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발신 : 20개 인권단체
2022. 11. 23.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는 국가기관 인근 100m 이내 옥외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1조에 ‘대통령 집무실’(구자근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5344)과 ‘전직 대통령 사저’(정청래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5623)를 포함시키는 법률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공권력감시대응팀 등 20개 인권단체들은 해당 법률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다음과 같이 제출합니다.
다 음
1. 대상 법률안들의 주요 내용
1) 집시법 일부 개정안(구자근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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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하되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반경 100m 이내 집회ㆍ 시위 금지구역에 대통령의 집무실을 명시하고자 함(안 제11조제3호).
2) 집시법 일부 개정안(정청래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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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 및 시위의 금지 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포함하여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함(안 제11조제6호 신설)
2.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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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음. 여기에는 집회의 시간·장소·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가 포함됨
- 특히 집회의 장소는 집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님. 많은 경우 집회는 국가, 지자체 등 권력기관의 인권침해 등 위법·부당한 행위를 규탄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수단임. 따라서 규탄의 대상 또는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국가기관 앞에서 집회가 이루어져야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
- 그렇기에 헌법재판소는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집회의 자유는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을 금지한다”고 판시하였음(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등 결정)
- 유엔 자유권위원회 역시 집회의 자유에 관한 일반논평 제37호에서 “평화적 집회는 집회의 대상, 또는 일반대중의 이목을 사실상 끌 수 없는 벽지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수도, 어느 도시 내 또는 도심부 외곽 특정 장소를 제외한 모든 공공장소, 또는 도시의 모든 거리에서 모든 집회를 금하는 포괄적 제한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함(CCPR/C/GC/37)
3. 국가기관 인근에서의 절대적 집회 금지의 위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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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시법은 1962년 제정 당시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대통령 관저, 중앙관서 인근 200m 이내에서의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함. 이후 법률 개정에 따라 중앙관서가 금지 장소에서 제외되고 금지 범위가 100m 이내로 축소되었으나, 국회의사당, 법원,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는 여전히 집회가 금지됨
- 이렇게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국가기관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만들고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집시법 조항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어 왔음.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국내 주재의 외국의 외교기관’,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의 절대적 집회 금지에 대해 모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음(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83 결정; 2018. 5. 31. 선고 2013헌바322, 2016헌바354, 2017헌바360・398・471, 2018헌가3・4・9(병합) 결정; 2018. 6. 28. 선고 2015헌가28 결정; 2018. 7. 26. 선고 2018헌바137 결정)
-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집회의 금지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집회의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집회참가자 수의 제한, 집회 대상과의 거리 제한, 집회 방법·시기·소요 시간의 제한 등과 같은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고, 따라서 국가기관 인근에서의 절대적 집회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함
- 이후 국회에서 법률이 개정되어 현재 집시법 제11조는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국무총리 공관’, ‘국내 주재 외국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음. 한편 ‘대통령 관저’에 대해서도 현재 절대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1조 제3호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계류 중에 있음(2018헌바48)
4. 각 법률안의 문제점
1)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금지(구자근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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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5. 10.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마련됨에 따라 기존 청와대 부지 내에 존재하던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의 위치가 분리되었음. 이에 따라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1조 제3호가 대통령 집무실에도 적용되는지 문제가 되었음
- 그리고 이에 대해 법원은 2022. 5. 11.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결정(서울행정법원 2022. 5. 11.자 2022아11236 결정)을 내린 이래,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렸음. 특히 그 과정에서 법원은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 자체가 집회의 자유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내림
- 가령 2022. 5. 20. 서울행정법원은 “입법자의 의도가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대통령 집무실’ 등 대통령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로 지정하지 아니하되,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과 주거의 평온 및 안전은 보호되어야 하므로 ‘대통령 관저’를 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단하였고(2022아11460), 2022. 5. 26.에는 “의회가 대통령 집무실 자체를 상대적 금지가 아닌 ‘절대적’ 집회 및 시위 금지 장소로 정하는 입법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위헌의 소지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이므로, 피신청인(경찰)의 이 사건 금지 및 제한 처분은 이 점에서 보더라도 위헌 위법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하여, 입법을 통해서도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시하기도 함
- 이처럼 법원은 단지 대통령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조항의 해석을 넘어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공무원인 대통령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
- 그럼에도 해당 법률안은 대통령 집무실 인근 100m를 집회 금지 장소로 설정하고 있음. 이는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에 반하여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명백히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할 것임.
- 또한 유엔 자유권위원회 일반논평 제37호는 “법원, 의회,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 또는 기타 관공서 주변을 집회 불허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피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이러한 장소가 공공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장소 및 그 주변에서의 집회에 대한 제한은 구체적으로 정당성이 입증되어야 하고 좁은 범위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는바, 대상 법률안은 국제인권규범에도 위반된다 할 것임
2)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집회 금지(정청래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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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대통령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부분 예우, 경호 등이 보장되나 기본적으로는 국가기관이 아닌 그 법적 지위에 있어서는 일반 사인(私人)과 달리 볼 필요가 없음. 이에 대해 해당 법률안 에 대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역시 “이러한 별도 법률들이 제정된 목적은 국가의 원수이자 국민의 직접선거로 행정부 수반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퇴임 후 예우 및 신변 보호에 있는 것이지, 전직 대통령이 일정한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인 것은 아님”이라고 지적한 바 있
- 따라서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의 집회를 일반 사인의 거주지와 달리 법률에 의해 특별히 규율할 필요성이 없음. 물론 최근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일부 집회의 소음 등으로 인해 주민들에게 피해가 온 사례는 있음.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집시법상 사생활의 평온 보호 조항(제8조 제5항), 확성기 등 사용 제한(제14조) 등 현행 법령에 의해 충분히 규율할 수 있음. 또한 최근 대통령 경호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300m를 경호구역을 지정하는 등 경호·경비 관련 법령을 통해 사저 인근 집회를 규율하고 있기까지 함
- 사정이 이러함에도 집시법을 개정하여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 할 것임
5.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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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법률안들은 각각 따로 발의된 것임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통과에 합의하였음. 그러나 대상 법률안들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합의되어야 할 문제가 결코 아님. 그럼에도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구체적 고민도 없이 이를 통과시킨 것은 헌법기관으로서 자신들의 책무를 저버린 것임
- 대상 법률안들은 12월 1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임. 아직 입법절차가 남았다는 것은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도 있다는 것임. 따라서 행정안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더 이상 정치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대상 법률안을 손쉽게 통과시킬 것이 아니라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고, 개정안을 통과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함.
202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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