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행정심의헌법소송

[표현의자유/성명]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불온통신 조항에 대한 위헌 판결을 환영한다!

By 2002/06/27 3월 25th, 2020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http://www.nocensor.org

■ 헌법재판소,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불온통신 조항에 위헌 판결
■ 인터넷검열공대위, 환영성명 발표
■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검열 근거 사라졌다"

[성명]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불온통신 조항에 대한 위헌 판결을 환영한다!

오늘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재판관)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와 같은법시행령 제16조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인터넷국가검열반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헌법재판소의 이와 같은 결정을 전적으로 환영한다. 특히 이번 판결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내용등급제 시행 1년을 앞둔 시점에 나와 더욱 큰 의의가 있다.

이 조항들에 대한 위헌 소송이 제기된 것은 지난 99년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지난 2000년 개인정보보호및건전한정보통신질서확립등에관한법률(통신질서확립법) 공청회에서 스스로 밝혔다시피 이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이 조항을 계속 적용하여 인터넷을 검열해 왔으며 그 결과 많은 게시물이 사라졌고 많은 이용자의 아이디나 계정이 박탈되었으며 또 많은 홈페이지가 폐쇄되었다. 불온하다는 이유로 폐쇄된 홈페이지는, 자퇴청소년커뮤니티인 아이노스쿨, 김인규 교사의 개인홈페이지, 동성애사이트 이반시티, 군대반대사이트 등 셀수 없다. 이 사이트들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불온통신 판정을 받은 후 예외없이 서비스 업체로부터 폐쇄되었고, 이중 일부 사이트들은 서버를 옮겨서 계속 운영되었지만 운영자는 언제든 다시 사이트가 폐쇄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떤 사이트들은 결국 자진폐쇄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을 금하고 이러한 전기통신에 대하여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같은법시행령 제16조가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국가가 ‘불온하다’는 이유로 인터넷을 규제하는 것은 국가검열이며, 표현의 자유는 명확한 원칙으로 법률에 의해 최소한도로 제한되어야 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다. 국가가 어떻게 국민의 표현에 대하여 ‘불온하다’는 이유로 난도질할 수 있는가! 이 판결이 조금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더 많은 이용자와 사이트들이 폐쇄되거나 서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번 판결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무사하지 못하게 되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2에 의해 제53조의 불온통신을 단속하기 위해 설치된 국가검열기관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조직과 활동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위헌적인 일체의 심의 활동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인터넷내용규제와 관련한 법제도에 전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영화의 경우, 사전 검열의 위헌 판결 이후에도 공연윤리위원회는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이것은 다시 등급보류 결정의 잔존으로 탈바꿈하면서 검열이 망령처럼 되살아나곤 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대한 이번 판결의 취지는 결코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다시한번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터넷내용등급제의 근거 법률인 통신질서확립법이 발효한 것이 지난해 7월 1일이었다. 정부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민간자율기구이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 심의는 ‘검열’이 아니라 ‘대국민 서비스’라는 어거지를 부려왔다. 급기야 정부는 직접 개발한 차단소프트웨어를 월드컵 와중인 지난주부터 공공접속점에 배포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다시한번 강조한다. 인터넷내용등급제가 문제인 까닭은, 그것을 정보통신윤리위원회라는 국가검열기관에서 시행하기 때문이다. 이번 헌법 재판소의 판결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부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해 주었다. 특히 인터넷 규제의 기준으로 ‘불온’, ‘반사회적’, ‘불건전’, ‘유해’와 같은 모호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정부에 검열의 권한을 주는 것이다.

공대위는 다시한번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환영하며, 최후의 인터넷 국가 검열이 사라질때까지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한다.

2002년 6월 27일

인터넷국가검열반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동민·김진균·단병호·문규현·백욱인·임태훈·진관·홍근수

※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주 NCC 인권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국제결혼 한국여성인권 운동본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노동자의힘,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부산정보연대PIN, 불교 인권위원회, 사이버 녹색연합, 사회당 문화위원회, 새사회연대, 서울대 이공대 신문사, 성남청년정보센터,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시민행동21, 영화인회의, 사)우리만화연대,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장애인의 꿈너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전북대정보통신큰눈, 전북민주언론운동연합, 전북민중연대회의, 전북여성단체연합, 정보통신연대 INP,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하자센터 시민운동기획팀, 학생행동연대, 한국기독교네트워크,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함께하는시민행동 (가나다순, 총 55개 단체)

■ 헌법재판소 판결 요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확인사건
(99헌마480)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재판관)는 2002년 6월 27일(목)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을 금하고 이러한 전기통신에 대하여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같은법시행령 제16조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항공대학교 학생으로서, 1998.9.14부터 주식회사 나우콤에서 운영하는 종합컴퓨터 통신망인 ‘나우누리’에 ‘이의제기’라는 이용자명(ID)으로 가입하여 컴퓨터통신을 이용하여 왔다.
청구인은 1999.6.15. 위 ‘나우누리’에 개설되어 있는 ‘찬우물’이라는 동호회의 ‘속보란’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였는데, ‘나우누리’ 운영자가 같은 달 21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위 게시물을 삭제하고 청구인에 대하여 ‘나우누리’ 이용을 1개월 중지시켰다.
이에 청구인은 정보통신부장관의 위와 같은 명령의 근거조항인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같은법시행령 제16조 등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절차 및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조항이라고 주장하면서, 1999.7.1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전기통신사업법(1991.8.10. 법률 제4394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 ①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같은법시행령(1991.12.31. 대통령령 제13558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16조(불온통신) 법 제5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전기통신은 다음 각호와 같다.
1.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반국가적 행위와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결정이유의 요지

** 다수의견
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 여기서의 "공공의 안녕질서"는 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와, "미풍양속"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이처럼,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
나. 나아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을 전제로 하여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서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 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즉, 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바 있는 ‘저속한’ 표현이나, 이른바 ‘청소년유해매체물’ 중 음란물에 이르지 아니하여 성인에 의한 표현과 접근까지 금지할 이유가 없는 선정적인 표현물도 ‘미풍양속’에 반한다 하여 규제할 수 있고, 성(性),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혼전동거, 계약결혼, 동성애 등에 관한 표현)이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되고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징집반대, 양심상의 집총거부, 통일문제 등에 관한 표현)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있는바, 이러한 경우 전기통신의 이용자는 표현행위에 있어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열린 논의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
다. 또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왜냐하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의 개념은 대단히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정하여질지 그 기준과 대강을 예측할 수도 없게 되어 있고, 행정입법자에게도 적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그로 인한 행정입법을 제대로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행정입법자는 다분히 자신이 판단하는 또는 원하는 "안녕질서", "미풍양속"의 관념에 따라 헌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얼마든지 규제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위 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2호와 제3호가 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에 못지 않게 불명확하고 광범위하게 통신을 규제하고 있는 점에서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
라. 마지막으로 불온통신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에 관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 및 불온통신의 개념을 정하고 있는 같은법시행령 제16조는 위헌인 같은 조 제1항, 제2항을 전제로 하고 있어 더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각 위헌이다.

4. 결정의 의의

이 사건 결정은,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여, 현재와 같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법률규정으로 광범위하게 규제하여서는 아니되고 법률에 의하여 규제되는 범위를 구체적이고 엄밀하게 한정할 필요가 있음을 명백히 한 데 그 의의가 있다.
<끝>

200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