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표현의자유

사이버 세계를 조종하는 인터넷권력전쟁

By 2010/08/02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정민경

전 세계 인구 약 68억 명 중 10억 명, 우리나라 인구 약 5000만 명 중 3400만 명가량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66%가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성장하자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많은 논란이 되면서 인터넷상의 범죄나 유해 콘텐츠들을 규제하기 위해 각 국에서는 온라인 관련 법률을 계속해서 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법이 없었던 인터넷의 초창기 모습은 어떠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되어 지금의 체계가 만들어졌을까? 초창기 인터넷 기술자들은 사이버 공간이 민족국가의 권위에 도전하고 세계를 새로운 탈영토화 체계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인터넷 권력 전쟁’은 그 믿음들이 어떻게 무너져가는지에 대해 중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 한다.


<인터넷 권력전쟁, 잭 콜드스미스, 팀 우 지음, 송연석 옮김>

인터넷은 국경 없는 하나의 세계?

인터넷이 발달하자 사람들은 인터넷이 국경을 허물고 지리적 구분이 없는 하나의 세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 기대를 막고 서있는 커다란 장벽들이 존재했다. 언어, 배경과 능력, 요구의 차이, 각 국의 기술발전 속도, 국가별로 이뤄지는 법 집행 등의 문제들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각 나라의 이용자들은 역사, 문화, 지리가 다르고 이에 맞는 콘텐츠도 달라진다. 콘텐츠 제공자들은 이런 차이를 반영해 각 나라, 또는 지역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해외에서 인터넷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자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가 자국 내 법에 따라 통제하기도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야후사건과 같이 다른 나라에서는 나치물품을 경매할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나치물품 경매는 불법인, 즉 각 나라의 법이 다르고 처벌정도가 다른 문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경은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도 법이 필요할까?

인터넷의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고민은 바로 인터넷 규제 문제이다. 초창기 인터넷 가상 세계에서는 별다른 법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 자유로운 가상 세계의 사람들에게 정치의식을 일깨우는 중대한 사건이 있었다. ‘다중 사용자 게임’ 즉 ‘머드’라 불리던 인터액티브 게임 속에서 ‘미스터 벙글’이란 id를 가진 회원이 두 여성 회원을 성적으로 유린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두 여성회원은 마치 직접 강간을 당하는 듯한 고통과 치욕을 느꼈고 결국 미스터 벙글은 한 유저에 의해 회원권을 박탈당했다. 이 사건으로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가상 커뮤니티를 지배할 규칙이 필요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가상공간에 규칙이 필요하다면 이 규칙은 누가 정하고 규칙을 어긴 사람은 어떻게 처벌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이에 존 페리 발로우는 사이버 공간에 실제 갈등과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그런 문제들은 우리가 찾아내 우리 식으로 해결할 것이고 우리는 우리들만의 ‘사회계약’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하며 사이버 공간 전용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유해 정보와 범죄들을 책임지고 규제하는 주체가 필요했고 그 역할을 정부가 나서서 맡게 되었다.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국민들은 정부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피해를 예방하고 인터넷을 통해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위해를 차단해주길 원한다. 법적인 환경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불법 행위를 자국중개자 통제, 운송중개자 통제, 정보 중개자 통제, 금융 중개자 통제, 도메인 네임 통제와 개인의 법 집행을 통해 견제한다.

구글은 미국에서 저작권이나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검색결과에서 특정 페이지를 빼달라고 요구하는 편지를 매달 30여 통씩 받고 있으며 이런 요청에 대부분 응하고 있다. 이 페이지들 중 상당수는 미국 법의 힘이 직접 닿지 않는 미국 밖에 있는 서버에 있다. 그러나 정부 혹은 그 법을 발동한 사람들은 자국 내 검색엔진을 추적함으로써 해외 콘텐츠 공급자를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정보 중개자 통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유해 정보를 차단하는 목적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일어나는 문제들을 통제하는 방법으로도 쓰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에는 정보 중개자가 검색엔진을 검열함으로써 콘텐츠들을 통제했다면 현재는 보다 한 단계 진화해 정보 중개자에게 권한을 부여해 직접 통제를 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임시조치제도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임시조치제도는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44조 2항 (정보의 삭제요청)은 이용자의 명예를 훼손한 게시물을 포털이 30일 동안 임시조치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의 법 집행은 한계가 있지만 정부의 목적은 최소한의 어느 정도의 효과와 탈법행위소탕을 위한 전략의 일부라는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작권법의 문제로 파일공유에 대해 불특정 개인들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이런 개인통제 효과는 바로 드러났다. 예전에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음원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몇몇 개인에게 제재를 가하자 요즘은 블로그에서 음원공유를 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모든 개인을 통제하지 않아도 위축효과를 통해 자연스럽게 통제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중국은 극단적인 통제 사례인 동시에 인터넷 지역을 기반으로 한 경계가 생기는 원인과 그 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하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게이트웨이라 부르는 지점들에 시스코 장비를 설치해 검문소 역할을 하라고 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터넷 메시지나 토론을 하는 토론방을 내부 검열하는 내부 정보 통제 프로그램도 이용한다고 한다. 최근 구글은 중국에서 철수해 중국 사이트 서비스를 홍콩으로 옮겨 검열되지 않은 검색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글의 중국철수 사건을 관심의 눈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중국의 사례는 정부가 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그 정부가 가진 단점이 인터넷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2010년 2월 23일 경영상의 이유로 중국에서 철수한다 밝혔다. google.cn을 접속하면 google.hk(홍콩)으로 이동된다>

하지만 정부의 통제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며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갖고 있는 숨겨진 장점들도 있다. 법이 정직한 이용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법과 정부의 권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적절한 통제는 인터넷 세계를 더 안전하고 질서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준다.

청소년 유해 콘텐츠 판단 기준과 주체

인터넷에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포르노들이 무방비한 상태로 유통되고 있고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1996년에 미국에서는 ‘통신품위법’이 만들어졌는데 이 법은 인터넷 상에서 18세 미만이 접할 수 있는 모든 불건전한 성적 내용이나 이미지 전송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불건전성’이란 모호한 말 때문에 미성년자 보호와는 무관한 중요한 의사표현까지 움츠러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으로 인한 제약은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비춰졌다. 1997년 6월 미국 대법원에서는 ‘범위가 넓고 모호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으며, 미성년자의 보호 못지않게 성인의 권리도 보장받아야한다’고 하여 위헌 판결을 받았다.

미국에 통신품위법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2001년부터 시행된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있다. 청소년들을 인터넷 음란물로부터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관리하고 규제했다. 하지만 당시 동성애 커뮤니티 사이트를 음란 사이트로 규정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실상 인터넷 검열제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 법은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의 문제점은 자율등급제라고는 하지만 감시의 기준, 판단, 처리의 모든 것을 사실상 행정기관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병성 목사 시멘트발언 사건의 판결 당시 행정법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합의제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

앞으로도 계속 될 고민

이 책은 인터넷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되짚어보면서 영토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통제가 갖는 의미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정부의 통제사례들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나타난다. 인터넷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며 피해를 주는 범법자들을 통제하는 것은 필요하면서도 법의 해석에 따라서 특권층의 이익에 의해 악용될 소지도 있음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법 체계는 정권에 따라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암묵적으로 검열을 정당화 시킬 수 있는 위험 소지가 따른다.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합당한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법제도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본 글은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례 내부 세미나의 발표 자료를 기반으로 수정한 글입니다.

2010-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