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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봅시다!

By 2014/01/28 2월 25th, 2020 No Comments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봅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정부가 어떤 대안을 내어놓겠지만, 정부만을 믿고 있을 수 없습니다. 2008년 옥션에서 1,800만 건, 2011년 SK컴즈에서 3,50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어도 정부는 미봉책만 제시하는데 국민들의 염장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제라도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문제를 진지하게 인식하게 되기를 바라지만, 지금까지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보건데 “과연?“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카드회사를 통한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를 지켜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주민등록번호까지 변경해야 하지 않겠냐고. 모두들 동의하였지만, 과연 할 수 있겠냐고 되묻습니다.
 
이름은 가장 중요한 신분확인장치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신분확인장치인 이름을 변경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유독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요? 
 
우리가 국가로부터 관리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1968년 「주민등록법 시행령」으로 도입된 주민등록번호제는 주민통제의 목적이 컸습니다. 당시 시행령 개정 이유에 따르면 간첩이나 불순분자의 색출, 병역기피자의 징병관리 등을 위한 주민등록제도의 용도입니다. 이후 1975년 시행된 「주민등록법」은 ‘안보태세를 강화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을 거주사실과 일치시키고 민방위대, 예비군 기타 국가의 인력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총력전 태세의 기반을 확립’하려는 목적을 표방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주민등록번호제도는 국가 통제, 그 자체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만든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가진 나라도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은 일정한 번호제를 두고 있더라도 우리와는 달리 임의적인 번호제로 운영하거나 사용목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독일에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일반적 개인식별번호가 없습니다. 의료보험번호, 연금보호번호, 조세식별번호 등은 영역특수성을 가진 분야에만 당해 목적에 맞게 제한적으로 사용됩니다. 과거 동독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주민번호가 사용되었지만, “개인을 감시하려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독일 통일 과정에서 모두 폐지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신분증번호는 10년마다 신분증을 갱신할 때 새로운 신분증번호가 부여됩니다. 공공부분은 물론 민간부분에서도 신분증번호를 데이터베이스에서 개인정보를 추출하거나 여러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연결하는 데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는 본인 인증을 하는데 유일하고 필수적인 수단이 아닙니다.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운전면허, 학생증 등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일찍부터 사회보장번호의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였고, 사회보장번호 생성방식을 변경하는 등 이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헌법 제35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에게 단 하나의 고유번호를 할당하는 행위는 금한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와 같은 주민등록번호의 도입을 헌법적 차원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의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성명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듯,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번호변경도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 속에서조차 주민등록번호변경을 거부하려 합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옥이야 금이야 움켜쥐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주민등록번호가 유출 되자 정부가 내놓은 대안 중에 아이핀이 있습니다. 아이핀은 아이핀 발급업체인 본인확인기관이 매개된 차이가 있을 뿐, 아이핀 역시 기본적으로는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민등록번호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또한 본인확인기관 역시 ‘국가의 늘어난 팔’이라고 볼 수 있다면 국가 주도의 일률적 주민등록번호 부여와 집중 관리의 구도는 여전히 크게 달리지지 않습니다. 핸드폰 등을 이용한 본인인증도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주민등록번호가 만천하에 공개되어 싼값에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인증수단은 언제 어떤 공격을 받을지 알 수 없습니다. 정부의 대체수단은 유출되어 여기저기 뿌려진 주민등록번호를 말 그대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근원적 원인은 그대로 둔 채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의 ‘대증요법’에 그칠 뿐입니다. 썩어버린 기둥에 의지하며 집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상처가 났다면 상처를 가리기 위해 화장을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지난해 11월 유엔 결의안에서 "디지털 시대 프라이버시권"을 거론하였습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식별하지 않고 익명성을 보장하는 게 정보인권"입니다. 정부가 빅데이터 산업 육성 등을 명분으로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면 이번 기회에 그 역시 재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근본적 수술 불가피 합니다. 이미 유출된 주민등록번호 피해자에게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역 등의 개인정보를 포함하는 주민등록번호 부여 방식을 재고해야 합니다. 이미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지적된 대로 복지서비스라는 목적 내에 부합하도록 주민등록번호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인권 보호 논의의 기본 방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변경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생년원일 또는 성별이 변경되거나, 가족관계등록부와 주민등록표의 생년월일이 불일치하거나, 주민등록번호 오류 등으로 인한 경우에 변경이 가능합니다. 또한 북한 이탈주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 받은 이후에도 1회에 한해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 제19조의3(주민등록번호 정정의 특례)에서 “북한이탈주민 중 정착지원시설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여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은 사람은 거주지의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에게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정정을 한 번만 신청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현 거주지를 기준으로 하여 주민등록번호를 정정해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006년 대법원은 구 호적법 제120조가 호적의 기재에 착오나 오류가 있는 경우에만 정정을 허용한다고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호적 변경에 관한 다른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용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주민등록번호도 변경되었습니다. 게다가 안행부의 주민등록번호 변경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3년 3월 18일까지 총 245,588건의 주민등록번호가 변경되었습니다. 
 
2011년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21명의 국회의원이 “대형 포털사이트, 금융회사, 온라인 쇼핑몰 등에 대한 해킹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명의도용, 스팸, 전화사기 등 2차 피해 가능성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고, 주민등록번호 도용으로 인한 각종 사건 또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며 그 유출 피해는 주민등록번호가 변경되지 않는 한 평생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밝히며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가능하도록 2개의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안을 냈습니다. 아쉽게도 이 개정안들은 임기만료폐기로 폐기되었으나, 19대 국회에서도 성폭력 피해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주민등록법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간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운운하며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금번 카드회사 정보유출로 인해 성명,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주민번호, 자택주소, 직장전화 번호, 자택전화 번호, 직장주소, 직장정보, 카드결제계좌, 결제일, 신용등급, 이용실적금액, 신용한도금액, 결혼여부, 자가용 보유여부, 주거 상황, 연소득 등까지 유출되었습니다. 유출된 개인정보들의 핵심 연결고리가 주민등록번호입니다. 주민등록번호변경으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비용이 자신의 거의 모든 개인정보가 노출된 국민들이 지불할 비용보다 크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주민등록번호변경을 허용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합니다. 
 
이제 당당하게 주민등록번호변경을 요구합시다.
 
우선 시/군/구에 주민등록번호변경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해야 합니다. 물론 시/군/구에서는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군/구에서 거부하면 행정심판을 제기하면 됩니다. 행정심판까지는 무료입니다.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리입니다. 행정심판을 넘어 주민등록변호 변경을 요구하는 행정소송, 그리고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차근차근 밟으면서 주변 사람들과 언론을 통해 주민등록번호변경의 중요성을 알려야 합니다. 주민등록번호변경에는 소극적이고 미봉책을 던져주며 시간 끌기에 급급한 정부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며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국회를 비판해야 합니다.  
 
우리의 주민등록번호가 뒷골목에서 몇원에 거래되는 상황을 종결시켜야 합니다. 인터넷에 정보가 쌓이면 쌓일수록 유출된 우리의 주민등록번호가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과거의 정보유출까지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번호변경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주민등록변경 민원을 넣고 행정심판을 제기하고 언론에서 이를 성실하게 보도를 하면 주민등록번호변경이 매우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요구를 정부와 국회가 무시할 수 없도록 모두 함께 나서야 합니다. 
 
 

 

201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