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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한 메일서비스, 프라이버시의 실종

By 2004/07/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인터넷트렌드

최현용

매일매일 스팸을 지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디 스팸없는 세상은 없을까?’ 하는 푸념이 절로 나오는 세상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스팸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야후, 다음을 위시한 여러 ‘무료’ 웹메일 회사들이 앞다투어 메일박스 용량을 늘려 주고 있다. 어제는 5MB에 불과하던 메일박스 용량이 이젠 100MB 정도는 기본이 되어 버렸다. 아니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프리미엄이다’ 해서 50MB 사용에 돈까지 받던 다음조차 500MB를 무료로 주게 되었을까? 혹시 다들 소비자가 왕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일까?

G메일의 충격

당연히 아니다. 아마도 가장 합리적인 설명은 G메일이란 충격 이후에 잇따른 도미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도대체 G메일이 뭐길래 그럴까? G메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검색엔진 서비스 세계 랭킹 1위인 구글이 새롭게 선보인 ‘무료’ 웹메일서비스가 바로 G메일 (http://gmail.com)이다. 널리고 널?기존의 다른 무료 웹메일 서비스들이 째째해 보이게 만든 비장의 무기는 바로 1GB 용량의 넉넉한 메일박스 용량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내 무료웹메일서비스 회사들이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어찌 용량을 늘리지 않을 수 있으랴.

G메일은 아직도 베타서비스중이다. 그런데도 요즘 개발자들에게 ‘나, G메일에 계정 있소’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다. G메일의 계정을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창기 G메일은 구글 직원, 관련회사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지급’되었다. G메일에 가입하려면 바로 이들의 초청이 있어야만 한다. 그것도 1인당 3장이라는 제한이 있다. 한마디로 귀족마케팅 플러스 다단계인 것이다.

물론 용량이 큰 것만이 장점은 아니다. G메일 사용자들이 전하는 바(http://www.zdnet.co.kr/ news/column/scyoon/article.jsp?id=68972&forum=1)에 의하면 탁월한 검색기능과 이미지 하나 없는 깔끔한 디자인, 레이블과 쓰레드를 이용한 사용상의 편리함, 거기다 눈에 거슬리지 않는 텍스트 광고까지 G메일의 위대함은 끝이 없다.

G메일 프라이버시 침해

그러나 G메일은 G메일만의 강점인 검색과 광고의 연동시스템으로 인해 메일서비스와 프라이버시 침해와의 교환이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G메일은 이용자의 메일 내용을 검색해 이용자의 특성에 맞는 광고를 내보낸다.소위 타겟 광고다. 비록 눈에 거슬리지 않는 텍스트광고이기는 하지만. 사실 웹메일 회사들이 메일 내용과 광고를 연계시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회사 입장에선 이용자의 메일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방법이고 광고주 입장에선 자기 상품에 관심 있는 대상을 곡집어 광고하니 불특정 다수 광고보다 비용이 저렴하면서 효과는 그만이다. 결국 공짜인줄 알았던 웹메일은 코 공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웹메일 회사들은 이용자들의 메일을 일일히 열어보지는 않는다고 해명하지만 사람이 직접 열어보는 것만을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 가능할 뿐더러, 무엇보다 이용자들이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 G메일에 열광하는 파워유저계층은 의외로 조용하다. 이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MS와는 달리 구글은 믿을만하다’는 것이다. 사실 MS와는 달리 구글은 지난 6년의 시간을 돌이켜보건데, 충분히 신뢰를 받을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신뢰의 수준을 넘어선다.

보통의 웹메일 서비스에서 메일을 필터링해주는 서비스와 G메일에서 메일내용을 스캔하는 것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도식화하면 그것은 스캔의 범위에 대해 G메일은 사전 동의를 구한다는 것이고, 다른 웹메일서비스는 스캔을 함에도 사전동의 절차가 없다는 점 뿐이다. 절대 스캔의 유무가 아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필터링을 위해서건 광고를 위해서건 어차피 메일은 모두 스캔된다. 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다. 어차피 기술적으로 위험도가 똑같을 바에는 차라리 구글이 믿을만하다는 ‘차악론’과 문제는 기계적 스캔보다 태생부터 메일의 비보안성(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텍스트로 이루어진 메일은 인터넷의 구조상 패킷스니핑에 의해 언제라도 누구라도 쉽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과 PC 어플리케이션의 보안구멍(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웜에 감염된 아웃룩이 주소록에 적힌 모든 사람에게 보관된 메일을 날려보내는 일들 같은 것)이 인간적으로 더 위험하다는 ‘상대성이론’이다.

차악론의 문제는 한마디로 구글이 언제 배신을 할 지 모른다는 점이다. 구글도 돈을 벌어야 하는 회사인 이상, 언제라도 이미지광고를 도입할 수도 있고, 언제라도 G메일의 고객정보를 팔 수도 있다. 그걸 완벽하게 제어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상대성이론은 위험의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위험 자체의 질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대상을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놓고 생각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에서는 의회와 법원이 바빠졌다. 미국 전자 프라이버시정보센터 등 3개의 프라이버시 단체들이 “구글 G메일이 캘리포니아 도청법을 위반했다”며 제소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상원은 내친김에 광고나 기타 목적을 위해 고객의 메시지를 검색하는 이메일 업체들에게 엄격한 제한을 가한 법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기계적 스캔’ 이 프라이버시 침해인가 아닌가는 여전히 법적논리의 대상이며 구글처럼 ‘동의받고’ 스캔하는 경우는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공짜 이메일을 원하는 이용자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메일에 프라이버시는 없는 걸까? 그렇다. 지금처럼 메일을 사용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조금의 귀차니즘을 감수한다면 프라이버시의 공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먼저 아웃룩보다 스팸을 더 잘 잡는 모질라 썬더버드(http://www.mozilla.or.kr)를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어떤 웹메일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 그러나 기술적으로 충분히 제공 가능한 메일을 암호화하는 방법 – GNU 프라이버시 가드(http://www.gnupg.org). 이 두 가지만 조합해도 메일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위협의 대부분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G메일은 나를 늘 시험에 들게 한다…

 

 

200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