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글97를 쓰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보내 준 한글 2007 첨부파일을 읽지 못해 분통을 터뜨린 일은 없습니까? 혹은 MS 워드 프로그램이 없어서 첨부 파일을 읽지 못한 경우는요? 단순히 텍스트로만 되어있는 문서인데도 첨부파일로 보낸 경우, 파일을 다운받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기 귀찮아서 그냥 읽지 않고 넘어간 경우도 많지 않나요?

아직도 시민사회단체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는 문서 편집기는 ‘아래아한글’입니다. 대부분의 문서들이 ‘아래아한글’로 작성되며, 메일링리스트나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아래아한글’ 문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상호간의 문서 유통에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래아한글’ 문서인 hwp나 MS워드 문서인 doc는 표준 문서포맷이 아니며, 그래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 hwp나 doc와 같이 표준이 아닌 문서포맷을 이용하는 경우, ‘아래아한글’이나 ‘MS워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나 쓰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그 문서를 읽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비록 소수이지만 리눅스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경우에는 ‘아래아한글’에 기반한 문서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리눅스용 한글 프로그램이 있기는 합니다만, 유료로 구입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이용자로서 독점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 뿐만 아니라, 낮은 버젼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는 높은 버젼의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문서를 읽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글97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는 한글2007로 만들어진 문서를 읽을 수 없습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한글2007 문서로 배포하는 것은 한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낮은 버젼의 한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 재정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읽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접근하고 이용하도록 해야할 시민사회단체에서 나온 문서들이 이와 같이 특정한 이용자를 배제하는 문서포맷을 이용하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요?
  • hwp나 doc와 같이 표준이 아니 문서포맷을 이용하는 것은 그러한 문서포맷을 제공하는 특정 업체의 프로그램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표준 문서포맷인 txt, pdf, odf 문서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특정한 문서 프로그램만을 이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txt 문서를 만들기 위해 ‘메모장’을 이용해야 한다든가, pdf를 만들기 위해 어도비사의 애크로뱃 프로그램을 이용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그러나 hwp 문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밖에 없죠. 이는 문서의 작성자나 이용자 모두 특정한 프로그램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더불어 ‘MS워드’나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은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상용/독점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러한 상용/독점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구입, 업그레이드하는데 비용이 듭니다. 만일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면, 언제라도 고발 및 손해배상 요구를 당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만일 txt, pdf, odf와 같은 ‘표준 문서 포맷’을 이용한다면, 특정한 워드 프로그램에 종속될 필요도 없고, 특정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배제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이는 독점 소프트웨어에 대해 반대하며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지지하는 운동과도 연결됩니다. 또한, 파이어폭스와 같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의 웹브라우저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장애인의 원활한 인터넷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웹접근성 운동과도 연결됩니다.

현 실적으로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이용하던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정치적인 활동보다 자신의 일상생활이나 습관을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려운 법입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실천을 쉬운 것보다 하나하나 해가다보면, 문서에 대한 접근성은 훨씬 향상될 것이고, 언젠가는 지금과 같이 특정 프로그램에 의존할 필요도 없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