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라! 리믹스 선언
지난 9월 제6회 EIDF(EBS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발) 기간에 대한민국 저작권 관심인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의 십자포화를 받은 영화가 있었다. 『찢어라! 리믹스 선언』(『rip! A Remix Manifesto』(2008), 이하 『rip!』)이라는 작품이었다. 물론 이 코너는 음악을 다룬다. 따라서 영화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교훈적이고 유쾌한 영화는 저작권과 관련되어 현재까지 공표된 최고의 교재이다. 영화 관련 정보는 이곳에서 확인하길 바라고, 영화가 보고 싶다면 이곳에서 마음편히 보길 바란다.
이 영화에서는 눈여겨 볼 두 명의 뮤지션이 등장한다. 그 중 하나는 Girl Talk이다. 섬세하며 발랄한 감성에 우울증과 신경증을 뒤섞어 흔드는 아티스트라고 나도 착각할 뻔 했다. 낮설은 뮤지션 앞에서 클릭을 망설이는 당신을 위해 한 곡 추천한다. 듣고 있노라면 당신도 아는 곡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Girl Talk의 면전에 "당신은 창의력이 없으며, 인생을 날로 먹으며, 다른이의 창작에 기생하며, 저작권과 법 규범을 심대히 위협하며…"라고 누가 중얼거린다면, Girl Talk는 되물을 것이다. "저작권이란 무엇인가? 창작이란 무엇인가? 삶-표현이란 무엇인가?"라고. 더군다나 Girl Talk의 음악은 샘플로서 활용된 각 곡들의 특징과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들이 아주 잘 살아있다. 음식으로 치면 양푼에 넣어 대충 숟가락으로 으깬 비빔밥이 아니라, 전주에서 사골물에 밥을 짓고 육회와 계란 노른자를 얹어 젓가락으로 살살 비빈 비빔밥 정도 되겠다.
그럼 『rip!』에 등장하는 다른 뮤지션은?! MetalilcA!!! 슈퍼에 슈퍼에 이마트에 월마트까지 붙여도 모자란 전세계 최고의 헤비메탈 밴드. 그 헤비메탈 밴드의 드러머이자 리더인 Lars Ulich가 저작권의 시뻘건 옹호자가 되어 전세계 음악팬을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했으니 음악팬으로서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미 라스 울리히는 밴드를 대표하여 2000년 7월 냅스터와 냅스터 사용자 30만명을 미국 상원 재판소에 꼰질러서 승소한 전력이 있다.
그네들의 생산양식이, 그네들의 저작권이 어떠하건 어느 누구도 하나의 생산은 기존의 생산물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생산물을 전면에 내새워 권리를 주장하는 MetallicA와 생산관계의 얽힘 속에 우리는 그저 Remix할 뿐이라는 Girl Talk사이에서 아직도 논쟁은 진행중이다. 이 글을 쓰면서 MetallicA의 팬으로서 서글픈 마음이 들었으나 그들의 공연클립을 다시 보니 모든 악감정이 눈녹듯이 사라진다. 아아… 예술이란!
2009-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