 감시 기술로 뒤덮인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에서 플레이어는 정의감을 불태우며 사적 복수를 행하는 외로운 해커가 되고, 두 번째 작품에서는 해커집단 DedSec의 일원이 되어 자유와 반감시라는 더 큰 대의를 위해 싸우는 사회운동가, 핵티비스트가 된다. 개개인의 스마트폰과 랩톱은 물론이고, 실내의 잡다한 물체들로부터 가스관, 전력, 길거리의 신호등과 수많은 자동차까지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된 도시는, 그것의 중앙 통제 장치 (또는 서버)에 백도어를 설치함으로써 핵티비스트들의 놀이터이자 강력한 사회운동의 기반으로 변모하게 된다.

기술과 관련된 실제 사회의 이슈들은 비유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게임을 통해 드러난다. 시민에 대한 잠재적 프로파일링, 불투명하고 편견이 섞인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인종과 소수자를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는 시스템, 흑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공지능, 안전과 서비스 이용을 사유로 수집해간 개인의 정보들을 영리적 목적 또는 음험하고 불순한 용도로 사용하는 스마트 홈 기업, 특정한 정치인을 지지하도록 설계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까지, 지금까지 터져 나온 수많은 기술 기업의 병폐를 게임 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회비판적이며 꽤나 교조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해킹과 신기술(드론과 3D프린터를 애용한다)을 도구로 진행한다는 점과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게 묘사된 핵티비즘 덕분에 게임 플레이는 매력적이고 지루함이 없다.

우로보로스의 숙명

허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기업의 예술작품이 그러하듯이 와치독스 시리즈에는 스스로 그 꼬리를 무는 본질적 역설과 한계가 있는데, 바로 ‘게임 자체’가 본 게임의 이야기가 비판하고 사유하는 ‘감시 문화’를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현대의 온라인 비디오 게임 및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와치독스 시리즈 역시 하나의 커다란 감시 프로그램이다. 무슨 말이냐고? 제작사인 Ubisoft의 최종 사용자 라이선스 동의 (End User License Agreement)와 개인정보보호정책(Privacy Policy)을 통해 제작사가 명시해둔, 그들이 수집해가는 개인 정보의 목록 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 길고 복잡하고 눈 아픈 약관과 정책에 따르면, 유비소프트는 당신이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게임 점수, 게임 내 행동, 플레이 시간과 분석, 기능 사용, 광고 클릭률, 구매 기록, 나이, 젠더, 게임 내 행동양식, 서드파티 앱, 브라우저 기록, 단말기 고유 번호 등등을 수집하고 저장하고 처리한다. 또한 수집/저장/처리하는 정보들은 위의 예시에 국한되지 않으며 제한이 없다. 감시를 비판하는 게임을 하기 위해 감시당해야 하는 셈이다.

위와 같은 ‘보이지 않는 대량 감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감시에 비해 그 악영향이나 피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현대의 수많은 게임과 앱 또는 서비스들이 비슷한 정보를 다 수집하니 특정 게임만 비난할 문제는 아니다. 또한 어쩌면,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생각해봤을 때, 대량감시의 결과가 그들의 작품을 개선시킬 수도 있고 공공성을 띈 연구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감시 문화, ‘기술적으로 가능’하기에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오용하는 약탈적 행위들은 수많은 개인들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진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발표된 구글의 Stadia 등 클라우드 기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의 등장을 보며 더 증폭된다.

하루하루 데이터 만드는 노예

수많은 정보를 수집해가는 현대의 비디오 게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을 사고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그 고객이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미래를 가정해봤을 때도 그러할까? Stadia를 발표한 구글의 경우, 광고로 인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퍼센트를 넘는다. 사용자의 수와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이들에게 게임 시장이란 게이머의 개인정보 및 행동 데이터 약탈을 위한 골드러쉬에 불과하다. 대형 게임 제작사, 플랫폼에 있어 게이머는 ‘고객’ 이 아닌 ‘상품’ 이 될 가능성이 크다. 쉽게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생각해보라. 이용자들은 농노가 되어 하루하루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대가로 여가와 서비스를 보장받고, 봉건영주인 기업들은 그 데이터를 팔아 수익을 내는 블랙미러적 미래는 이미 현실과 맞닿아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의 주류로 깊게 자리 잡은 음악 산업에서는 이러한 지적들이 나오고 있으며 수많은 새로운 스타트업 및 서비스 앱들이 사용자 데이터 착취를 기본 수익 모델로 잡고 있다.

물론 기업에겐 알리바이가 있다.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선사합니다! 또는 우리가 약탈한 개인정보의 대가로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게임을 제공합니다! 각 게이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과연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으로 모두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또는 그런다고 해서 정말 좋은 게임이 만들어질지의 여부는 넘어가더라도, 직접적인 개인정보가 아니니 괜찮다는 기업의 인식하에 우리는 우리에 대한 수많은 정보의 통제권을 잃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의 인터넷은, 그니까 인터넷의 상업적 모델은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모나 플래시라이트와 같은 간단한 소프트웨어조차, 인터넷에 연결되어 우리에게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거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해간다.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고, 정부는 전체를 감시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며 때로는 기업의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침해 받는 시민들을 무시하고, 각각의 사이버 범죄자들은 당신을 털어먹기 위해 정보를 수집한다.

우리는 디지털 상에서 무언가를 이용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수많은 개인정보 약탈 약관 (이용약관과 개인정보보호정책)에 동의한다.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누군가는 감시국가라고 하면 중국과 같은 국가 주도의 심각한 검열과 감시 및 평가시스템을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감시가 자본주의의 무한한 성장에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은 감시 자본주의 하에 살고 있다.

특히나 와치독스의 경우, 감시 문화와 기술 업계의 폐해를 고발하는 게임이기에 그 모순이 유독 불쾌하다. 무차별적인 감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며 자유를 쟁취한 우리들의 주인공이, 현실에서는 행동 하나 하나 게임 제작사의 데이터로 수집되는 데이터 수집용 꼭두각시 신세라는 걸 떠올리게 되는 순간, 게임은 그 메시지를 잃어버린다. 게임 속에서 우스꽝스럽고 사악하게 비유되며 고발당하고 비판받는 기업들의 무차별적 정보 약탈을 그 제작사 스스로가 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DedSec은 못 되어도 의문은 품고 살자

우리는 아직 미래의 게임, 더 크게는 인터넷이 어떠할지 어떤 식으로 굴러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현재를 인식하고 판단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꿔볼 수는 있다. 개개인이 DedSec이 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간단한 일을 시작해보는 건 어렵지 않다. 무의식적으로 동의하던 약관을 살펴보고, 편하다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이용했던 거대기업의 서비스가 어떤 개인정보를 어떻게 얼마나 가져가나 살펴보는 등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거부하고, 가능하다면 대안을 찾아보자.

편집자주 : <함께 보는 정보인권>진보네트워크센터의 구성원들이 정보인권 관련 미디어 및 문화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때로는 평범한 작품도 정보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