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치료제 푸제온(Fuseon)은 제약회사 로슈(Roche)가 고시된 보험약가에 불복하여 끝내 공급 거부라는 파국으로 치달은 약이다. 2004년 식약청의 시판 허가를 받았으나, 벌써 4년 째 한국에서는 푸제온을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정부는 푸제온의 보험가격에 대해 로슈와 입장 차이만 수차례 확인할 뿐,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푸제온 공급의 유일한 해법은 로슈가 원하는 약값을 인정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에이즈 치료제 평균 가격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푸제온의 가격은, 질병에 대한 편견 때문에 변변한 일자리도 없는 에이즈 환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때문에 푸제온은 “환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공급 되어야 한다.”.

이에 2008년 12월 23일, 한국HIV/AIDS 감염인연대 KANOS와 정보공유연대IPLeft 명의로 푸제온 강제실시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2009년 6월 19일 특허청은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Fuzeon)에 대한 환자 및 시민단체들의 강제실시 청구를 기각하였다. 특허청은 기각 결정의 사유로 “(푸제온의 강제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특히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을 들었다.

특허청의 기각 결정이 발표되기 불과 몇 시간 전인, 같은 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역시 환자·시민 단체들의 푸제온 강제실시 청구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한다. 푸제온의 강제실시를 허용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호를 위한 국가적 의무에도 부합”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인권위는 “설령 지적재산권 보호와 생명권 및 건강권 보호 간에 충돌이 있다 해도 국가는 인권을 우선적 가치로 하여 존중,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한다. 이 날의 발표는 인권위 설립 이후 8년 만에, 비단 의약품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최초의 입장 표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