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에 발효된 트립스 협정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결과 채택된 WTO의 협정들 가운데 하나로, WTO 회원국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지적재산권 보호 기준이다.

트립스 협정은 역사적으로 축적되어온 지적재산권 제도를 국제적으로 통일하려는 목적 하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트립스 협정이 포괄하는 지적재산권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협정을 위반했을 때 WTO 분쟁해결절차를 따라 무역제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기존의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 조약과 다르다.
 

2001년 11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142개 WTO 회원국의 절반이 넘는 80여 개 국가들이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확보를 비롯한 공공의 건강 보호가 제약회사의 특허권 보호보다 중요하다.”라는 도하 선언문을 이끌어 낸다.

WTO 출범 이후 회원국 간 최대의 쟁점은 의약품 특허에 관한 것이었다. 선진국은 트립스 협정을 내세우며 의약품 특허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해왔으나, 개발도상국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일부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 졌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바로 도하 선언문이다.

도하 선언문은 지적재산권에 관한 트립스 협정이 공중보건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할 수 없음을 주된 내용으로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 강제실시를 적시한다. 선언문은 각 회원국이 강제실시를허가할 권리가 있으며, 허가의 범위 역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음을 밝힌다. 또한, 회원국은 강제실시를 발동하는 ‘국가적 응급상황 또는 극도의 비상사태의 상황’이 무엇인지 결정할 권리를 가지며, 구체적으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와 다른 유행병과 관련되는 공중 보건의 위기가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설명한다. 이와 더불어, 제약 산업의 제조기술이 불충분하거나, 제조기술이 없는 WTO 회원국들이 트립스 협정 하에서 강제실시를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로 하였다. 하지만,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신약 개발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선진국의 주장도 일부 반영되었다.

이 선언문의 요구에 의하여 WTO 일반이사회는 2003년 8월,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를 허용하는 정책을 채택하였다. 개도국의 경우 의약품 특허를 강제실시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산할 시설이 없어 TRIPS 협정의 강제실시 조항을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의약품 생산설비가 없는 나라(수입국)는 의약품 생산능력이 있는 나라(수출국)로부터 수입을 해야 하는데, 수출국에서도 같은 의약품이 강제실시되지 않으면 수입국의 강제실시는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공유연대는 2004년 11월 26일, 열린우리당 김태홍,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 등을 통해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를 국내 법에 반영하기 위한 특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 개정안을 크게 환영하였지만, 특허청은 미국의 통상압력을 우려하며 법안 심사 과정에서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였다. 2005년 5월 3일, 특허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였는데, 비록 특허청의 개입으로 근본적인 취지가 상당히 약화되기는 했지만, 최빈국들의 민중들에게 의약품 접근권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