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전자신분증프라이버시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By 2011/05/1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바리

사찰 파문은 잦아들었다. 때마침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발하였다고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한창 점화 중이던 핫이슈의 분사구가 지난해 그 시점 전후로 닫힌 것은 사실이다. 국무총리실의 한 부서가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황당한 소식이 여당 중진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 논란으로 이어졌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면서 증거를 은폐했고 청와대 직원이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져갔다.

 

폭로된 사찰 수첩의 내용에는 ‘BH(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문구 뿐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등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사찰 정황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재수사는 없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며 검찰이 버티는 가운데 ‘몸통’ 없이 직원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끝났다. 이렇게 사찰 파문은 잦아들었다.

 

휴일 전날 후다닥 발표하여 여론의 뭇매를 고의적으로 피한 정황이 다분한 2010년 감청 통계에는 명백한 사실이 담겨 있었다. 감청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새로울 것 없는 소식으로 취급하고 있다. 우리는 둔감해졌거나 이미 알고 있다. 대통령이 싫다는, <PD수첩> 작가의 개인 메일을 검찰이 언론에 공표한 이후로 우리에게 이메일의 비밀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었다. 그러니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면 조심할 일이 없어질까? 사찰과 감청을 바라보는 항간의 주요 관점은, 이 문제를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로 취급하는 것이다. 특히 사찰은 현 통치권력이 정적(政敵)을 다루는 방식의 문제로 보여진다. 이명박 정부의 치사함은 정적을 향한 칼끝이 정치권과 언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시민 일반도 감시에서 피해갈 수 없다.

 

대통령, 청와대 인사나 장관들에 대한 게시물을 잘못 올리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 후 삭제되거나, 현직 장관으로부터 고소당하거나 집요하게 감시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게시판이나 블로그는 물론이고 트위터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정말 큰 문제는 이런 사태가 이 정부에서 끝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모 바일 생활은 일상 그 자체이다. 우리의 스마트한 전화기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친구와 연락하는 것도, 회사 업무도, 쇼핑도, 은행거래도 순식간에 처리된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가 이 전화기 안팎에 모두 기록된다. 이 막강한 기계의 세계에서 그것은 필연적인 기술의 진화이다. 동시에 우리의 근심도 깊어간다. 애플의 아이폰이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하여 결과를 보관하고 있다는 소식이 우리를 화들짝 놀라게 한 것은 그 때문이다.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신상 털기’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신상 털기는, 스스로 공개한 정보로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시대적 모순이다. 온라인 검색의 능력이며 다중이 가지고 있는 위력이다.

 

온 라인 활동의 모든 것이 저장되던 시대의 끝에는 오프라인 활동도 모두 온라인으로 수집 및 집적되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2013년부터 우리는 병원, 은행, 이동통신대리점, 법무사, 중개사 사무소를 갈 때마다 전자주민증을 ‘삑’ 대야 한다. 그 정보는 어딘가로 흘러가서 집적될 것이다. 그렇게 편리함의 이면에 감시 사회의 어둠이 짙어간다.

 

우 리가 할 일이 조심하는 것 밖에 없을까? 감시는 이미 일상이다. 우리는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리고 있다. 해결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의 편리함 이면에서 이루어지는 위치정보 추적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2005 년 안기부 X파일 이후로도 국정원의 감청 권력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 사찰 파문은 여전히 종료되지 않았음을 선언해야 한다. 전자주민증의 도입은 막아야 한다. 우리가 감시당하는 것이 아니라 ‘역감시’해야 한다. 시민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이 글은 2011.5.12.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