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6일 경찰청은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경찰청은 국민의 시각에서 경찰 조직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과 전략을 추진한다며 △인권보호(인권위 권고 사안을 분석·재검토, 개선방안 마련 / 집회관리·초동조치 등 경찰력 행사에 대한 통제장치 마련 등) △자치경찰(자치경찰제 도입방안(모델) 연구 및 검토 / 자치경찰 관련 법률 제·개정 추진) △수사개혁(수사·기소 분리 등 수사권의 합리적 배분방안 마련 / 경찰 수사 신뢰 제고방안 마련) 분과를 두고 민간위원 19명을 위촉했습니다.
- 그동안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및 인권친화적 수사제도 개선 방안 △촛불집회 백서 발간, 경찰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통제 방안 △집회시위 자유 보장 방안 △경찰권 시민통제 및 강제수사 최소화 방안 △유치인 인권보장 강화 방안, 인권친화적 수사 공간 조성 등 12건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경찰의 날(10월 21일)을 즈음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종합 권고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방대한 조직과 권한을 부여받은 경찰의 개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권보장의 원칙 아래 책무성을 높이고 권한남용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와 권한분산, 민주적 통제방안을 실질화할 수 있는 개혁조치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에 그동안 발표된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대한 평가와 개혁의 목적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후 진행되어야할 개혁과제를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합니다.
[기자간담회]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대한 평가와 개혁과제
- 일시 : 2017년 10월 12일(목) 오전 11시
- 장소 :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
- 주최 : 공권력감시대응팀(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이주인권센터, 홈리스행동,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 발표
- 사회 :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 정보경찰과 보안경찰의 문제점 및 개혁과제 :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 경찰의 국민 개인정보 수집과 정보인권 개혁과제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 장애인권 개혁과제 :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이주민인권 개혁과제 :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 홈리스인권 개혁과제 : 형진 (홈리스행동)
- HIV감염인/에이즈환자인권 개혁 과제 : 정욜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 성소수자인권 개혁 과제 : 이종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경찰의 국민 개인정보 수집과 정보인권 보장에 대한 의견
1. 문제점
경찰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특히 수사기관의 영상정보 수집과 관련하여, 1999년 대법원은 “누구든지 자기의 얼굴 기타 모습을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가진다며,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가 적용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99도2317 판결).
그러나 현재 영상정보를 비롯한 경찰의 국민 개인정보 수집에 대하여 적법하고 합헌적인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전국 지방자치단체 통합관제센터에 경찰이 상시 파견되어 사실상 공동관제하고 영상정보를 경찰서 상황실에 실시간 연계하는 경찰 활동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우선, 경찰의 디지털 수사 과정 전반적으로 사회적 통제와 감독 장치가 부재합니다.
경찰이 공공이나 민간기관으로부터 디지털화된 정보를 대량으로 제공받을 때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수사 편의 앞에 적법 절차 원칙 등 국민 기본권이 사실상 무력화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경찰은 지난 2014년 ‘박 대통령 비난 낙서범’ 잡겠다고 지자체에 기초수급자 수천명 정보를 요구하는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국민 개인정보를 제한 없이 제공받아 왔습니다. 장애인·활동보조인 수백 명에 대한 무영장 저인망수사 사건의 경우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심사 중입니다.
때로는 건강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 역시 영장 없이 경찰에 제공되어 왔습니다. 철도노조 조합원에 대한 건강보험 무영장 자료제공 사건의 경우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심사 중입니다.
경찰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자료를 제공받을 때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2014년) 및 유엔 자유권위원회 권고(2015년)도 이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국민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를 통제할 수 있는 사회적 감독이나 통제 장치가 미비한 상황입니다. 경찰은 이처럼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오남용하여 과도한 집회 채증 논란을 빚어왔으며 교통정보 수집용 CCTV를 목적외로 이용하여 CCTV 집회 감시 논란도 일었습니다.
다음으로, 경찰이 수사가 아닌 범죄예방 명목으로 국민의 영상정보를 다양하게 수집 및 집적하는 데 대하여 법률적인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경찰은 CCTV, 차량번호자동인식장치, 블랙박스, 바디캠 등 다양한 첨단장비를 이용하여 평시에 국민의 영상정보를 점점 더 방대하게 수집하고 있으며 택배회사 등 민간회사와 MOU를 맺고 블랙박스 영상(CJ 대한통운)까지 제한없이 제공받고 있습니다. 일부 경찰관서는 여성 장애인 가정에 CCTV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관제하는 사생활 침해적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이런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로 집적 혹은 목적외로 연계하거나 음성인식, 안면인식, 번호인식 등 지능화하여 점점더 정밀하게 분석하려 합니다.
경찰은 이와 같은 첨단 영상정보 수집 장치의 효용성만을 강조하며 각종 첨단 기술을 아무런 제한없이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국민의 영상 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적 근거를 갖추어야 함은 물론, 그 규범이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헌법상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규범을 벗어나 영상정보를 지나치게 수집할 수 있도록 한 ‘개인영상정보보호법’ 제정안에 대하여 제정 보류를 권고(2017. 1. 23)한 바 있습니다.
나아가, 경찰은 범죄정보관리, 범죄첩보, 우범자첩보 등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정보시스템으로 집적하고 있지만 목적에 따른 수집, 사용 및 제한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률적 근거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배차량검색시스템의 경우 경찰의 자체적인 운영지침만으로 구축 운영되며 1일 2천 4백만 건 이상 무고한 국민의 자동차 이동경로 정보를 수집하여 30일간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미 형기를 마친 국민에 대하여 ‘우범자’라는 이유로 법적 근거 없이 첩보를 수집하는 우범자첩보관리시스템 또한 일종의 보안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위헌적인 감시시스템입니다.
이처럼 경찰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방대하게 수집하고 집적하고 있음에도 그 법률적 근거는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라는 일반적인 규정(경찰법 3조 / 경찰관직무집행법 2조)에만 의거하고 있거나 자체적인 규칙 혹은 지침에 의해서 관행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지능정보사회 도래를 앞두고 최근 경찰은 빅데이터로 경찰 시스템과 SNS 게시내용 등 국민 개인정보를 통합적으로 처리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른바 ‘선제적 경찰활동’, ‘예견적 경찰활동’을 이유로 SNS 등에서 국민의 개인정보를 긁어모아 범죄예측을 시도하거나 사물인터넷도 연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경찰의 정보 활동이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면 이런 첨단시스템은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입니다. 법률에 근거한 수집, 정보의 투명성, 운영과 관리에 있어 통제장치 마련, 수집 활용 폐기와 관련한 주기적인 자체 감사, 외부기관의 통제, 국회에 대한 보고 등의 감독 및 통제 체제가 갖추어지지 않은 정보시스템은 어떠한 공익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민에 대한 불법적인 감시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2. 개선 방안
첫째, 개인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직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이 됩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제1항 제2호, 제3호). 이는 법률에 의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위임이 있을 때(법률유보) 혹은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직무수행에 필요불가결한 요청이 있을 때(비례성의 원칙)에만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현재 경찰이 수집·작성 및 배포하는 수많은 정보시스템은 대부분 이런 두 가지의 기본원칙을 전혀 준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일반규정에 의거하여 경찰의 자체적인 판단 만으로 국민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찰의 이러한 정보시스템의 구축 및 활용 관행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둘째, CCTV 통합관제센터를 비롯한 경찰의 불법적인 국민 개인정보 수집 및 집적에 대하여 원점부터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모든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 및 집적은 국회를 통한 사회적 토론과 입법적인 통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경찰은 정보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평가·선별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여야 하며 동시에 경찰정보시스템의 존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하여 제출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잠정적으로 입법적 근거와 그 통제장치가 제대로 구비될 때까지 경찰작용에 필수불가결한 정보시스템은 세심하게 선별하여 최소한 대통령령 수준의 규칙 – 예컨대 경찰관직무집행법시행령의 개정 혹은 그 경직법에 기초한 특별 시행령의 제정 등 – 을 마련하여 그 운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법적 통제장치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사항이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필요성과 최소성 등 구체적이고 명확한 비례성의 원칙 △정보시스템에 대한 민간통제 △정보시스템의 운용현황에 대한 연간 보고서(백서)의 작성 및 국회보고 △정보시스템의 연동, 열람, 조회 등 노드에 대한 절차통제규정.
셋째, 이상의 입법과 더불어 현재의 상태에서도 경찰의 국민 개인정보 수집과 집적에 대한 독립적인 사회적 감독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고 가동하여야 합니다.
넷째,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 및 전기통신회사들이 보유한 통신자료에 대한 경찰의 무영장 수집에 대하여 법원 등 사법적, 사회적 통제와 감독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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