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1일)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형사사법시스템의 효율성 대신 인권 보호라는 기준을 앞세웠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번 조정은 인권을 포장지로만 썼을 뿐, 검찰과 경찰 사이 권한 다툼의 절충안일 뿐이다. 게다가 정작 공안기구가 가진 수사권력의 총량을 늘림으로써 오히려 인권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심각하게 우려한다.
수사권 보유 자체가 검찰의 문제였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정치권력, 경제권력과 깊은 유착관계를 만드는 데 사용해온 것이 문제였다. 부패한 권력의 일부였다는 점에서 경찰 또한 다르지 않다. 권력에 문제제기 하는 시민들의 입을 막고 손발을 묶었던 것이 경찰이었다. 그러므로 검찰에서 경찰로 수사권의 일부 이관 자체가 인권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경찰의 인권침해에 대응해온 공권력감시대응팀은 특히 경찰의 비대화를 우려한다. 경찰은 수사뿐만 아니라 정보수집·경비·교통 등에서 막대한 권한을 가진 전국 단위의 조직이다. 수사권은 조정되었으나 경찰 조직의 권한을 어떻게 분산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할지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다.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과제들 역시 이행 여부를 지켜봐야 할 일이다. 즉 경찰의 수사권한 강화가 경찰을 위한 것일지 시민을 위한 것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경찰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정부는 경찰이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며 수사과정에서 인권 보호 방안을 자체적으로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것은 경찰 스스로의 노력에 맡겨 될 일이 아니다. 경찰을 비롯해 공안기구들이 권력화되지 않도록 권한을 축소하고, 민주적인 통제 방안이 마련될 때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로 공안기구 개혁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오랜 시간 동안 검찰과 경찰은 권력의 필요에 따라 각각 역할을 분담하며 공조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므로 공안기구에 대한 개혁은 각 기관의 권한 조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관들의 관계성을 고려하여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 기준은 언제나 시민의 권리여야 한다.
형식적 권한 배분은 검·경에 대한 근본적 개혁 요구의 응답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이제야말로 개혁이 시작되어야 할 때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2018년 6월 22일
공권력감시대응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