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진보넷, 세계 각국의 대안적 ISP단체 모임 참가{/}대안적 ISP단체들, 국제회의 열고 협력 첫걸음

By 2017/06/30 7월 10th, 2017 No Comments

미국의 대안적 네트워크인 ‘Riseup’ 홈페이지

지난 2017년 6월 13일에서 15일,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AntiCafe 라는 작은 커뮤니티 공간에서 조금 독특한 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자본과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대안적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단체들의 회의가 열린 것이지요.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활동가가 이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진보넷은 정보인권 옹호 활동 외에도 사회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원(단체)에게 웹호스팅과 메일링리스트를 제공하고 있고, 웹메일, 공동체, 블로그 등의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셜펀치와 같이 사회운동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도 개발했고, 따오기라는 타임라인 플랫폼도 개발 중입니다. (현재 베타 오픈) 노동조합을 위한 단체협상 데이터베이스와 민변의 디지털 도서관 등의 개발도 위탁을 받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진보넷이 설립된 1998년 이전부터 세계 각지에 진보넷과 같은 독립적, 대안적 네트워크들이 존재했습니다. 그 중 많은 단체들이 사라지거나 영리업체로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90년대 초반부터 존재했던 IGC라는 미국의 독립 네트워크가 문을 닫는다고 하네요.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많은 단체들이 대안적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지

이번 회의에는 정보통신 운동의 세계적인 네트워크인 진보통신연합(APC)의 회원단체(진보넷 역시 APC의 회원단체입니다.)를 비롯하여, 약 3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진보넷도 마찬가지지만, 세계 각 국의 대안적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들은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즉, 낡은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시스템, 부족한 (경제적, 인적) 자원 등의 문제들이지요.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이용자들은 서로 다른 상용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고, 국가나 기업의 감시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안적 ISP들이 서로의 상황과 경험을 공유하고, 당면한 어려움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을 통해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 이번 회의의 취지입니다.

회의 진행

30여 명이 모였기에, 주로 소그룹으로 나누어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의 1차적 관심사항은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었기에 각자 자기 단체의 현황(이름, 설립연도, 규모, 제공 서비스, 기술 사양, 수익 모델, 문제점 등)을 대자보에 써서 공유하였습니다. 각 단체의 현황을 읽어보며 규모나 제공하는 서비스 등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상황이 정말 비슷하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2-3명의 적은 상근 인력,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해야하는 어려움, 24시간 서비스에 대한 고민, 재정적인 문제 등. 진보넷과 같이 서비스 제공과 (타 단체 홈페이지) 개발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는 단체들도 있었습니다.

이어, 개인 이용자/시민사회단체/서비스제공단체로 구분하여 각자의 요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 개인적인 차원/조직적인 차원/공동체적 차원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기 위한 토론도 진행되었습니다.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나누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진보넷이 주로 사회운동의 콘텐츠가 보다 더 대중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왔다면, 해외의 단체들은 단체들간의 협업도구나 보안 서비스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단체의 경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 이메일에, 또 다른 단체는 메신저를 통한 그룹의 보안 통신을 고민하고 있었고, 보안이 되는 도메인네임서버(DNS)에 대한 관심도 많았습니다. 또한, Google Docs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그램들의 성능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최적의 서버 구성을 위한 모델의 공유 방안과 같은 기술적인 논의도 이루어졌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대안적 ISP들의 네트워크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거버넌스를 어떻게 할지, 후속 논의를 지속하기 위한 이슈 목록을 만드는 작업 등을 진행했습니다.

향후 전망

이번 회의에서 어떤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합의한 것은 아닙니다. 첫 회의인 만큼, 서로의 상황, 관심사, 문제점 등을 공유하는데 주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통의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의 개발, 대안적 ISP 지원을 위한 단체의 형성, 이를 위한 펀딩의 모색 등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와 기업에 의한 은밀한 네트워크 감시가 고도화될수록, 이와 같은 대안적 ISP의 역할은 여전히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안적 ISP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그리고 보안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도 일정하게 담보되기 위해서, 대안적 ISP들 사이의 협력과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방안을 계속 모색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회의를 계기로 진보넷도 대안적 ISP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활동방식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