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활동의 연대기 201405

가족 중에 파업하는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몇달 씩 휴대전화, 밴드, 인터넷 사이트 접속 위치를 추적당한다면? 파업이 이 정도로 중대범죄라면 헌법상 노동권은 도대체 어떻게 보장될 수 있을까요? 가족
은 무슨 죄일까요?
지난해 12월 9일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을 기억하실 겁니다.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 파업은 많은 시민들의 지지 속에 이루어졌는데, 정부는 민주노총 사무실까지 침탈하며 강경하게 대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은 파업 노동자와 배우자, 자녀는 물론 부모, 형제자매, 배우자의 가족, 심지어 잘 만나지 않는 삼촌과 고모까지 추적하고 감시하였습니다. 건강보험 관리공단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이들의 개인정보를 저인
망식으로 모조리 쓸어 담았습니다. 심지어 CCTV를 이용하여 자동차 번호판도 추적하고, 파업 노동자의 통화대상자 3~400명의 정보를 이동통신사로부터 제공받아 무슨 관계냐고 캐묻기도 했습니다. 파업 노동자와 그 가족의 인권이 중대하게 침해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진보넷과 철도노동조합, 그리고 인권단체들은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재판 과정에서 인권 침해 사실이 명백하게 확인된 김명환 위원장 등 몇 사람과 그 가족의 인권침해에 대해 두 가지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한 가지는 철도노동자와 초등학생을 포함한 그 가족 36명의 휴대전화 위치 뿐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와 카카오톡 접속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한 것에 대한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건강보험관리공단이 보유한 철도 노동자 2명의 개인정보를 경찰이 제공받은 것에 대한 헌법소원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공익 소송을 통하여 파업 노동자와 그 가족, 지인들의 모든 개인정보를 경찰이 법원 영장 없이 싹쓸이하는 수사 방식이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에 속하는지 묻고자 합니다.
단지 파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공권력이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수사상 필요를 넘어 파업 노동자를 사회적으로 위축시키고 고립시키기 위한 의도가 너무나 명백해 보입니다. 이후로도 철도 노동자와 그 가족의 인권침해가 파악되는 대로 계속 대응하겠습니다. 격려하고 함께 해 주세요.

지난 1월 1억건이 넘는 금융개인정보유출 사고가 터졌을 때, 누구나 할 것 없이, 소잃고 외양간도 못고쳐왔던 그동안의 미비한 대책을 성토했습니다. 1억건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요? 한국의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할 의지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개인정보 관리 소홀을 질타했지만, 지난 몇 개월동안 국회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개인정보 보호법안도 많지 않지만, 그마저 또다시 산업 논리에 밀려 내용이 후퇴했습니다.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에 역행하는 위
험한 법안도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가 통과시킨 [금융지주회사법]은 무차별적인 마케팅 목적의 이용은 제한했다고 하나, ‘동의 없는 금융지주그룹 내 개인정보 공유를 여전히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금융개인정보유출 사고처럼, 카드 고객이 아닌 고객의 개인정보가 여전히 털릴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유독 금융지주회사에게만 이러한 특혜를 줄 이유가 없습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한술 더 떠서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에 역행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동통신 본인확인제를 법제화한 것이지요. 물론 현재 관행적으로 이동통신 가입시에 본인확인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규제해야할 국회가 이를 법적으로 인정해준 꼴이지요. 이는 이동통신사에게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을 합리화시켜주는 것입니다. 최근 KT에서 98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그새 잊었던 것일까요? 금융개인정보 유출의 원인을 제공했던 KCB가 본인확인기관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요? 아직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데, 국회는 이 법안을 절대 통과시켜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난 5월 7일에 주민등록번호변경신청거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올해 초 주민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시민분들이 원고가 되었고, 경실련, 민변, 소시모, 진보넷,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
동이 함께 준비했습니다.
KB카드에서 약 5300만명, NH카드에서 약 2400만명, 롯데카드에서 약 26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습니다. 그 뒤로 다양한 곳에서 수천만건의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지만, 1억건은 되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자주 많이 유출되자 웃음만 나옵니다.
민변과 함께 소장을 작성하면서 각종 자료를 재검토했습니다. 소송의 승패를 미리 알 수는 없지만, 변호사들은 해볼만한 소송이라 의견을 모았습니다. 사태가 심각해도 너무 심각하니까요. 주민번호는 개인의 번호인데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회적 혼란이나 비용 등의 공익적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입니다.
주민번호변경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변경할 수 있는거냐고. 저는 되묻습니다. 왜 변경하지 못하냐고. 이름, 전화번호, 주소, 카드번호 등등 거의 모든 개인정보를 바꿀 수 있는데, 주민번호만 변경이 불가능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연초에 주민번호 체계와 관련한 각종 토론회에서 반대측 토론자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신문을 장식한 찬반 토론이라는 것도 주민번호 체계를 빨리 바꾸느냐 천천히 바꾸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주민번호가 너무 많이 유출되어 개인식별기능도 상실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유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고 정부와 기업은 나 몰라라 합니다. 국회도 딱히 다를 바 없습니다.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4개 정도 발의되어 있지만, 언제 처리될지, 과연 처리가 되기나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몇년간 지속될 소송인데, 열심히 싸워야겠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분노하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진보넷 독립네트워크팀 역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전국에서 세월호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 정보를 지도로 만든 “우리동네 촛불 candlelights.kr”을 만들어 참사 3주째에 공개하였습니다.
이후 가족대책위에서 주관하는 “특별법 제정 등 촉구 천만인 서명”에 온라인으로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서명페이지 sign.sewolho416.org를 제작하였습니다.
또 국민대책위 산하 존엄과 안전위원회의 경찰의 불법 행위 감시 캠페인 “떴다 시민채증단 free.sewolho416.org”의 온라인 페이지도 제작하였습니다.
이후에도 몇 가지 사업의 온라인 페이지 제작이 예정돼 있고, 대책위 홈페이지 제작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타임라인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자 하는 분들과 만났고, 진보넷은 다채로운 타임라인을 구현하는 비쥬얼라이징 쪽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세월호 관련 작업은 매우 급박하게 진행해 왔는데 타임라인은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습니다. 올해 계속 준비해 온 타임라인 서비스 “따오기”에 플러그인을 다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고, 그 플러그인들도 만들어야 해서요.
이어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작업들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