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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정보인권 주요 이슈 10

By 2018/01/12 1월 17th, 2018 No Comments
1. 19대 대선과 ‘정보인권’

촛불 시민의 힘으로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조기 대선이 시행되었습니다. 19대 대선을 맞아 진보넷은 대통령 후보들에게 정보인권 공약을 묻고 이행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였습니다.

소비자 단체들과 함께 소비자의 정보인권을 포함한 <소비자 권리 실현을 위한 개혁과제>를 발표하고, 주요 대선후보의 소비자 정책을 비교, 분석하여 제시하였으며, 각 당의 정책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또한, 미디어 단체들과 함께 각 후보의 미디어 정책을 비교, 평가하고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한편, 진보넷 독자적으로 각 후보들에게 정보인권 10대 정책과제를 제안하고, 후보들의 정보인권 정책을 평가하였습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후보 역시 진보넷이 제안한 정보인권 공약을 상당부분 수용하였습니다. 임기 5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정보인권 공약이 충실히 이행되기를 기대합니다.

2.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 등 무분별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대응

2016년 6월 30일, 박근혜 정부는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공유와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로 바뀐 이후에도 상황은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비식별조치 전문기관은 대기업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연계, 결합해주고 있습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이동통신 3사와 보험회사 등이 보유한 3억 4천여만 건의 개인정보 결합물을 정보주체도 모르게 불법 거래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진보넷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비식별 전문기관과 20개 기업을 고발하였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는 민감한 개인정보인 건강정보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익적 연구를 위해 개인정보에 대한 안전조치를 전제로 활용될 수는 있으나, 이를 위한 법 개정 및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한편, 개인정보를 포함하여 보건의료, 환경 등의 영역에서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규제프리존법도 여전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4차 산업혁명을 명분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필수적입니다. 개인정보 감독기구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 개인정보 보호법체의 효율화, 주민등록번호 체제 개선 등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를 위한 환경 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3. 4차 산업혁명과 정보인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20대 대선의 각 후보들은 너나할것없이 4차 산업혁명의 적임자임을 내세웠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학술적으로 유의미한 개념인지도 의문이지만,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을 명분으로 특정 산업과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공공성과 인권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진보넷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에 따른 정보인권 문제를 짚어보기 위한 연속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윤리, 교육, 실업 등 우리가 고민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존재하지만, 새로운 기술 발전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된 해외 문헌의 번역, 5차에 걸친 토론회, 그리고 정보인권 보장을 위한 제안을 <미래 신기술과 정보인권> 홈페이지를 통해 정리하였습니다.

4. 홈플러스 ‘개인정보 매매’는 유죄!

2017년 4월 7일 대법원은 홈플러스가 보험사에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판매한 사건에 대해 종전 1심과 2심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종 유죄를 판결했습니다. 경품행사를 가장한 개인정보취득은 부정한 수단, 방법에 의한 취득이며, 텔레마케팅을 위한 보험사의 사전필터링은 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 보험사의 업무이므로 역시 소비자의 개인정보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진보넷 등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에 대하여 홈플러스와 보험사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민사소송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2017년 12월 19일, 단체들은 홈플러스 소송 경과 및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빅데이터 정책의 문제점, 소비자 관련 제도개선 과제들을 발표하는 공동보고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5. 국정원 개혁과 사이버 보안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과 정치 개입은 새 정부에서 해결해야할 가장 우선적인 적폐청산 과제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국감넷)는 국정원개혁위원회가 조사해야 할 국정원 적폐리스트 15가지를 제안하였으며, 개혁위의 조사가 완료된 후에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TF 조사결과의 한계와 과제> 자료를 발간했습니다.

적폐청산은 제도 개혁으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국감넷은 <국정원 개혁을 위한 정책 의견서>를 통해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2018년 1월 1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이제 국회는 국정원 개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국정원이 <국가사이버안보법>을 국회에 발의하고 여전히 직무 범위를 벗어나 공공기관의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병기 의원의 법안에는 사이버 보안 권한 이양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진보넷은 2018년에도 사이버 보안 권한의 이양을 포함한 국정원 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6. 무분별한 통신수사, 헌재가 제동 걸어야

2017년에는 무분별하게 개인의 통신비밀을 추진하는 통신수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7월 13일에는 실시간 위치추적과 기지국수사 사건들에 대한 공개변론이, 12월 14일에는 국정원의 패킷감청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개최되었습니다.

실시간 위치추적은 과거의 위치가 아니라 장래의 위치를 장기간 추적한다는 점에서 정보인권 침해가 매우 심각한 수사기법입니다. 기지국수사는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고 정보를 쓸어가는 대량감시 기법으로 수사기관들은 집회 감시 등을 목적으로 이를 남용해 왔고 법원에서는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패킷감청은 이메일, 인터넷 검색 등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활동과 SNS 등 모바일 통신을 감시할 뿐 아니라 영화감상, 뉴스열람, 쇼핑 등 사적인 취향도 알 수 있고 병원 예약 등 민감한 사생활의 비밀까지도 침해합니다.

2018년에는 헌법재판소가 무분별한 통신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합니다.

7. 주요 온라인 기업의 개인정보 열람권 보장 실태조사

정보주체인 이용자는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는 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에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빅데이터 환경에서 정보주체는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갈수록 행사하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진보넷 등 소비자, 시민단체들은 29개 주요 온라인 업체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열람권 보장 실태를 조사하고, 열람권 보장을 위한 기업들의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수용하여 방송통신위원회도 개인정보 열람권 보장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8.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 시행

지난 2017년 5월 30일부터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유출 피해자들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생년월일, 성별 등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임의번호도 도입하지 않고,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심사위원회에서 변경심사를 엄격하게 하겠다고 합니다.

이미 오래 전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임의번호 도입을 포함하여 주민번호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도 행정안전부는 여전히 주민번호 제도 개선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 국민의 주민번호가 유출된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요?

9. RCEP 협정, 한미FTA에 미치는 악영향

2017년 10월 17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20차 공식협상이 개최되었습니다. RCEP은 아세안 국가 및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6개국을 포함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입니다. 대부분의 자유무역협정이 그렇듯이, RCEP도 시민사회와의 협의도 없이, 협정문의 공개도 없이 비밀리에 진행되어 왔습니다. RCEP 역시 시민의 인권과 공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을 포함하고 있는데 말이죠.

진보넷을 포함한 국내외 시민사회는 이번 통상협상에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에 시민사회의 공식의견 교환세션을 제안하였습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55개 단체들이 공동으로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RCEP 협상 기간 동안 기존의 협상에 비해 많은 시간동안 시민사회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세션이 마련되었습니다.

RCEP 대응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해외 시민사회 참가자와 함께 RCEP 및 한미FTA 등 통상협상의 주요 쟁점에 대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RCEP 협정이 한미FTA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통상협상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권위가 검토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음을 협의하였습니다.

10. 2017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 개최

지난 9월 15일, 제6차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이 개최되었습니다. KrIGF는 주요 인터넷 관련 공공정책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커뮤니티의 대화와 토론의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로서,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가 주최하고 인터넷 관련 공공기관, 시민단체, 학계, 기업, 기술 커뮤니티가 공동 주관합니다.

진보넷은 <멀티스테이크홀더 거버넌스 구현을 위한 주소자원법 개정 방향> 워크샵을 기획하고 주관하였습니다. 도메인, IP 주소 등 인터넷 주소자원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라는 민간 기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부·기업·기술계·학계·이용자 등 관련 이해관계자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한 상향식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2004년 주소자원법 제정으로 정부 주도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오히려 세계적인 차원의 정책 결정 과정에 국내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저해하고 있지요. 그래서 주소자원법을 개정하여, 국내 주소자원 거버넌스를 보다 민주적이고 다자간 협력에 기반한 거버넌스로 개선하자는 것입니다.

현재 KIGA 운영위원회에서는 주소자원법 개정을 의결하고, 2018년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을 통해 국회에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