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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정부가 인터넷내용을 검열하는 문제

By 2016/06/30 4월 9th, 2018 No Comments

[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 정부가 인터넷내용을 검열하는 문제

2002년 헌법재판소가 ‘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 위헌 결정에 대한 후속조치로 통신질서확립법이 부활했다는 것은 역사의 배신이라 할 법하다.

1999년 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고 학계에서도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계속되었다. 정부는 ‘위헌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2000년 통신질서확립법안 공청회에서 ‘불법정보의 금지’ 조항을 도입해 ‘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을 대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때 불법정보의 개념은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 또는 선동하는 내용의 정보 및 기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의 규정이 금지하는 내용의 정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였다(안 제2조). 그리고 “누구든지 불법정보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할 것을 목적으로 제작·유통 또는 매개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의무를 두었다(안 제26조). 그러나 통신질서확립법안에 대한 시민사회 반발이 확산되면서 2001년 국회에서 개정안 원안이 축소되어 통과되었고 이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201606_우리는-인터넷에서-자유를-발견했다_022002년 6월 27일 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규제의 법적 구조가 정보통신부장관-전기통신사업자-전기통신이용자의 삼국구도로 짜여져 있어, 명령 및 처벌의 대상자는 전기통신사업자이지만, 그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 자는 이용자가 된다”고 지적하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이 모호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국가가 규제하는 것이 과잉이라는 것이었다.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인터넷 콘텐츠의 불법성을 규제하는 데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규제 공백에 다급해진 정부는 곧바로 ‘불법통신의 금지’ 조항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위헌결정이 내려지고 겨우 백일 남짓한 10월 11일이었다. 정부는 국회에 붙어있다시피 하며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였다. 정부 법안은 11월 4일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통과하고 11월 8일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11월 12일 본회의를 모두 통과하였다. 그야말로 빛과 같은 속도로 처리된 것이었다. ‘불온통신의 단속’을 담당하던 행정심의기구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오히려 더 큰 권위를 가지고 ‘불법정보의 금지’ 업무를 실시해 나갔다. 인터넷 검열 폐지를 주장하던 시민단체들과 인터넷 이용자들이 망연자실할 상황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방송위원회와 통합되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내용심의기구로 재탄생하였다. 법에서는 불법정보(「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에 규정된 사항) 뿐 아니라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도 심의하도록 하였다(「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2008년 출범직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광우병촛불집회에 대한 왜곡보도를 비판하며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주 불매운동을 제안한 인터넷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의 게시물 수십 건을 대대적으로 삭제하고,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도 계속적으로 삭제할 것을 포털사이트에 요구하였다. 2011년에는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트위터 @2MB18nomA 이용자의 개인페이지(http://twitter.com/2mb18noma)에 대한 국내 접속을 차단하였다(현행법률상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2009년에는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의 다음블로그 시멘트 관련 게시물이 한국양회공업협회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삭제하였다. 2012년 법원은 “방통심의위의 행정처분은 한국양회공업협회 의 일방적 요청에 의한 공정하지 않은 심사결과로, 국민의 표현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결하였다(서울행법 2010.2.11. 선고 2009구합35924).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자신들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독립기구로서 행정청이 아니고, 자신들의 시정요구는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단순한 권고이므로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 기관이 행정기관이고 그 처분은 행정처분이라 인정하였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심의를 독립적인 민간자율기구에 이양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2011년 유엔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도 한국보고서에서 마찬가지 내용을 권고하였다. 특별보고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부나 유력한 기업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삭제하는 사실상의 사후 검열기구로 기능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201606_우리는-인터넷에서-자유를-발견했다_03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과 최병성 목사의 헌법소송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2012. 2. 23. 2008헌마500 등). 심의위원회로 하여금 불건전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적절하고 인터넷 정보의 복제성, 확장성, 신속성을 고려할 때 시정요구 제도를 통해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라는 공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이유 등이었다. 유사한 이유로 2MB18nomA 트위터 이용자도 행정소송에서 패소하였다.

국민의 표현을 촉진하는 매체로서 인터넷의 긍정적인 면모에 주목하며 인터넷 내용규제는 명확성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선언했던 헌법재판소는 딱 십년 만에 입장을 바꾸었다. “인터넷이 범죄를 조장하거나 범행을 실행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는 어느 정도 유연한” 규제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현재의 인터넷 내용심의의 근거가 불명확하고 정부 비판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나 유엔의 권고가 무색해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