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 디지털 미디어와 정치 예술의 조우 – 새로운 행동주의 혹은 전술 미디어의 모색과 기행을 위하여

<뻔뻔한 미디어농장>은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 행동이론과 방법론을 개발하고자 구성된 문화 활동가, 독립 미디어 운동가, 그리고 뉴미디어 평론가의 네트워크 모임이다. <뻔뻔> 은 기존 매체 행동주의의 경험들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미디어 행동주의의 이론들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온라인+미디어+예술 매체간 가로지르기를 통한 새로운 민주적 소통로를 구성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뻔뻔 기획 선언문>
1. MB하 온-오프 언로의 차단, 시위문화 자체의 위기 상황과 표현의 자유 위협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치적 기본권으로 보장된 대중들의 말과 그 소통들이 위협받는 현 시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매체들을 통한 새로운 소통로와 소통 공간의 정례화, 기존의 매체들간의 접합과 ‘재매개'(remediation)화, 마지막으로 첨단 정보기술의 세례로 기동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실천적 전자 매체의 발굴이 시급하다.

2. 우리는 이에 사회 비판의 목소리를 담아 실천 행위에 응용 가능한 소통매체들을 독려하기 위해 모였다. 매체의 저항성을 담은 어떠한 명명법도 우리는 환영한다. 행동주의, 참여, 대안, 공동체, 급진, 공공 혹은 전술 미디어 등 어떤 개념도 개의치 않는다. 각각의 명명들이 갖고 있는 역사적 태동과 그 맥락, 그 차이를 존중하나, 우리는 차이보다는 상호 겹쳐진 공통의 전술적 지향을 서로 공유하는데 가치를 둔다. 무엇보다 주류 권력화한 미디어의 정보 왜곡을 알리고, 독점적 권력 담론의 재생산에 흠집을 내려는 모든 시도에 긍정한다. 우리는 그렇다해서 주류 미디어 개혁의 긴장과 가능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주류/소수 혹은 안/밖 미디어 전략과 전술은 함께 가야하는 것을 기본 관점으로 삼는다. 우리는 다만 방점이 실리는 지점의 차이로 볼 뿐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밖과 소수를 위한 미디어 전술에 공을 들일 것이다.

3. 새로운 행동주의 대안 미디어들의 개발과 독려를 위해서, 우리는 두 가지 접근법을 구사한다. 행동주의 미디어 운동’론’과 ‘운동’론, 즉 대안 미디어 이론과 실천 양자의 개발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전자는 이론적 작업을 통해 미디어를 새롭게 실천적으로 재정의하는 작업을 뜻하고, 후자는 새로운 실천 사례들의 발굴과 종합을 꾀하는 것을 말한다. 각각에서 따로 노는 ‘론’과 ‘운동’을 서로 소통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리 하려면 실천 사례들의 발굴과 이의 종합으로 ‘논’을 세우고 그로부터 또 다시 ‘논’으로부터 실천 행위와 사례를 개발하는 변증법적 작업이 필요하다. 달리 보면 이는 전자의 ‘논’을 세워왔던 대안 미디어 이론가들의 작업들을 새롭게 모아서 이를 이론화 작업하는 일과, 그 다음 미디어 운동가, 공공 정치 예술가, 1인 게릴라 미디어 활동가 등 현장에서 실제 다양한 미디어들을 소통의 장에 끌어들이는 인자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경험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물론 양자의 소통을 통해 ‘논’의 한계를 보충하고, ‘운동’의 휘발성을 극복하는 장으로 삼을 것이다.

4. 다른 한편으로, 전술 미디어를 발굴할 수 있는 영역들간 통섭 혹은 가로지르기가 시급하다. 우선 공공 예술과 정치 예술이라 불리는 영역은 미술 내 권위주의와 엄숙주의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미디어 일반으로써 시위/집회/저항/운동/전술의 일환으로 어떻게 새로운 대중 소통의 도구와 무기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실험이 부족하다. 아직까지 아방가르드 전위의 예술이요 특권적 향유에 머물러 있어 이를 운동의 차원에서 견인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전통적 미디어 영역 (80년대 리플렛, 팜플렛, 전단, 명함, 스티커, 무가지, 걸개, 대자보, 벽화, 판화, 민중음악, 판소리, 춤사위, 지역 방송, 공동체 라디오 등)이 어떻게 오늘 현재적 의미로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 지에 대한 연구 작업 또한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일차적으로 과거 행동주의 미디어 수단으로써의 역할조차 정리가 안됐고, 오늘에 이들 전통 매체들을 새롭게 재해석해 대중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재하다.

5. 마지막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뉴미디어 영역(예컨대, 현장의 시위자들을 무선 타전하는 수단으로써 휴대폰의 활용, 광장의 선전 수단으로써 뉴미디어 레이저 작품, 아마추어리즘에 기초한 뽀샵 정치 패러디, 반저작권 문화와 공유문화를 확대하는 리믹스 문화정치 등)에 대한 대안적 전유 또한 매우 일천하다. 자본주의 뼛속까지 삼투하여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보통신력의 힘이 저항과 역능의 에너르기로 전유되는데는 힘이 부친다. 또한 이를 바라보는 시각또한 대중 추수적으로 사후 해석하는 학(學)적 관심 혹은 디지털 미학적 관심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6. 예술, 전통매체, 그리고 디지털매체, 이 세 영역의 실천적 경험들과 가능성들을 수집해 분류하고 그 속에서 전술적 의미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 일명 <뻔뻔한 미디어농장>은 이를 위한 기획단 명칭이 된다. 마치 ‘다다’의 생성 의미처럼, ‘뻔뻔’이란 말엔 깊고 그윽한 함의란 없다. 그저 재밌게 놀고 찧고 까불고 합치고 새로움을 생성하는 미디어 행동주의 텃밭을 장기적으로 일궈 수확하자는 의미를 지닐 뿐이다. <뻔뻔한 미디어농장>에선 미디어 행동주의의 구체적 그림을 매핑하고 새로운 운동의 방식을 개발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다.

7. 작업의 시작은 살아있는 역사적 경험에서 출발하자. 우리에겐 지난 해 촛불의 경험이 존재한다. 실제 사례들 (짤방, 길거리 퍼포먼스, 1인 미디어, 동호회, 인터넷 생중계, 스티커, 낙서 등)로부터 응용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기본 축으로 삼아, 기존 대안 미디어 운동, 공공 예술 운동, 그리고 인터넷상의 저항 방식을 접속시키고 그 속에서 대중의 목소리를 담아 권력에 파열음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의 전술을 개발할 것이다. 물론 행동주의 혹은 전술 미디어의 개발과 발굴은 촛불의 경험만을 날름 삼키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촛불에 응용됐던 다양한 미디어 전술들의 가치를 비판적으로 재전유하고, 이를 넘어 보다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미디어 행동주의 혹은 대안 미디어를 구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8. 우리 모두는 한국 사회를 통해, 미디어 행동주의 혹은 전술 미디어 등의 개발과 관련해 체계적인 연구와 실험의 경험들을 공유하고 전유하는 학적 혹은 실천적 작업이 없었다는 점을 깊게 통감한다. 즉 제도권 언론 개혁 전략과 전술에 비해, 살아있는 대중의 소통 기계들에 무심했음을 고백한다. 이는 관심의 수준에서 벗어나, ‘론’적 혹은 ‘실천’적 주제로 끌어올려야함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진보넷, 문화연대 미디어센터 등 미디어 정치행동과 관련해 제도권 바깥에서 그 에너지를 북돋는 관련 시민운동 단위들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이는 모임에 진보넷과 문화연대의 활동가들이 합류한 이유이기도 하다.

-<뻔뻔한 미디어농장> 기획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