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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괴담? ‘거짓말’이라는 거짓말(1)

By 2016/07/31 10월 13th, 2017 No Comments

[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거짓말이라는 거짓말

정부가 시민의 비판을 억압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다. 공권력이 무엇을 감추려고 작정하였을 때 시민의 힘으로 의혹을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민이 발언한 수많은 단어 가운데 잘못된 것을 골라내는 일은 엘리트 공무원에게 아주 쉬울 것이다. 그래서 국가 권력이 공적 사안에 대한 시민의 발언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일 수밖에 없고 때로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한다.

201608_우리는-인터넷에서-자유를-발견했다_032008년 5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문제를 두고 촛불시위가 크게 일었다. 정부는 곧바로 ‘광우병 괴담 10문 10답’을 작성하여 배포하였고 법무부와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천명하였다. 정부는 광우병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괴담’으로 몰았고(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이 글을 받아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 배포한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동맹 휴업’을 친구들에게 제안한 청소년 1명을 형사입건하였다. 이때 경찰은 약 25년전 입법후 사문화된 ‘허위의 통신’ 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하여 형사기소하였다. 이 청소년은 몇년 후에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벌칙) ①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08년 7월에는 “오늘 자정부터 서울특별시 경찰청 소속 제2기동대 전경 일동은 상부의 명령을 무조건 거부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게시자가 긴급 체포되었다. 적용된 죄명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했다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반과 서울경찰청 제2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형법상 명예훼손이었다. 2014년 3월, 대법원은 전부무죄로 판결하였다. “불법적인 진압명령에 집단적으로 거부행위를 하겠다는 것이 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객관적으로 저하시키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정부가 비판적 게시자에 대해 허위의 통신 조항으로 형사기소하고 체포한 사건들은 몇년 후 무죄로 판명이 났다. 그러나 게시자들은 그간 많은 고초를 겪을 수 밖에 없었고 이들의 고난을 지켜본 국민들은 표현 의사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정점에 섰던 사건은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 사건이다.

2009년 1월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허위사실 유포전담반은 “정부 당국이 외환에 개입하였다”는 등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다수 게시한 경제 블로거 미네르바를 구속하였다. 미네르바 구속 이후 많은 경제 블로거들이 절필을 선언하거나 게시를 중단하는 등 위축 효과가 크게 확산되었다.

2010년 3월 서해에서 발생한 ‘천안함’의 침몰원인을 두고 정부가 ‘북한 폭침설’을 공식화한 가운데 인터넷에서 그와 다른 의견을 담은 게시물들이 다수 게시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해당 게시물들을 삭제하였고 수사당국은 게시자들을 형사입건하였다. 특히 검찰은 휴대전화 문자나 인터넷 메신저로 “전쟁난다”는 문자를 지인들에 보낸 청소년과 대학생, 직장인 등 3명을 형사기소하였다.

2011년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폐지 또는 개정을 권고하였다(A/HRC/17/27/Add.2). “공익을 해할”, “허위의 통신”과 같은 표현이 모호하며, 허위 정보 출판을 이유로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은 비례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매우 광범위한 제한이라는 것이다.

2010년 12월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의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의 사건에 대하여 위헌으로 결정하였다.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2008헌바157 결정). 공공 안녕질서에 단순히 유해하다는 이유로 표현행위를 금지시킨다면 반대·소수의견,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표현 등은 차단되고 다양한 의견은 봉쇄된다는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위헌결정 직후 법무부와 검찰은 크게 반발하며 재입법 추진 방침을 밝혔고 국회에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계속 발의되어 왔다. 가장 큰 문제는 위헌 결정 이후로도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을 이유로 한 게시물 삭제와 형사소추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일본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물질의 대기 유입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정부는 “한국 영토는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방사능 물질의 유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하였고, 경찰은 유입 가능성을 다룬 외국 방송 내용을 소개한 인터넷 게시자 1명을 입건하였다. 서울 근교에서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이 실제로 발견된 후 해당 게시자가 형사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당시 관련 인터넷 토론은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2011년 7월에는 서울에서 폭우로 인한 피해가 크게 발생하자 경찰이 여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한 ‘폭우괴담’을 수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23일 경찰은 곧바로 ‘세월호 괴담’ 엄정 대처 방침을 발표했다. 악성 유언비어 87건을 적발했고 지방선거 전 대대적 단속을 위해 1,038명의 사이버 경찰을 동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선정한 악성 유언비어 중 상당수가 해경과 현장책임자를 비판하는 내용이었고, 해경이 구조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잠수부들의 수색을 막았다거나 산소 주입이 거짓이라는 주장은 이후 사실임이 드러났다. 경찰은 7월에 세월호 실질 선주 유병언씨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그 시신을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표 내용에 의혹을 제기하는 허위사실에 엄정 대응하겠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