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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꼬리(롱테일, 이하 롱테일) 법칙이란 말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롱테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아거님(http://gatorlog.com) 블로그에 실린 글 “블로거는 긴꼬리를 남긴다”(2005년 2월 13일 씀) 일부를 발췌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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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레토 법칙에 의한 경영이 귀족 마케팅이라면, 지금 현재 Chris Anderson이 주창하는 이른바 긴꼬리 마케팅(롱테일 Marketing)은 파레토 법칙의 근본 가정을 역으로 생각하는 발상이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히트하는 20%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이는 독특한 분야의 수요를 창출하는 기나긴 행렬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나긴 꼬리, 기나긴 행렬….그렇다… 파레토 법칙하의 시장에서는 성공한 20%의 음반은 음반매장이나 유통업체 진열대의 맨 위를 장식하지만 나머지는 창고에 처박혀 햇빛을 보지 못했다. 즉 20%가 음반사와 음반 유통 업체에 80% 수익을 가져다 준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 베스트 셀러에 든 전체 20%의 책이 전체 출판업계의 등불이었다. 하지만 Chris Anderson은 인터넷 시대에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파레토 법칙에서 "사소한 다수 (trivial many)"로 간주되던 80%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긴꼬리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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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일 법칙은 정말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아거님 블로그에 롱테일에 관한 또 다른 글, “과연 롱테일이 웹을 흔드는가?”(2006년 7월 26일)가 실렸다.
롱테일이라는 책을 아직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사실 읽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그 내용과 함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내가 이 두 개의 글을 읽으면 모든 게 끝난다고 이 책의 아이디어를 평가절하 했는데, 이는 그동안 크리스 앤더슨의 블로그를 관찰한 경험에서 나온다. 사실 크리스 앤더슨이 (누군가로부터) 차용한 아이디어가 인기를 모은 이유는 두 가지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아주 “섹시한 예”를 들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지배적 패러다임에 저항하는 패러다임을 내놓았고 이게 (블로그 시대를 맞아) 시류를 잘 탔기 때문이다. (…) 그런데 Who Controls the Internet?이라는 책의 공저자인 TIm Wu는 최근 슬레이트지에 기고한 글 [긴꼬리 이론의 긴꼬리 (또는 머리)]에서 롱테일 책의 부제부터 상당히 잘못되었거나 최소한 과장되었다고 비판한다. 그 다음 이어지는 비판은 정말 촌철살인이다. (…) 망치만 들고 있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고, 넷플릭스, 이베이, 아마존, 구글을 들먹이며 재미를 봤던 크리스 앤더슨은 밑천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뭐든지 눈에 걸리기만 하면 롱테일을 뒤집어씌우기 시작했다.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신제품인 양 포장과 광고만 바꾸어 출시하는 것은, 아주 고전적인 마케팅 수법 가운데 하나다. 마케팅 이론에 활용되는 각종 법칙들이 모두 다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지만, 그 중 상당수는 내용은 없고 그저 껍데기만 존재한다. 파레토 법칙은 흔히 80 : 20 법칙이라고 불리는데,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전체 중 80%를 구매하거나 소유하기 때문에 구매력이 높은 이 20%에 초점을 맞추어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은 롱테일에 관한 주장을 반겼고 또 열광했다. ‘사소한 다수’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한껏 고무되었다. <<롱테일 법칙>>이라는 책도 나왔고 롱테일 이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그것이 함정이었다. 롱테일 법칙은 없었다. 오히려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marishin님(http://blog.jinbo.net/marishin)은 롱테일 법칙을 비판하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누군가 ‘섹시한’ 주장을 펴면 무조건 흉내내는 게 첨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짜 문제다. 아메리카에서 이런 짓이 벌어지건 말건 신경 쓸 생각 없다. 다만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라도 좀 제대로 따져보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수용을 하든 말든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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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책 중에 블루오션 어쩌구 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주장은 한 마디로,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에 머무르지 말고, 경쟁이 없는 시장을 찾아내 독점적 지위에 오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사서 보았으나 정작 블루 오션을 찾아낸 것은 많은 인세를 받아 챙긴 그 책의 저자들뿐이었다. 이른바 경제경영 서적 또는 처세술 책은 늘 뻔한 이야기, 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포장과 제목만 요란하게 바꾸어 시장에 내놓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판 시장에서 제법 많이 팔린 경제경영 서적 몇 권을 서점에서 읽어보았다. 그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해 보면 이렇다.
<<블루오션전략>>, 경쟁 없는 독점 영역을 찾아내라.
<<보랏빛 소가 온다>>, 리마커블한(두드러지는) 것을 발견하라.
<<페페로니 전략>>, 당신 안의 매운 맛을 찾아내라.
<<블링크>>, 몇 초안에 고객을 사로잡아라.
<<티핑 포인트>>, 사소한 아이디어를 놓치지 말라.
앞으로 이런 책은 끈질기게 출간될 것이며, 그러면 뭔가 또 새로운 것이 나왔을 것이라는 기대로 책을 사 보는 독자들도 꾸준히 있을 것이다. 독자는 경쟁 사회에서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간단명료한 해답을 원하고, 출판시장은 그러한 독자의 심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남들보다 한 발짝 앞서가려고 하는 욕구는 인터넷에서도 여러 모습으로 표출된다. 롱테일에 대한 열광 또한 그러한 것이었다.
200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